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인문학 칼럼] 슬기로운 언어생활

말·글을 매만지는 수고, 언어 잘 다루려면 필수

사회적 책임 큰 이라면 이런 노력이 더 절실해

  • 국제신문
  •  |   입력 : 2022-12-07 19:34:41
  •  |   본지 19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말과 글은 너무도 일상적인 것이라 쉽게 생각할 수 있지만, 우리 주변에 말을 옳고 바르게 잘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만큼 언어생활은 어려운 외줄타기와 같아서 잘하려면 지혜와 훈련이 필요하다. 로마 시인 호라티우스는 ‘시학’에서 언어생활의 위태로움을 이렇게 표현했다. “간결하게 쓰려고 애쓰다 모호한 글을 쓰고, 섬세하게 쓰려다 맥없고 힘없는 글이 됩니다. 큰 걸 호언하다 과장합니다. 조심조심 격정을 피하다 소심하게 땅을 기고, 단조로움을 넉넉하게 변주하고 싶어 하다 돌고래를 숲에, 멧돼지를 바다에 보태어 그립니다. 기술이 없으면 잘못을 피하려다 실수를 범합니다.”

그렇다면 기술을 익혀서 실수와 잘못을 피할 수 있겠다 싶지만, 기술을 배운다 해도 말과 글을 잘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에라레 후마눔 Errare humanum.’ 사람은 실수하기 마련이다. 사실 인간 본성상 도저히 피할 수 없는 잘못과 실수라서 어쩔 수 없는 것도 있다. 하물며 위대한 시인 호메로스도 때로 졸 때가 있었다니, 다른 이들이야 말해 무엇 하겠는가? 사실 비속어 한두 개쯤은 사소하다고 눈감아 줄 수도 있다. 문제는 거듭해서 같은 실수와 잘못을 반복하는 것이다. 필사자가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키타라 연주자가 같은 현을 계속 헛짚는다면, 어찌해야 할까?

어떤 분야는 탁월하지 않고 평범해도 참아줄 만한 분야가 있다. 뛰어난 변호사가 아니고 간신히 수졸을 면한 신세라도 간단한 사건을 맡아 밥벌이는 할 수 있다. 하지만 어떤 분야는 평범해서는 안 된다. 계속해서 같은 실수를, 같은 과오를 반복해서는 절대로 안 되는 직업이 있다. 이런 필사자는 다른 일거리를 찾아야 하고, 이런 연주자는 다른 밥벌이를 찾아야 한다. 일단 잘못 세상에 나온 책은 바로잡기 어렵고, 한 번 망친 연주자에게 두 번의 기회는 좀처럼 주어지지 않는다. 한번 뱉은 말은 다시 주워 담을 수 없기에 언어생활도 더욱 신중해야 할 것이다.

슬기로운 언어생활의 요체는 말과 글을 공글리는 시간과 수고다. 많은 날들을 두고 거듭해서 지우개로 지우고 단련하고, 손톱으로 열 번 완벽하게 칼의 날을 세우듯, 매만져야 한다. 이런 연습과 노력이 없이 언어생활을 타고난 자질에 맡기려 한다면, 이는 술이 불러일으킨 광기와 열정에 기대어 좋은 시를 쓴다고 믿으며, 봄기운 살랑일 때 부풀어 오른 검은 담즙 멜랑콜리아를 탐하고, 머리도 감지 않고 수염도 깎지 않고 목욕도 하지 않고 광증에 몸을 맡겨, 불타는 화산에 뛰어든 시인을 따라 하는 어리석음이다.

