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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럼] 시간은 모두에게 평등하지 않다

한일용 부산백병원 흉부외과 교수

  • 한일용 부산백병원 흉부외과 교수
  •  |   입력 : 2022-12-26 19:05:35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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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빠르다. 새해 첫 해돋이를 보면서 희망과 소원을 다짐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1년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세밑에는 항상 느끼는 감정이지만, 최근에는 세월이 더 빨리 지나가는 것 같다. ‘눈을 감았다가 뜨면 이내 저녁이고, 조금 오래 감았다가 뜨니 어느새 70~80세가 되어있더라’는 어르신들의 말이 공감된다.
그림= 서상균 기자
인생열차는 20대는 시속 20㎞로, 30대는 30㎞로… 60대는 시속 60㎞의 속도로 달린다는 비유도 점점 체감한다. 나이가 들수록 왜 이렇게 시간이 빨리 흐르는 것인가? 물리적 시간은 분명히 일정하게 흐르지만 개인마다 느끼는 속도는 다르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빨리 흐르는 것처럼 느끼는 현상을 ‘시간수축효과(Time Compression Effect)’라고 한다.

19세기 프랑스 철학자 폴 자네(Paul Janet)는 10세 아이에게는 1년이 인생의 10분의 1로, 50세의 사람은 50분의 1로 느끼기 때문에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더 빨리 흐르는 것 같다고 했다.

영국의 수리생물학 크리스티안 예이츠 교수도 동일한 내용을 비례함수로 설명했다. 우리가 감지하는 시간은 우리가 이미 살았던 기간의 비율에 좌우된다는 것이다. 즉 10살 아이에게 1년은 자신의 삶의 10%이며, 20살 청년에게 1년은 자신의 삶의 5%다. 2살짜리가 1년간 경험하는 것과 같은 비율로 20살짜리가 경험을 증가시키려면 30살까지 기다려야 한다. 5~10살의 5년 동안 겪는 경험이 40살부터 80살까지 40년간 겪는 경험과 같은 셈이다.

시간 수축 현상을 좀 더 과학적으로 접근해본 사람들도 있다. 1995년 피터 맹건(Peter Mangan)은 무척 명쾌하고 단순한 실험을 했다. 19~24세의 학생 25명과 60~80세 사이의 노인 15명에게 각각 어림잡아 3분이 지난 후 버튼을 누르라고 지시했다. 그 결과 젊은 학생들은 평균 3분3초 만에 버튼을 눌렀던 반면, 노인들은 평균 3분40초 후에 눌렀다. 이것은 시간 경과에 대한 지각이 뇌 회로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는 증거가 된다.

베일러 의대 교수인 데이비드 이글먼(David Eagleman)의 실험도 재미있다. 실험 참가자들에게 갈색구두 사진을 세 번 보여주고 그다음 알람시계 사진을 보여주었다. 다시 갈색 구두 사진을 세 번 보여주면서 사진을 보여준 시간을 추정하게 하였다. 실험 참가자들은 시계를 보여준 시간이 가장 길었다고 답하였지만 사실 모든 이미지가 노출된 시간은 동일했다. 이를 ‘괴짜효과(Oddball effect)’라고 불렀는데, 반복적으로 보여주는 갈색 구두에는 뇌가 반응하지 않고, 새로운 이미지인 알람시계에는 뇌가 활성화되면서 기억을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즉 새로운 사진으로 ‘놀라움 요소’가 생기면 기억의 밀도가 높아지게 되고 시간이 더디게 흘러간다.

결론적으로 ‘새로움은 주관적 시간을 왜곡시킨다’는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모든 일에 새롭거나 놀라움이 없어지기 때문에 시간이 빨리 흐른다고 느끼는 것이다. 행복 호르몬이라고 불리는 도파민의 분비 감소와 관련 있다는 주장도 동일한 의미다.

당신의 시계는 어떠한가? 만약 시간이 너무 빠르다고 느낀다면 내년에는 ‘새로운 경험’을 만들어보자. 새로운 것을 배우거나 이런저런 이유로 잠시 미뤄두었던 취미나 여행 봉사 활동도 좋다. 친구들과 수다를 떨면서 일상에 묻혀 잊혔던 감성과 추억을 회상하고 즐겁게 도파민 분비를 만들어보자.

내년 이 즈음에는 2023년이 무척 길어졌음을 느껴보자. 시간은 모두에게 평등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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