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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칼럼] 붉은악마의 잃어버린 영토

즐문토기 사용 동이족, 발해만~태산 일대 지배

고대사 왜곡 中에 맞서…치우 등 제대로 알려야

권상인 ㈔부산문화유산연구회 이사장·예술학박사

  • 권상인 ㈔부산문화유산연구회 이사장·예술학박사
  •  |   입력 : 2022-12-28 19:59:11
  •  |   본지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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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동아시아지역에 인류의 역사가 어슴푸레 동이 터올 무렵, 우리의 선조 동이(東夷)족은 기원전 6200년경부터 중국 한(漢)민족과 각축을 벌였다. 이 두 민족들은 아직 소규모의 부족 국가형태로 살아갔으므로 국가도 국경선의 구별도 희미하던 시대였다. 이들은 인종적 특징인 머리카락이나 피부색조차 닮아서 구별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이 사용했던 그릇인 토기로 각각 그 문화가 본질적으로 다른 민족임이 구별된다. 동이족이 즐문토기를 사용했던 것에 반해 중국 한민족은 채문토기를 사용했던 것이다.

즐문토기를 사용했던 동이족의 본거지는 요동반도 서쪽에서 발해만으로 흘러드는 요하(遼河)의 중류 지역에 펼쳐진 대평원이었다. 지금의 요녕성과 길림성 일대로 한반도 크기보다 더 광활한 이 지역의 문명을 요하 문명이라 부른다. 여기서 만들어진 새로운 양식의 즐문토기가 기원전 4200년경 이후, 서쪽으로 시베리아 대평원을 횡단해 북유럽 발트해안의 현재 핀란드 남부지역까지 전파됐다. 또 북으로는 바이칼호 주변과 그 동쪽으로 사할린을 지나 오호츠크해 북쪽 연안까지, 그리고 압록강을 건너 한반도의 남쪽 끝 부산 영도 섬까지 들어왔다. 이 같은 개량형 즐문토기 전파는 중국의 황하 하류에만 국한된 문화와 비교하면 우리 조상 동이족의 역동성을 보여주는 생생한 역사의 기록이다.

일찍이 동이족들은 요하의 서쪽 열하 지역을 경유해 산동(山東)반도 남쪽 지방과 서쪽 내륙까지 점령했다. 그리고 저 인구에 회자되는 태산을 지나 보다 더 서쪽까지 진출해 지금의 동평(東平)까지 영토를 확장했다. 태산의 남쪽에서 동쪽으로 흐르는 대문하(大汶河) 유역에서 발굴된 대문구 지역 문화(文化)에서 요하지역에서 생산된 밑바닥이 둥글고 뾰족한 첨저형 즐문토기 종류가 발굴됐다. 이것은 동이족들이 이 지역에서 살고 있었음을 실증하는 것이다. 이 동이족 수장이었던 단군이 아사달에 도읍하고 임금이 된 단기 원년은 ‘삼국유사’의 기록을 참고하면 중국의 요(堯)임금과 같은 시대이다.

중국 전한(前漢) 무제(BC140~89) 시대 기록된 사마천의 ‘사기본기’ 첫머리인 ‘오제본기’에 의하면, 요임금은 조선의 단군과 같은 연대인 지금으로부터 4355년 전 전후로 한 시대 임금이다. 요임금의 증조할아버지인 황제(黃帝)가 중국 최초의 임금으로 이때까지 중국 한족들은 황하 중류지역, 이를테면 지금의 서안 낙양 정주일대 지역에서 부족 국가형태로 살고 있었다. 황제는 이런 부족국가들을 통합해 지금으로부터 대략 4400년 전, 중국 임금의 자리에 올랐다. 이때 황하 남쪽의 양자강 지역에서는 각 부족들을 규합해 임금이 된 염제(炎帝)가 득세하고 있었다.

황하가 바다로 흘러드는 하류 일대의 요동반도와 산동반도가 연이어진 발해만 일대 지역은 즐문토기 문화를 가진 동이족인 치우(蚩尤)임금의 강력한 육군과 해군이 점령하고 있었다. 요동반도 남쪽 끝에서 산동반도 북쪽의 봉래까지는 거제도 만한 징검다리 섬들로 연결돼 있으므로 발해만의 치우임금의 군대는 항상 중국의 중원을 넘보고 있었다. 당시 치우의 군대는 붉은 옷을 입고 있었으므로 중국에서는 이들을 ‘붉은악마’로 호칭했다.

중국 황제는 황하지역의 연합군으로 먼저 양자강 유역의 염제를 제압하고 이어 동북쪽의 발해만 일대를 점령하고 있던 동이족을 공격했으나 역부족이었다. 사마천의 ‘오제본기’에 치우임금에 관한 기록 중 백미는 치우의 생김새를 묘사한 장면이다. “구리(동)와 철로 만들어진 투구 전면의 이마부분 양옆으로 뿔이 달려 있다”고 했고, 또 “치우는 각종 무기를 만드는 기술이 뛰어나고 용맹하여 전쟁의 신으로 추앙받았다”고 기록했다. 그러나 이 시대는 단군기원의 연대보다 100년 전쯤의 시대였으므로 구리는 물론, 철도 아직 사용되지 않던 시대이다.

또 치우가 난을 일으켰으므로 황제는 모든 제후의 군대를 동원해 탁록(涿鹿)이라는 들판에서 싸워 마침내 치우를 사로잡았다고 기록했는데 이것은 중국 한민족의 역사 기록일 뿐이다.

즐문토기를 사용했던 동이족은 서주(西周) 말까지 상기지역을 석권하고 있었다. 치우임금이 이끌었던 즐문토기의 동이족은 상고시대 중국문화인 채문토기의 앙소문화에 영향을 주어 용산문화로 변질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사마천이 기록한 탁록이라는 위치는 아마도 현재의 태산 남쪽에 위치한 동평 근처일 것이다. 현재까지 중국 용산문화의 본거지인 동평에 치우임금의 사당이 있는 것을 보면 이 지역은 중국 전국시대까지 우리의 영토였을 것이다.

중국 정부의 ‘동북공정’에 의해 고구려 역사가 말살되는 이때, 우리는 요하문명 시대로부터 용산문화 시대까지 발해만과 태산 일대를 영토로 했던 저 ‘붉은악마’의 치우임금을 상기하여 우리 민족의 ‘서북공정’을 주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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