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인문학 칼럼] 6750명 이주노동자 죽음과 지구촌 향연

현대판 노예제 ‘카팔라’, 카타르월드컵 성공 기여

‘인권 착취 전당’ 오명도…韓 ‘외인 고용제’ 개선을

김인선 부산대 교수·여성연구소

  • 김인선 부산대 교수·여성연구소
  •  |   입력 : 2022-12-21 19:33:11
  •  |   본지 19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은 아랍에서 열리는 첫 월드컵이라는 점에서 역사적 사건이었다. 우리나라 대표팀이 거둔 16강의 기적, 92년 만에 최초로 경기 주심을 맡은 여성 심판, 상대적으로 약팀이 강팀을 꺾는 이변들이 속출했다. 그러나 이번 대회는 역대 가장 정치화된 월드컵, 역사상 가장 논란 많은 월드컵이라는 오명을 안기도 했다. 2010년 대회 유치를 위한 뇌물 의혹부터 성소수자 탄압과 이주노동자 처우 문제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한편 카타르의 반인권 행보에 쏟아진 비난에는 아랍에 대한 서구의 편견이 짙게 드리워 있다. 이주노동자 착취와 인권 문제에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카타르 월드컵은 가장 비싼 대회로 기록될 듯하다. 지난 10년간 카타르는 사막 한가운데 최첨단 축구장 7곳, 공항 1곳, 호텔 107개를 건설하는 대형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974개의 컨테이너를 레고처럼 쌓아 올린 스타디움은 11월에도 섭씨 30도까지 오르는 기온을 고려해 거대한 냉방 시스템과 공기정화 시스템을 완비한 최첨단 시설을 선보였다. 대회 개최 총비용이 2000억 달러(약 267조 원)로 추산된다.

그러나 황금빛 찬란하게 빛나는 웅장한 월드컵 경기장은 이주노동자의 주검 위에 세워진 불명예 전당이다. 월드컵 참가자의 안전과 편의를 위해 대회를 여름에서 겨울로 옮긴 이례적인 결정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카타르는 1년 중 5개월 동안은 평균 100F(37.7C) 이상의 기온에 달한다. 지난 10년 동안 인도 파키스탄 네팔 방글라데시 스리랑카에서 온 이주노동자 37만 명이 건설현장에서 밤낮없이 근무했다. 인권단체 휴먼라이츠 워치는 “이주노동자들이 2022년 월드컵의 성사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였다”며 “무수한 이주노동자들의 개인적인 희생뿐만 아니라 광범위한 임금 착취, 상해와 질병, 그리고 설명할 수 없는 수천의 죽음이라는 엄청난 대가 위에 월드컵이 성사되었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2021년 2월 ‘가디언’은 월드컵 인프라 건설현장에서 약 6750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카타르 당국에 따르면 사망 원인의 69%가 자연사였다. 석연찮은 발표다. 국제앰네스티 보고서는 카타르가 “적절한 조사를 수행하지 않고 ‘자연사’나 ‘심장마비’로 사망 진단서를 발급”한다며 이는 “유족이 보상을 청구할 수 없게” 하려는 이유라고 강력 비판했다. 전문가 의견도 이런 주장을 뒷받침한다. 이주노동자 대부분이 20~50대인데, 이 나이대 노동자들은 심정지 등으로 인한 자연사가 많지 않다. 한낮에 섭씨 50도를 넘는 작업 현장에서 별다른 보호장비 없이 10시간 이상 일하다 사망한 경우, 자연사라고 부르기 어렵다는 것이다. 여기에 이주노동자의 처우는 참담하다. 월급은 275달러(35만 원)인데, 그나마 국제사회의 항의로 지난 10년간 월 200달러였던 임금이 2021년 인상된 결과다.

