2
부산메디클럽

[박상현의 끼니] 여러분 모두 미식가 되세요!

박상현 맛칼럼니스트

  • 박상현 맛칼럼니스트
  •  |   입력 : 2023-01-01 19:45:49
  •  |   본지 29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음식을 먹는 인간 행위의 발전 단계는 ‘악식의 시대-폭식의 시대-미식의 시대’로 구분할 수 있다. 악식의 시대는 먹는 것 자체가 목적이다. 이때는 무엇을 먹고 왜 먹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무엇이든 먹음으로써 생존하는 것이 관건이다. 인류 역사의 대부분은 악식의 시대였다. 모든 문명의 우선적인 과제는 배고픔에서 벗어나는 것이었다.

음식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한 한 해가 되시길 소망합니다. 사진은 새해 음식인 떡국. 국제신문DB
국가 차원에서 식량의 절대량 부족이 해소되면 폭식의 시대로 접어든다. 이때가 되면 다양한 현상이 벌어진다. 우선 배고팠던 시절을 보상받기 위해 맹렬하게 먹는다. 음식은 배고픔이라는 본능을 넘어 욕망을 충족시켜 주는 대상으로 바뀐다. 덕분에 폭식과 과식이 난무한다. 먹지 못해 생겼던 질병 대신 너무 많이 먹어서 생기는 질병이 사회문제로 대두된다. 그리고 무엇을 먹느냐가 계급과 계층을 나누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대량생산 대량소비가 정착되면서 식품산업과 외식산업이 급속히 성장한다. 바야흐로 먹거리의 주도권이 국가에서 자본으로 넘어간다. 한국인은 지금 전형적인 폭식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폭식의 시대가 고도화되면 사회 내부에서 분화가 일어난다. 음식에 대해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는 부류가 등장한다. 나는 지금 무엇을 먹고 있는가? 내가 먹는 음식은 어떤 식재료로 만들어졌고 어떤 환경에서 획득한 것인가? 내가 먹는 것이 사회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가? 등의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을 기준으로 음식을 선택한다.

미식의 시대에 음식은 생존과 욕망을 넘어 개인의 정체성과 이데올로기를 상징하는 수단이 된다. 19세기 독일의 과학자 칼 포크트와 철학자 루드비히 포이어바흐는 이미 150여 년 전에 이를 예견했다. 포이어바흐는 “인간이란 그가 먹는 것이다”는 명제를, 포크트는 “인간이란 그가 먹는 대로 된다”는 명제를 각각 남겼다. 비록 유물론적 관점이긴 하지만 결국 먹는 것이 인간의 육체와 정신을 지배한다고 믿었다. 이 명제는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며, 좀 더 확장시키면 한 사회의 수준 역시 그 사회가 소비하는 음식에 따라 달라진다고 볼 수 있다.

미식의 시대는 이처럼 사회 전체의 변화가 아닌 개개인의 각성으로부터 출발한다. 공간이 삶의 질과 형태를 규정하듯 먹거리 역시 마찬가지라는 인식이 보편화된다. 얼마나 잘 먹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가치 있게 먹느냐는 문제로 패러다임이 바뀐다. 미식의 시대에 먹거리의 주도권은 국가나 자본이 아닌 개인에게로 넘어온다. 사회의 변화가 개인의 삶을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선택이 모여 사회의 변화를 견인한다.

따라서 미식의 시대에 개인은 수동적인 소비자에서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소비자로 바뀐다. 미식을 고급스럽고 값비싼 음식을 먹는 행위로 단순화시키는 것은 근대의 관점이다. 음식을 선택하고 소비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올바름과 정의로움을 추구하는 것이 현대적 관점에서 미식의 의미다. 그래서 미식을 추구하는 개인은 자신이 먹는 음식의 전 과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식재료가 재배되거나 획득되는 과정이 안전하고 친환경적인지 살피고, 가공 및 유통 과정이 위생적이고 합리적인지를 따진다. 이런 소비자들이야말로 진정한 미식가라 할 수 있다.

