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더불어 살며 지켜가야 할 피란수도 부산

  • 국제신문
  •  |   입력 : 2022-12-08 18:55:41
  •  |   본지 1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피란수도 부산이란 용어를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던 해가 2016년이었으니, 햇수로 7년이 지나간다. 필자에게 있어 지난 7년은 부산이란 도시에 내재된 특별함을 다시금 깨닫는 시간이었다. “1950년에 부산이 없었다면” “그해 8월과 9월에 부산항이 없었다면”이라는 상상 아닌 상상은 대한민국에 있어 부산의 존재 이유를 이해하게 한다.

근자에 향토사학자 김한근 선생에 의해 1950년 8월 5일에 촬영된 여러 장의 빛바랜 흑백사진이 발굴됐다. 2부두에 짐을 푼 미 해병들이 1부두 쪽으로 행진하다가 부산역 플랫폼에서 열차를 기다리는 장면들이 이어진다. 아마 그들은 왜관, 다부동, 안강과 기계, 영천 등지로 이동해 전투에 참전하고 낙동강 전선 구축에 힘을 보탰으리라. 국군과 함께 그들은 낙동강을 지켜냈던 대한민국 수호의 주역이었으리라. 그해 8월 18일, 피란수도 부산의 역사는 시작됐고 9월 14일까지의 버팀은 인천상륙작전을 가능하게 했다. 또한 그 시간은 전쟁 역전이라는 씨앗을 품었고 결국 싹을 움트게 했다. 그러나 그대로 끝날 줄 알았던 피란수도 부산의 역사는 이듬해 1·4후퇴와 함께 재개됐다. 길어지는 전쟁으로 사상자들이 수없이 쏟아졌고, 당시 부산은 전쟁 중이었음에도 전쟁이 없었던 유일한 대도시이자 피란수도였기에, 유엔군의 안치를 위한 터도 부산에 선택될 수밖에 없었다.

부산이 피란수도로서 1023일 동안의 임무를 마친 지 정확히 70년이 흘렀다. 지금 부산은 건축물 5개소와 장소 4개소로 구성된 피란수도 부산의 흔적들을 모아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다. 생뚱맞다고 여길지도 모르겠다. 전쟁을 겪지 않은 대다수가 시민이 된 이제야 피란수도의 흔적을 세계유산과 연결하려는 의도에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세계유산을 가져 보겠다는 과욕(?)이 전혀 없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그보다는 ‘부산의 정체성, 대한민국에 있어 부산 역할론에 대한 재조명의 필요성’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논지는 분명 옳아 보이는데, 등재하겠다는 유산들의 실태가 무척 딱하고 상황이 어려운 점이다. 우리나라의 세계유산 모두는 사적급 이상으로 보호받아 온 것들이다. 오래전부터 온전히 지켜온 유산이었기에 세계무대서도 통한 것이다.

변명 아닌 변명을 해본다. 부산은 1970년대까지 전쟁 후유증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전쟁이 끝났는데도 떠나지 못했던 육칠십만의 피란민은 부산사람이 됐고, 결과적으로 부산은 수용력의 서너 배를 초과하는 초고밀 도시가 됐다. 그래서 부산은 생존을 위해 다투는, 마치 용광로와 같이 끓어오르는 개발 도시가 될 수밖에 없었다. 3인이 살면 적당한 집에 이미 4명이 살고 있었고, 이에 10명이 넘는 사람들이 갑자기 찾아왔다고 생각해 보자. 그 많은 사람이 한 집에서 과연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집이 제대로 유지될까. 분명 이삼일 내에 아수라장이 되고 말 것이다.

부산이 바로 그런 도시였다. 다르게 생각하면 부산은 국난을 떠안은 고난의 도시였다. 이런 상황에 대한 이해를 전제로 하면, 비로소 부산의 현재 모습이, 특히 피란수도 부산과 연결된 유산들의 상태가 이해되고 또한 제대로 유산을 지킬 수 없었던 지난 현실에 가슴이 저려온다. “어쩔 수가 없었구나.” “참으로 힘들었겠구나.”

7년 전 상황을 회상해본다. 부산연구원 부산학센터의 발의로 기능을 잃은 채 급속도로 사라지고 기억마저도 희미해져 가던 피란수도 부산의 물증들을 찾기로 했다. 1000여 개에서 280여 개로 다시 16개로 그리고 지금의 9개로 좁혀졌다. 옥석이라고 골랐지만, 그마저도 반수 이상은 문화재는커녕, 그저 오래되고 낡아 하찮게 여기던 것들이었다.

많이 늦었지만, 시는 문화재로 인정받기 위한 과정을 밟고 등급도 올려보았다. 그러나 대부분 도심 속에 위치해 추가적인 보호조치가 만만치 않고, 아직도 국가 기준에는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그렇다고 포기는 있을 수 없다.