이뿐만이 아니다. 카타르 월드컵의 꿈을 완성시키고자 노동력을 제공한 이주 여성이 직면한 현실 또한 끔찍하다. 2022년 6월까지 거의 30만 명의 이주 여성들이 카타르에서 일하고 있다. FIFA가 승인한 100개 호텔에서 근무하는 여성의 경우 언어 및 신체적 학대, 성희롱과 성폭력에 일상적으로 노출되어 있다. 주로 아프리카와 아시아 출신인 이들은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이기에 해고가 두려워 폭행을 당해도 신고하지 못한다. 손님의 괴롭힘을 상부에 보고해도 합당한 조치 대신 오히려 직원이 교체된다. 손님의 편의가 우선이다. 게다가 카타르 형법은 혼외 성관계는 어떤 경우에든 범죄로 규정하는 탓에 경찰이 성폭력 피해 신고자보다 합의한 관계라고 주장하는 남성 편을 들어 성폭력 피해자가 기소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이런 문제의 근원으로 ‘카팔라(Kafala)’ 제도를 지적한다. 영어로 ‘후원(sponsorship)’을 의미하는 카팔라 제도는 아랍 국가들에서 수십 년간 이주노동자 고용 정책으로 이용되어 왔다. 실제로는 현대판 노예제라 불릴 정도로 열악한 노동 예속의 카팔라 제도 아래 카타르에서만 거의 100만 명에 가까운 이주노동자가 건설업에 종사하고 있다. 한국 또한 예외가 아니다. 아랍의 카팔라 제도는 한국의 고용허가제와 참으로 닮아있다. 고용허가제는 내국인이 기피하는 한국의 사업장에 ‘젊은’ 이주노동자를 들여와 빈자리를 채우는 단기 순환 노동 이주 정책이다. 현재 고용허가제로 한국에 거주하는 이주노동자는 총 22만 명에 달한다. 우리 사회에서도 이주노동자는 ‘보이지 않는 인간’이다. 투명인간처럼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기에 이들이 겪는 생사여탈의 치명적 상황과 권리 침해는 우리에게 구체적으로 와닿지 않는다. 이주노동자는 대한민국의 이익을 위해 쓰다가 폐기처분할 수 있는 ‘일회용품 인간’인 셈이다. 이주노동자의 주검 위에 펼쳐진 카타르 월드컵의 향연을 우리가 마냥 손가락질할 수 없는 이유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HD현대중공업 올해 임단협 잠정합의안 부결노사 갈등 커질 듯
  2. 21244회 로또복권 1등 18명…당첨금 16억469만 원
  3. 3‘부캉이’ 그물도 무용지물…하루만에 수로 안으로
  4. 4김민석 “차기 총선 주 싸움터는 한강 아니라 낙동강”
  5. 5[속보]만취상태로 예인선 오르던 선원 추락사…법원 “직무상 재해”
  6. 6부산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 ℓ당 1840.8원… 전주보다 0.9원 ↓
  7. 7LH 미매각 토지 22조 육박…19년간 못 판 상업용지도
  8. 8“바다로 안 돌아갈래”…‘부캉이’ 추가 구조 없이 당분간 움직임 주시
  9. 9[속보] 영화 ‘암살자(들)’ 투자 외부 개입 논란에…국책은행 “사실무근”
  10. 10[속보] 투자사기 치고 돈세탁은 카지노 칩으로…40대 징역 1년8개월
  1. 1김민석 “차기 총선 주 싸움터는 한강 아니라 낙동강”
  2. 2李대통령, ‘정청래 그만 괴롭히라’는 글에 “괴롭힌 거 아냐”
  3. 3軍 “北, 동해상으로 미상 발사체 발사”
  4. 4추미애 “김지용, 언제든 국민과 정의에 등 돌릴 수 있는 자”
  5. 5靑, 北 탄도미사일 발사에 긴급회의…“안보리 위반, 즉각 중단 촉구”
  6. 6‘교정시설 조성 지원 특별법’ 발의…부산구치소·교도소 통합 뒷받침
  7. 7[속보] “전두환 내란 아냐” 김태규 ‘제명 촉구 결의안’의결
  8. 8김민석 부산 찾아 “전재수 시정 성공시키겠다”
  9. 9李대통령 “우크라, 상대국 원수 거짓말쟁이 만들어…사과 거부시 추가 조치”
  10. 10부산 국힘 “보좌진 유죄 선고…전재수 시장, 시민에 사과해야”
  1. 11244회 로또복권 1등 18명…당첨금 16억469만 원
  2. 2부산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 ℓ당 1840.8원… 전주보다 0.9원 ↓