2023년 계묘년에는 독자 여러분 모두 미식가가 되시길 희망합니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작황 좋지 않아" 대저생태공원 유채꽃 축제 빨간불
  2. 2헤어진 애인에 새 남친까지 폭행한 40대 집행유예
  3. 326일 부산·울산·경남 흐림...부산과 경남 남해안 약간 비
  4. 4"살기 좋은 도시가 돼야 한다"
  5. 5눈물머금고 ‘생명유지장치’ 껐는데…20대, 혼수상태서 살아나 '기적'
  6. 6[영상] 그 많던 학교앞 문방구 어디로 갔나
  7. 73년 만에 지킨 조문 약속...부산테니스협회의 조용한 한일외교
  8. 8"망자의 쾌유를 빌다니"...백신 피해보상전문위 해체 운동 본격화
  9. 9‘필로폰 투약’ 남경필 전 지사 장남 영장심사...오후 구속여부 판가름
  10. 10육아 스트레스에…한 살배기 아이 숨지게 한 40대 엄마 집유
  1. 1與 "한동훈 탄핵·민형배 복당?…野, 탈우주급 뻔뻔함"
  2. 2국민 절반 이상 "국회의원 수 줄여야", 정치권 300석 유지 가닥
  3. 3국토위, TK 신공항 특별법 의결…가덕 조기 보상법안도 문턱 넘어
  4. 4남경필 장남 또다시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에 붙잡혀
  5. 5‘컨벤션 효과 끝’ 국민의힘 민주당에 지지율 역전 당해
  6. 6‘컨벤션 효과 끝’ 국민의힘 민주당에 지지율 역전 당해
  7. 7‘속전속결’ 이재명 대표직 유지 결정 놓고 민주 내홍 격화
  8. 8北 핵무인수중공격정 '해일' 폭발...지상 공중 이어 수중 핵위협 완성?
  9. 9헌재 “검수완박법 국회 표결권 침해…효력은 인정”
  10. 10北, 오늘까지 우리에게 1300억 원 갚아야 한다…“북, 성의 없어”
  1. 1하이브, 공개매수 후 남은 SM 주식 어떡해?…주가하락 땐 평가손 가능성
  2. 21060회 로또 1등 28명…각 8억9824만 원씩
  3. 36328억에 팔린 남천 메가마트 땅…일대상권 변화 부를까
  4. 4“여기가 이전의 부산 서구 시약샘터마을 맞나요”
  5. 5일회용품 줄이고 우유 바우처…편의점 ESG경영 팔 걷었다
  6. 6"한일 정상회담 후속 조치에 한 마디 언급 없어" 뿔난 수산업계
  7. 7산업은행 ‘부산 이전’ 속도전 채비…노조 TF 제안엔 응답 아직
  8. 8‘공정 인사’ 강조 빈대인호 BNK, 계열사 대표·사외이사 대거 교체
  9. 9전국 주택값 ↓, '강남 불패 3구'도 ↓..."반작용에 상승세 회복"
  10. 10롯데월드 부산 “엑스포 기원 주말파티 즐기세요”
  1. 1"작황 좋지 않아" 대저생태공원 유채꽃 축제 빨간불
  2. 2헤어진 애인에 새 남친까지 폭행한 40대 집행유예
  3. 326일 부산·울산·경남 흐림...부산과 경남 남해안 약간 비
  4. 43년 만에 지킨 조문 약속...부산테니스협회의 조용한 한일외교
  5. 5"망자의 쾌유를 빌다니"...백신 피해보상전문위 해체 운동 본격화
  6. 6‘필로폰 투약’ 남경필 전 지사 장남 영장심사...오후 구속여부 판가름
  7. 7육아 스트레스에…한 살배기 아이 숨지게 한 40대 엄마 집유
  8. 8광명 웨딩홀에 “폭발물 설치” 협박 전화…하객 대피 소동
  9. 9빨래하다 훼손된 상품권…교환 가능해? 안돼?
  10. 10문 전 대통령 '양산 평산마을 책방' 4월 개장할 듯
  1. 13년 만에 지킨 조문 약속...부산테니스협회의 조용한 한일외교
  2. 2비로 미뤄진 ‘WBC 듀오’ 등판…박세웅은 2군서 첫 실전
  3. 3클린스만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24일 울산서 첫 데뷔전
  4. 4클린스만 24일 데뷔전 “전술보단 선수 장점 파악 초점”
  5. 51차전 웃은 ‘코리안 삼총사’…매치 플레이 16강행 청신호
  6. 6‘캡틴 손’ 대표팀 최장수 주장 영광
  7. 7롯데 투수 서준원, 검찰 수사…팀은 개막 앞두고 방출
