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가 넘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매주 쏟아져 나오는 다양한 분야의 신간 서적들은 못다 한 숙제 같은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책상 위에는 구입하거나 기증받은 책이 수북이 쌓여만 간다. 외국에서 발행되는 신문 잡지 서적까지 포함하면 기하급수적이다. 사방에서 휘몰아치는 정보 홍수의 한 가운데 서서 허우적거리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가끔 학생들이나 지인들이 이렇게 범람하는 정보를 어떻게 읽고 활용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가라고 물어온다. 난들 뾰족한 방법이 있을 리 만무하지만, 오랜 시행착오를 거쳐 정착시킨 나름의 방법을 이야기해 줄 때가 있다.
우선 마음을 비우는 것이 중요하다. 모든 정보를 섭렵하겠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고 괜한 욕심은 스트레스만 가중시킨다. 건강에 해롭다. 책을 구입했다고 처음부터 끝까지 읽겠다는 마음도 버리는 것이 좋다. 책값을 뽑는답시고 한 장 한 장 다 읽는다고 한들 어차피 일주일만 지나면 거의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그러므로, 책의 서문과 결론 부분을 먼저 읽어 우선 저자가 독자에게 전하고자 하는 골자가 무엇인지를 찾아내는 작업에 집중한다. 표지 띠지에 적혀있는 문장이 때론 책의 핵심을 알아차리게 하는 중요한 힌트가 될 수 있다. 신문에 소개된 서평을 찾아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렇게 책의 골자를 먼저 파악한 후에는 목차를 보며 핵심과 가장 가까운 기술을 하고 있는 것 같이 보이는 장으로 곧바로 이동 한다. 핵심을 설명하고 있는 부분은 밑줄을 치고 필요에 따라서는 메모를 하며 집중적으로 공략한다. 그리곤 과감하게 그 책에서 손을 뗀다.
이러한 작업을 가장 효율적으로 하려면 주된 관심 분야의 기초지식을 머리에 정립해 두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널리 읽히는 입문서 정도는 마음먹고 정독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역사에 관심이 있다면 대학교양에서 읽었던 한국사 입문이나 고교 국사책을 다시 꺼내 들고 입시생과 같은 마음가짐으로 철저히 섭렵해 보자. 다시 집어 든 고교 교과서는 정겨움으로 다가와 그때 그 시절보다 훨씬 더 빠르게 내용을 습득하고 있는 나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입문서 내용만 머리에 확실히 넣어두면 그다음부터는 웬만한 관련 서적은 건너 뛰어가며 빠르게 읽을 수 있게 된다.
책을 읽은 후 방치하면 머리에 남는 것이 없다. 그러므로 핵심 내용은 주기적으로 외워야 한다. 또 필요할 때 끌어 사용할 수 있도록 정리해 두는 것이 좋다. 요즘 좋은 스마트폰용 메모 앱이 많이 나와 있어 활용하면 손쉽게 그러한 작업이 가능하다. 필자는 ‘에버노트’라는 앱을 사용하는데, 입력해 둔 내용을 검색할 수 있어 편리하다. 독서를 하면서 밑줄 친 부분을 정리해서 앱에 입력한다. 가능하면 발췌한 부분을 육성으로 읽어 음성인식으로 입력한다. 사투리가 심하면 입력의 어려움은 있지만, 소리 내어 읽으면 기억에 오래 남는다. 다만 어떤 부분을 발췌할 것인가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 너무 많은 내용을 입력해 두면 오히려 활용이 어려워진다. 핵심의 핵심만을 찾는 작업도 중요한 연습이다.
책을 읽으며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영감은 투명 ‘포스트 잇’ 에 정리해 해당 페이지에 일단 붙여둔다. 나중에 메모를 뜯어서 보관하면 후에 긴히 활용 가능한 나만의 아이디어 노트가 된다.
외국 서적의 경우, 아마존닷컴의 ‘킨들’에 다운로드받아 읽는다. 미국에서 출판되는 모든 책은 출간과 동시에 바로 전자책으로 읽을 수 있다. 원하는 문장을 복사해 붙이는 기능을 활용, 바로 메모 앱에 저장할 수 있어 매우 편리하다. 또한 전 세계 독자들이 줄을 친 부분을 내가 선정한 밑줄과 비교해 가며 읽으면 도움이 된다.
바야흐로 빅데이터형 독서시대가 열린 것이다. 신문은 매일 읽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국제신문이 아침마다 보내주는 ‘뭐라노’는 뉴스의 핵심을 알려주어 매우 유용하다. 워싱턴포스트 뉴욕타임즈 아사히신문 등과 같은 외국 신문의 경우에도 홈페이지에 들어가 이메일을 등록하기만 하면 무료로 매일 아침 자사 기사를 요약해 보내준다. 번역기를 돌리면 언어의 장벽도 넘을 수 있다. ‘네이버-칼럼’을 통해 전국신문에 실린 칼럼을 훑어보는 습관을 들이면 작금의 우리 사회의 담론을 꿰뚫을 수 있다.
매일 30분 이상의 독서를 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책이라는 밥’을 펴낸 이석연 변호사는 “아무리 바빠도 항상 밥은 챙겨 먹듯이 독서도 매일 해야 한다”고 했다. 안중근의 ‘일일부독서 구중생형극 (一日不讀書 口中生荊棘-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과 일맥상통하는 말이다. 무턱대고 책을 읽는 것보다 자신만의 독서법을 개발해가면서 독서에 임하면 그 즐거움이 배가 된다. 각자 독창적인 독서법을 개발해 보자.
장제국 동서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