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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의 소리] 부산에서 잘 살려면

  • 국제신문
  •  |   입력 : 2022-12-11 19:30:16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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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카타르 월드컵을 지켜본 중국인들은 두 가지 측면에서 깜짝 놀랐다고 합니다. 우선 수만 명이 모인 월드컵 경기장에서 관중이 마스크를 쓰지 않았던 점입니다. 어린아이가 ‘엄마, 아이는 어떻게 태어나는 거야?’라고 물으면 당황하는 것처럼요. 중국의 한 아이가 ‘왜 노마스크인가’를 묻자 부모가 어떻게 대답할지 몰랐다는 에피소드가 소개되기도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중국은 노마스크 관중이 잡힌 중계화면을 편집했다는 의혹을 받습니다. 수만 명의 노마스크 관중은 ‘제로 코로나’ 정책의 허망함을 보여주니까요.

중국인이 놀란 또 하나는 한국과 일본의 16강 진출입니다. 올림픽 강국인 중국은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 단 한 번도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적이 없죠. 심지어 축구에는 진심이 아니라던 미국도 16강 진출에 성공했는데요. 한·미·일이 축구를 즐기고 있을 때 중국은 카타르 월드컵 경기장과 축구 용품이나 선수단 버스가 중국산이라며 위안을 삼았습니다.

그동안 중국은 스스로를 최고라고 여겼고, 최선이라고 했습니다. 중국의 엄격한 방역 정책과 스포츠 분야의 대규모 투자는 실제로 모두를 놀라게 했죠. 하지만 울타리 밖으로 나서자 글로벌 스탠더드 앞에서는 중국의 상황이 극명하게 노출됐습니다.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 것이, 정말 잘하는 것이라고 단정 짓기 어려워졌죠.

이건 우리에게 큰 시사점을 줍니다. 부산에 사는 우리의 스탠더드가 부산에 한정돼 머물러서 안 되는 거죠. 네트워크 확장에 따라 로컬 스탠더드에서 벗어나야 하는 과제를 얻게 됐습니다. 돌이켜보면 오늘날 네트워크는 우리에게 큰 위기를 가져다줬는데요. 인터넷과 물류망의 네트워크는 화장지 하나를 사더라도, 전국 화장지 판매상과 경쟁하게끔 했습니다. 물리적 거리를 상실하게 하면서, 더 이상 우리 마을의 주민이 우리 가게 화장지를 사주지 않게 된 겁니다. 부산에서 최고라고 해도, 부산 사람들조차 외면할 수 있죠. 몸은 부산에 있지만 비교 대상은 부산의 화장지가 아니게 됐으니까요.

이제는 얼굴도 모르는 전 세계 어떤 이와 경쟁을 해야 합니다. 내 옆자리의 동료와 상사만 나의 경쟁자가 아닌 건데요. 국내에 코딩 개발자가 부족하다면, 해외에서 데려오거나 해외 기업에 외주를 주는 것은 너무나 익숙해졌고요. 시차를 고려하여 세계 곳곳에 사무실을 배치해 24시간 운영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내가 잠을 자는 사이 우리의 경쟁자는 어디선가 일하고 있을 수 있죠.

1900년대 초 뉴욕 사람에게 물었습니다. 움직이는 기계가 있다면 어디에 사용하겠느냐고 말이죠. 그랬더니 ‘말똥‘을 치우는 데 사용하겠다고 답합니다. 당시에는 마차가 이동 수단이었기에, 뉴욕의 가장 큰 골칫거리가 끝없이 배출되는 거리의 말똥이었습니다. 뉴욕에만 20만 마리의 말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 말들은 하루 평균 2000t에 가까운 배설물을 쏟아냈습니다. 온실가스 오염은 물론이고 파리가 옮기는 질환으로 매년 뉴욕시민 2만 명이 사망했죠. 그래서 당시 뉴욕 사람에게는 말똥 잘 치우기가 중요했던 겁니다.

그런데 움직이는 기계가 있다면 자동차를 만들면 되지 않을까요? 애초에 말똥 문제가 생기지도 않을 겁니다. 우리 국민 2명 중 1명이 자동차를 보유한 지금으로서는 너무나 당연한 얘기인데요. 당시에는 움직이는 기계를 자동차로 연결 지어서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즉, 변화는 우리의 생각보다 더 빠르게 다가올 수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진리로 결론이 나죠. ‘세상은 넓고 빠르게 흘러간다.’

그래서 동백통의 경쟁자는 ‘배달의민족’이 아니라 ‘그랩’이고요. 국제신문의 경쟁자는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가 되어야 합니다. 김해의 라면집은 일본 후쿠오카에 있는 라멘집보다 맛있어야 하죠. 일본에서 라멘만 먹고 돌아오는 것도 ‘가성비’ 있다고 평가하는 시대이니까요.

머리 아픈 얘기입니다. 적당히 잘 살던 때가 그리워지죠. 하지만 붙잡고 싶어도 흘러가는 것이 우리의 세월이라고 했던가요. 우리는 적응해야만 합니다. 잘 살려면 말이죠. 그래도 오늘날 위기를 반대로 생각하면, 우리도 전국을 상대로 화장지를 팔 수 있습니다. 물리적 거리를 상실하고 빠른 변화에 적응해야 하는 것은 나뿐만 아니라 모두가 겪는 상황이니까요.

김동현 미스터동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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