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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와 현장] 일이 먼저다

  • 정유선 기자 freesun@kookje.co.kr
  •  |   입력 : 2022-12-28 19:55:42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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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하철 6호선 삼각지역 13번 출구로 나와 최근에야 포장공사를 마친 인도를 따라 7분 가량 걷다 보면 국방부 서문에 도착한다. 용산 대통령실로 가는 길은 7개월이 넘었지만 아직 낯설다. 한적하고 운치 있던 삼청동 청와대 가는 길과는 풍경이 많이 다르다.

윤석열 정부 출범 7개월에서 가장 큰 변화는 ‘공간’의 변화다. 청와대를 국민에게 내놓고 도심 속 국방부 건물로 자리잡은 대통령실은 그 자체로 탈권위의 상징이자 국민과 언론 소통을 위한 노력의 상징이었다. 매일 아침 대통령을 만나 현안에 대한 의견을 묻고 답을 듣는 도어스테핑(약식 회견)도 공간의 변화로 가능한 결과였다.

그러나 임기 첫 해가 저물어가는 지금 도어스테핑이 이뤄지던 대통령실 현관 로비는 목재 벽으로 가로막혀 있다. 지난 11월18일 61번째 문답을 마지막으로 중단된 도어스테핑은 재개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도어스테핑은 제가 용산으로 대통령실을 옮긴 가장 중요한 이유”라던 윤 대통령의 언급대로 ‘용산시대’의 상징이었던 도어스테핑은 이대로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것일까.

그런가 하면 지난 5일 베트남 국가주석 국빈 만찬 때 처음 사용된 청와대 영빈관은 이제 단골 행사장이 됐다. 국격에 맞는 접견 공간을 구하지 못해 고심하던 대통령실은 영빈관 신축 계획을 세웠다가 여론의 벽에 막히면서 다시 청와대 영빈관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창조적으로 재활용한 것은 잘한 결정이지만 이쯤에서 다시 의문이 든다. 대통령실 꼭 이전했어야만 했나.

두번째는 사람이다. 5년 만에 여야 정권이 교체되면서 지난 7개월 내내 사람을 바꾸는 일을 두고 씨름했다.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부터 시작해 자문기구인 민주평통까지 기관마다 ‘물갈이’와 ‘버티기’ 논란이 계속 일었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 국정 철학과 정책 기조에 맞게 일하는 사람도 바뀌는 게 바람직하다. 그런데 명확한 법적 규정이 없으니 정권이 바뀔 때마다 ‘알박기’와 ‘찍어내기’로 소모적인 논란이 인다. 여야가 최근 ‘기관장 알박기 금지법’을 마련하기로 합의했지만 그 범위에 대한 견해차가 커 법 개정이 쉽지 않아 보인다. 정부 교체 때마다 되풀이되는 낙하산과 알박기 논란을 끝내기 위해선 ‘한국판 플럼북(인사지침서)’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장 큰 문제는 공간과 사람을 놓고 씨름하느라 제일 중요한 ‘일’을 놓칠 수 있다는 점이다. 공간과 사람의 변화도, 적폐청산도 필요하지만 일의 골든타임은 놓치지 않아야 한다.

대표적인 것이 지역 균형발전이다. 지역소멸 시계가 빨라지면서 정책 전환이 시급한데 ‘지방시대’를 내걸고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이를 주도할 지방시대위원회를 출범조차 못 시켰다. 연내 통과시키려던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 특별법’ 통과가 무산된 탓이다. 지방시대 정책을 힘있게 시작해도 모자랄 판에 위원장을 교체하고 조직을 바꾸는 데 임기 첫 해를 낭비한 것이다. 특히 노조와 수도권의 저항이 많은 공공기관 추가 이전 같은 일은 임기 초반 힘이 실릴 때 하지 않으면 추진 동력을 찾기가 어려워진다.

공간이, 사람이 중요하지만 일이 먼저다. 윤석열표 정책, 역사에 남길 만한 브랜드가 될 업적을 남기기에 5년은 너무 짧다. 윤 대통령은 집무실에 120개 국정과제 현황판을 두고 수시로 점검한다고 한다. 110~120번 지방시대 공약은 윤 대통령 머릿속 우선순위 제일 아래 있는 것은 아니길 바란다.

지난 15일 첫 국정과제 점검회의도 열렸지만 여전히 지방시대 전략은 손에 잡히지 않는다. 균형위가 공공기관 2차 이전을 내년 하반기부터 추진하겠다고 밝혔으나대상 기관 및 이전 기관 선정에 들어가면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교육 자치권을 비롯한 중앙 권한의 지방 이양도 수도권과 관료의 저항을 넘어서 획기적인 수준에 이르려면 임기초 속도감 있게 진행돼야 한다. 윤석열 정부 5년을 마치고 국민이 ‘지방시대’를 체감할 정도가 되려면 지금 소모적인 논쟁으로 시간을 뺏길 여유가 없다. 결국 일이 먼저다.

정유선 서울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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