세계적인 체육 경합에서 결승선을 제일 먼저 통과하여 승리의 월계관을 머리에 쓰려는 젊은이는 어려서 더위와 추위 속에 많이 견디고 참으며 단련했고 여자와 술을 멀리한다. 세계적인 음악 경합에 출전하여 우열을 다투는 연주자는 일찍이 어려서부터 배우고 선생님들 앞에서 추상같은 불호령에 떨었다. 열심히 쓴 글이라도 사람들은 ‘이건 고치게’, ‘이것도 고치게’ 한다. 여기저기 잘못과 실수를 지적한다. 여기저기 고치라고 하다가 급기야는 이건 다시 쓰라고도 한다. 한가한 어구를 비난하고, 거친 어구를 꾸짖고, 중언부언에 줄을 그어 지워버리고, 지나치게 야심을 부린 문장을 자르라, 불분명한 문장에 빛을 주라, 모호한 언급을 바꿔라 훈계한다. 이때 훌륭한 사람은 빛을 잃은 단어를, 무게를 잃은 단어를, 부당하게 영광을 누리는 단어를 가차 없이 지우고 없앤다. 과장을 단속하며, 지나치게 거친 말을 다듬고, 빈약한 말을 축출한다. 말과 글을 잘하려는 사람에게 단련은 혹독한 법이다.

여기서 로마의 호구감찰관 카토의 말은 정곡을 찌른다. ‘가혹한 정적들은 달콤하다고 생각한 친구들보다 때로 도움이 되는데, 정적들은 간혹 진실을 말하지만, 친구들은 결코 말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끔한 지적을 불편해하는 사람에게는 결국 아첨꾼 친구들만 주변에 남게 된다. 비웃는 자가 누구보다 감격하는 법이다. 기대에 부풀어 보여준 글을 ‘굉장한데, 좋은데, 제대로 쓴 글인걸’ 하며 창백한 표정으로, 우정 어린 눈빛으로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춤추고 발로 땅을 구르기도 한다. 장례식에 울어 달라 돈 받고 응한 이들이 영혼으로 슬퍼하는 이들보다 더 슬퍼 보이는 것처럼 말이다. 적들의 아부에 취해 거짓의 탈을 쓴 영혼에게 속으면 결국 세상의 웃음거리가 되고 만다.

말과 글을 살뜰히 살피고 고치라는 시인 호라티우스의 당부는 사실 언어생활만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다. 언어생활은 모든 사회 활동의 토대이고 근본이다. 고쳐지지 않는 막말과 비속어의 언어 습관은 장차 어떤 활동과 성과를 보여줄지를 미리 말해주기도 한다. 특히 맡은 사회적 책임이 크고 중한 경우라면 더욱 그러하다. 주변의 아첨꾼들에게 속고, 자기 자신에 도취되어 버린 어리석은 오만은 더없이 높은 곳으로 올라가 더욱 처참하게 무너질 것이다.