  3. 3[속보] 영화 ‘암살자(들)’ 투자 외부 개입 논란에…국책은행 “사실무근”
  4. 4"삼전닉스 ETF 출시 때 투자자 보호 대신 시장 확대만 급급"
  5. 5당국, '해킹사고' 확산에 내일 금융업권 긴급소집
  6. 6예가람저축은행 해킹 피해로 고객 4만명 정보 유출
  7. 7현대캐피탈도 해킹 피해…주택대출 모집인 146명 개인정보 유출
  8. 8“가덕 공사비 증액 법 개정 앞서 정부 약속부터”(종합)
  9. 9삼성중공업, 올해 LNG운반선 20척 수주. 글로벌 경쟁력 입증
  10. 10"건보료 재정누수 심각…1000만원 초과 고액체납 2배 급증"
  1. 1HD현대중공업 올해 임단협 잠정합의안 부결노사 갈등 커질 듯
  2. 2‘부캉이’ 그물도 무용지물…하루만에 수로 안으로
  3. 3[속보]만취상태로 예인선 오르던 선원 추락사…법원 “직무상 재해”
  4. 4LH 미매각 토지 22조 육박…19년간 못 판 상업용지도
  5. 5“바다로 안 돌아갈래”…‘부캉이’ 추가 구조 없이 당분간 움직임 주시
  6. 6[속보] 투자사기 치고 돈세탁은 카지노 칩으로…40대 징역 1년8개월
  7. 7부산에 하나 뿐인데…‘부산예대’ 내년 2월 문 닫는다
  8. 8“택시부제 풀었더니 매출이 쑥”…밀양시, 시범운영 거쳐 전면 해제
  9. 9“능인선원 매각 협상 나서라” 국제신문 사활 건 총력투쟁
  10. 10준비 덜 된 경찰시대…‘대국민 수사 실험’ 우려
  1. 1[속보] '짜릿한 역전극' 14세 최지운, AG 요트 소년부 금메달
  2. 2이우석, 양궁 리커브 남자 개인전 金…단체전까지 2관왕
  3. 3태권도 송다빈, 여자 67㎏초과급 금메달…겨루기 첫 金 수확
  4. 4서채현, 아시안게임 스포츠클라이밍 여자 리드 금메달
  5. 5한국, AG 남자 축구 4회 연속 금메달…결승 한일전 1-0 승리
  6. 6송교창·최준용 빠진 KCC…‘루이스 킹’ 희망될까
  7. 7KLPGA 대회 처음 부산서 여는 HJ重… “지역과 상생할 것”
  8. 8메치고 쏘고…한국 유도·양궁 ‘금빛 데이’
  9. 9한국 여자 양궁 단체전 인도에 져 은메달…8연패 무산
  10. 10성적 부진·단장 공백·감독 결별·구단주 경고…김해FC ‘사중고’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인공지능 정렬’ 골든타임 놓치지 말라
자동화의 세상에서 지능화의 세계로
국제칼럼 [전체보기]
개헌 말하려면 헌법 준수부터
나림 이병주, 더 일찍 법(法)으로 통(通)했다
기고 [전체보기]
전문대학을 소개합니다
상어가 떠난 뒤, 북항에 남겨야 할 것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영산회상, 불교음악에서 풍류음악으로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히말라야의 경고
도청도설 [전체보기]
민원인(들)
AI 패권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공동선(Common Good)’으로서 간병 복지
직업병에 대한 자세, 무지와 고의 사이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지독한 집념이 세운 로컬 자산, 대한도기
사설 [전체보기]
생곡소각장 정치적 셈법보다 원칙대로 추진해야
알래스카 LNG, 협력하되 국익이 최우선이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청년기본법, 청년친화도시
인공지능(AI)과 인류 멸종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아트부산, 숫자 이후의 질문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행위별수가제와 인두제, 오해와 진실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금가락지가 땅에 떨어진 형국, 곡전재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무(武)
의료 전문성이 병원 밖 나가는 길 열어야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