과거 사실을 뜻하는 역사(歷史)에서의 史는 ‘中’과 바른손(오른손)인 ‘右’가 결합돼 ‘바르게 쓴다’는 의미를 가진다. 즉, 과거 사실에 대한 ‘올바르고 진실된 주관적 설명과 해석’을 더한 것이 역사라는 것이다. 이에 한 가지를 보태 본다. 잊고 있었거나 놓치고 있어 몰랐던 것을 바르게 알게 하는 것도 역사의 본질적인 한 부분이라는 점이다.

부산은 과밀해 보이는 겉모습과 경제발전 중심의 정책 때문에 늘 개발도시로 치부돼왔다. 그러나 부산은 조선시대부터 끊임없이 반복된 왜의 침략과 19세기 중후반부터는 일제 침략을 버텨낸 국토수호의 보루였고, 연이은 전쟁과 백만 이상의 피란민을 품었던 포용의 도시였다. 특히 1023일 동안, 그리고 이후 20여 년간 부산이 보낸 시간은 대한민국의 존립을 결정짓고 확증했던 위대한 역사였다. 이 역사를 보다 더 바르게 기록해야 함은 물론, 더 적극적으로 절실히 기억하며 더불어 살아가면 좋겠다. 왜냐하면 피란수도 부산의 역사를 지켜가는 일은 결국 대한민국의 근대역사를 올바르게 세워가기 위함이기 때문이다.