  8. 8통 큰 투자한 롯데, 언제쯤 빛볼까
  9. 9기승전 오타니…일본 야구 세계 제패
  10. 10BNK 썸 ‘0%의 확률’에 도전장
우리은행
주민이 직접 설계하는 지방자치단체 구성
불신 큰 지방의회 권한 확대? 다수당 견제책 등 선결돼야
주민이 직접 설계하는 지방자치단체 구성
단체장 권한 집중 획일적 구조…행정전문관 등 대안 고민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황령산 봉수전망대에 보내는 간곡한 바람
더불어 살며 지켜가야 할 피란수도 부산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자연의 법, 인간의 법
낙동강 녹조를 그대로 둘 것인가
기고 [전체보기]
‘딴지 걸기’ 이제 그만, 인천과 가덕도 양 날개로
교육이라는 희망 사다리를 놓자
기자수첩 [전체보기]
동계체전, 국내 최고 겨울 스포츠대회 맞나
학교 신축 공기지연, 노조 탓만 할 수 있나요?
김갑수의 생각 [전체보기]
한국은 여기까지다
안전하게 내려오는 방법
김석환의 이미 도착한 미래 [전체보기]
3차 세계화, 우리는 괜찮을까
‘죽어도 자이언츠’를 보면서
김용석의 시사탐방 [전체보기]
“거울아, 거울아!” 그 중독의 마법
선인장 가시와 ‘나의 불안전 불감증’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세계박람회 왜 부산인가?
문화자산을 물려받는다는 것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가덕신공항과 수도권 일극 체제
‘영웅 만들기’에 나서야 할 때
도청도설 [전체보기]
알고 보니 일본 어패류
예금보호 한도 확대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제주 구엄리 돌염전
아재들의 건승을 빕니다!
사설 [전체보기]
안전한 통학로, 하윤수 부산교육감이 해결하라
검수완박법 문제 있다면서 효력 유지해 준 헌재
세상읽기 [전체보기]
우리 곁의 ‘다음소희’
챗GPT, 친구인가 적인가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 지출의 원칙과 난방비 지원
의사 인력 확충의 올바른 방법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새로운 해양시대
이해인 수녀 '기도의 창가에서' [전체보기]
신발을 신으며 배우는 겸손
매화 앞에서, 슬픔 앞에서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한반도에 새로운 국제질서가 등장하고 있다
위태로운 중국의 미래
인문학 칼럼 [전체보기]
잃어버린 웃음을 찾아서
환대(hospitality)의 춤
장병윤의 대안 모색 [전체보기]
원전에 미래를 맡길 수 없다
다시 블랙리스트
전호환의 두잉세상 [전체보기]
세계의 대전환, 2030 부울경세계박람회
근고지영
차재원의 정치평설 [전체보기]
대통령의 초심
새해엔 선거개혁 위한 결단 기대한다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봄의 낭만에 대하여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특별기고 [전체보기]
한일관계, 기초 제대로 잡아가야
내 고향은 부산입니더!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오케스트라
노엘합창단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의재 허백련의 한국적인 산수화
이당 김은호의 ‘매란방’
CEO 칼럼 [전체보기]
재편된 마이스 시장에서 생존 전략은
ESG경영 골칫거리 해결한 시스템
  • 다이아몬드브릿지 걷기대회
  • 제11회바다식목일
  • 코마린청소년토론대회
  • 제3회코마린 어린이그림공모전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