김진식 로마문학 박사·정암학당 연구원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해운대 벗어나 우리동네로…부산이 온통 극장이네요
  2. 2부산에 하나 뿐인데…‘부산예대’ 내년 2월 문 닫는다
  3. 3“능인선원 매각 협상 나서라” 국제신문 사활 건 총력투쟁
  4. 4준비 덜 된 경찰시대…‘대국민 수사 실험’ 우려
  5. 5‘반쪽’ 자갈치 축제…내홍에 창립멤버 어패류조합 빠졌다
  6. 6[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7. 7“가덕 공사비 증액 법 개정 앞서 정부 약속부터”(종합)
  8. 8전재수 ‘되돌릴 수 없는 해양수도 기반 조성’ 선언
  9. 9시민이 만든 '부캉이' 공공 자산으로…부산시, 상표권 독점 막는다
  10. 10부산중수청 문 여는데 아직 공사중…외부 출입통제도 어려워
  1. 1[속보] “전두환 내란 아냐” 김태규 ‘제명 촉구 결의안’의결
  2. 2‘교정시설 조성 지원 특별법’ 발의…부산구치소·교도소 통합 뒷받침
  3. 3부산 국힘 “보좌진 유죄 선고…전재수 시장, 시민에 사과해야”
  4. 4[속보]우크라 외무 “한국 중요해…외교적 오해 해결바라”
  5. 5김민석 부산 찾아 “전재수 시정 성공시키겠다”
  6. 6李대통령 “우크라, 상대국 원수 거짓말쟁이 만들어…사과 거부시 추가 조치”
  7. 7국힘, 중수청 앞서 “범죄자 천국될 것” 여론전(종합)
  8. 8李 “김지용, 친윤 아닌 반윤 검사” 중수청장 청문 요청키로
  9. 9靑 “이 대통령 ‘불의의 사고’ 표현, 부상 장병 위로한 것…북한 면죄부 주려는 것 아냐”
  10. 10이 대통령, 김지용 중수청장 후보자 청문요청안 재가
  1. 1“가덕 공사비 증액 법 개정 앞서 정부 약속부터”(종합)
  2. 2동래 플래그십 문 연 ‘르노’…미래차 R&D센터 내년 오픈
  3. 3삼성중공업, 올해 LNG운반선 20척 수주. 글로벌 경쟁력 입증
  4. 4북극 누빈 아라온호, 항로예측 기틀 마련
  5. 5최태원, 9440억 규모 SK 지분 매각 결정…노소영 재산분할액과 같은 규모
  6. 6신한은행 해킹 서버서 “‘중국어 AI 침투도구’ 흔적 발견”
  7. 7대선주조 부산 문화 앞장…‘부산국제록페스티벌’ 8년째 후원 행보
  8. 8신한銀 2만5000명 고객정보 털렸다…당국 조사
  9. 9BPA, 5번째 해외 물류거점 구축…베트남 사업 본궤도
  10. 10국민·하나·부산은행도 당했다…금융권 해킹 피해 확산(종합2보)
  1. 1부산에 하나 뿐인데…‘부산예대’ 내년 2월 문 닫는다
  2. 2“능인선원 매각 협상 나서라” 국제신문 사활 건 총력투쟁
  3. 3준비 덜 된 경찰시대…‘대국민 수사 실험’ 우려
  4. 4‘반쪽’ 자갈치 축제…내홍에 창립멤버 어패류조합 빠졌다
  5. 5전재수 ‘되돌릴 수 없는 해양수도 기반 조성’ 선언
  6. 6시민이 만든 '부캉이' 공공 자산으로…부산시, 상표권 독점 막는다
  7. 7부산중수청 문 여는데 아직 공사중…외부 출입통제도 어려워
  8. 8김해시민 민생회복지원금, 2주 만에 지급률 80% 돌파
  9. 9아침기온 경남 7도, 부산 15도…2일부터 쌀쌀해진다
  10. 10“기관장 인선, 유능하면 지역 불문…산은 유치 채널 총동원”
  1. 1송교창·최준용 빠진 KCC…‘루이스 킹’ 희망될까
  2. 2KLPGA 대회 처음 부산서 여는 HJ重… “지역과 상생할 것”
  3. 3메치고 쏘고…한국 유도·양궁 ‘금빛 데이’
  4. 4한국 여자 양궁 단체전 인도에 져 은메달…8연패 무산
  5. 5성적 부진·단장 공백·감독 결별·구단주 경고…김해FC ‘사중고’
  6. 6자존심 지켰다…남자 양궁 리커브 단체전서 금메달
  7. 7LoL 대표팀, 대만 꺾고 아시안게임 금메달…무실 세트 제패
  8. 8HJ중공업, 8∼11일 KLPGA 챔피언십 대회 주최…부산서 처음 열려
  9. 9돌아온 금빛 주역들, 프로야구 막판 순위·타이틀 경쟁
  10. 10해볼 만하다…女축구, 8년 만의 AG 메달 도전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인공지능 정렬’ 골든타임 놓치지 말라
자동화의 세상에서 지능화의 세계로
국제칼럼 [전체보기]
개헌 말하려면 헌법 준수부터
나림 이병주, 더 일찍 법(法)으로 통(通)했다
기고 [전체보기]
전문대학을 소개합니다
상어가 떠난 뒤, 북항에 남겨야 할 것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영산회상, 불교음악에서 풍류음악으로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히말라야의 경고
도청도설 [전체보기]
민원인(들)
AI 패권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공동선(Common Good)’으로서 간병 복지
직업병에 대한 자세, 무지와 고의 사이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지독한 집념이 세운 로컬 자산, 대한도기
사설 [전체보기]
생곡소각장 정치적 셈법보다 원칙대로 추진해야
알래스카 LNG, 협력하되 국익이 최우선이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청년기본법, 청년친화도시
인공지능(AI)과 인류 멸종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아트부산, 숫자 이후의 질문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행위별수가제와 인두제, 오해와 진실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금가락지가 땅에 떨어진 형국, 곡전재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무(武)
의료 전문성이 병원 밖 나가는 길 열어야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