강동진 경성대 교수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시, 백양·신백양터널(2031년 완공) 통합 운영
  2. 2“갑질 보건소장 전출 약속, 구청장 왜 안 지키나” 공무원노조 반발
  3. 3HD현대마린 상장 한달 만에 부산 시총 1위…금양 2위 밀려
  4. 4무법천지 캠퍼스 도로…과속 차량에 음주 킥보드 질주까지
  5. 5‘신산업 인력 양성소’ 부산형 대학원대학사업 급물살
  6. 6부산시의회 안성민 의장 연임
  7. 7의료대란 피했지만…의협 “27일부터 무기한 휴진”
  8. 8[이원 기자의 영화 人 a view] 13년 만에 다시 작품으로 재회 ‘원더랜드’ 김태용·탕웨이 부부
  9. 9“임용도 안 된 게 여기 있냐” 학생이 기간제 교사에 막말(종합)
  10. 10MZ 호캉스 맛집 ‘블루헤이븐’
  1. 1부산시의회 안성민 의장 연임
  2. 2부산시 16조9623억 추경예산안 예결위 통과
  3. 3푸틴 방북한 날 韓中 안보대화…“북러 협력 논의” 견제구
  4. 4與 ‘최고령 초선’ 김대식, 초선 같지 않은 광폭행보
  5. 5시의회는 안정 택했다…안 의장 “반대파·野와 소통할 것”
  6. 6野 일사천리 법안 강행…與 헌재 심판 청구 맞불
  7. 7北, DMZ 수백m 대전차 방벽 구축 확인…지뢰매설 중 사고로 다수 사상자 발생도
  8. 8[단독] 한동훈, 23일 당 대표 출마 선언 계획
  9. 9부산시의회 의장단 18일 선출…막판까지 치열한 득표전
  10. 10우원식, 상임위 野 11 與 7 권고에도…법사위 쟁탈전에 파행
  1. 1HD현대마린 상장 한달 만에 부산 시총 1위…금양 2위 밀려
  2. 2MZ 호캉스 맛집 ‘블루헤이븐’
  3. 3르노코리아 ‘외투 보조금’ 이달 중 윤곽
  4. 4가슴으로 낳은 우리 댕냥이…펫보험 들까, 펫적금 넣을까
  5. 5부산 ‘초격차 스타트업’ 6곳, 향후 3년 최대 11억씩 혜택
  6. 6부산銀 부산 점포 174개…어르신 금융복지 차원 일부 적자 영업점 유지
  7. 7[지금부터 은퇴금융]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가입으로 비과세·분리과세 양손에 쥐어보자
  8. 8주가지수- 2024년 6월 18일
  9. 9부산형 워케이션 인기몰이…글로벌 참가자도 “방 있나요?”
  10. 10분산에너지법 전기료 호재 “부산 데이터센터 유치 속도내야”
  1. 1부산시, 백양·신백양터널(2031년 완공) 통합 운영
  2. 2“갑질 보건소장 전출 약속, 구청장 왜 안 지키나” 공무원노조 반발
  3. 3무법천지 캠퍼스 도로…과속 차량에 음주 킥보드 질주까지
  4. 4‘신산업 인력 양성소’ 부산형 대학원대학사업 급물살
  5. 5의료대란 피했지만…의협 “27일부터 무기한 휴진”
  6. 6“임용도 안 된 게 여기 있냐” 학생이 기간제 교사에 막말(종합)
  7. 7여전히 위험한 부산 스쿨존…주차장 방치되고 펜스는 허술
  8. 8실제 휴진 병원, 신고한 것보다 3배 많아…일부 환자 불편도
  9. 9시의회 “예산대비 실익 적다” 동의안 부결…市 “교육과정·입지 등 지적사항 보강할 것”
  10. 1010대·20대 마약사범 올해만 전체 중 40%…5년새 5000명 늘어
  1. 1부산 아이파크 홈구장 구덕운동장 이전
  2. 2소년체전 부산 유일 2관왕…올림픽·세계선수권 도전
  3. 3보스턴 16년 만에 우승, NBA 새 역사 썼다
  4. 4당구여제 김가영 LPBA 64강 탈락 이변
  5. 52골 취소 벨기에, 슬로바키아에 덜미
  6. 6롯데 ‘5연속 위닝’ 아쉽지만…하위권 상대 치고 오른다
  7. 7'롯데 선발진의 희망' 김진욱이 말하는 ABS와 제구력[부산야구실록]
  8. 8김주형·안병훈 파리올림픽 출전
  9. 9안나린 공동 5위…한국선수 15번째 무승 행진
  10. 10부산 전국종별육상서 금 4개 선전
우리은행
후보가 후보에게 묻는다
부산 서동
4·10 총선 지역 핫이슈
원도심 숙원 고도제한
강동묵의 디톡스 [전체보기]
노동자 건강을 위한 국제사회의 경향
소규모사업장 중처법, 투약 중단이 필요한가?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더 많이 두들겨 보아야 할 산복도로라는 돌다리
옛 부산세관 복원, 진정한 새로운 전통이 되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연대(連帶)의 중요성과 과학자의 역할
준설, 유일한 치수대책은 아니다
국제칼럼 [전체보기]
‘3요’와 칸 레드카펫을 빛낸 조연들
AI시대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기고 [전체보기]
갑진년 김해시의 ‘값진 주민과의 대화’
부울경 메가시티가 먼저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영화에 대한 열렬한 환호와 예우…‘축제의 궁전’ 품격이 달랐다
영화의전당 대표 연임…소통 외치는 현장에 귀 기울여야
김석환의 이미 도착한 미래 [전체보기]
아직 명당 덕을 덜 본 것일까?
노무현이 옳았다
김용석의 시사탐방 [전체보기]
신문은 살아 있고, 칼럼은 말을 건다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공존과 양립으로서의 국악 컬래버
디아스포라의 노래 영천아리랑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천덕꾸러기’ 북항재개발 이대로는 안된다
소통을 이기는 무기는 없다
데스크시각 [전체보기]
가덕신공항과 박형준의 정치적 미래
도청도설 [전체보기]
2030 엑스포 후폭풍
7급 유튜버 공무원
메디칼럼 [전체보기]
일하는 사람의 1차 의료, 근로자 건강진단
100세시대의 건강관리법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대만과 밀크피시
조식전쟁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뇌력(腦力)을 키우는 다섯 가지 비결
뇌, 팩트 체크!
사설 [전체보기]
‘부산어린이병원’ 만반의 준비로 2027년 개원 지켜야
평양서 김정은 만나는 푸틴, 북러 밀착 면밀한 대응을
세상읽기 [전체보기]
포위된 정치, 제22대 국회에 대한 기대
‘고립주의’ 미국, 돌아온 ‘정글’…한반도 해법은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건강주치의 제도가 의료 개혁의 핵심인 이유
의대 입학정원 갈등의 올바른 해법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기회의 바다, 우리네 함장은 어디로 키를 잡을까
부산항, 글로벌 물류 허브 플러스 알파
이해인 수녀 '기도의 창가에서' [전체보기]
12월의 기도편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경제문제가 풀려야 인구문제가 풀린다
중국의 한국시장 시장교란
인문학 칼럼 [전체보기]
인문 정신은 언제나 곡선으로 간다
호모 사피엔스의 바다
전호환의 두잉세상 [전체보기]
‘나만의 생각’을 길러주려면
한국교육의 새 지평을 여는 IB교육학회 창립
차재원의 정치평설 [전체보기]
‘당원 중심주의’의 함정
비례대표 제도는 죄가 없다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오페라 와인
와인이란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바로크 음악
낭만오페라의 종언! 푸치니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꽃피는 부산항’에서
처음 보는 ‘무릉도원’
CEO 칼럼 [전체보기]
가덕도신공항 경제권
우리는 역사적 사명을 띠고 태어났다
  • 유콘서트
  • 국제크루즈아카데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