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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숲길] 레디 액션, 진해!

  • 국제신문
  •  |   입력 : 2022-12-06 18:58:56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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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의 도시 진해에 ‘로망스’란 이름의 다리가 있습니다. 로버트 제임스 월러의 소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만큼 유명한 사랑의 다리입니다. 진해 여좌천의 로망스다리는 2002년 방영되어 인기를 얻은 TV 드라마 ‘로망스’의 촬영지가 되면서 유명해졌습니다.

여좌천 양옆으로 벚꽃이 피고 질 때 전국 각지의 연인이 그 다리로 모여들어 인산인해를 이룹니다. 로망스다리는 ‘사랑을 고백하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신드롬이 전해지면서 해마다 인기몰이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진해 군항제 기간에만 200여만 명의 관광객이 다녀갔을 정도입니다. 진해의 ‘관광 명소 1번지’로 손색없이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그레고리 펙과 오드리 헵번이 출연한, 1953년에 제작된 흑백필름 영화 ‘로마의 휴일’이 로마 관광의 새로운 붐을 일으켰습니다. 영화에 나오는 장소는 유명 관광지가 되었습니다. 거짓말을 하면 손이 잘린다는 산타마리아 성당의 ‘진실의 입’은 원래 유명했으나, 로마의 휴일에 등장하면서 요즘도 1년 내내 입에 팔을 집어넣어 보려는 사람이 줄을 선다고 합니다.

저는 군항제 기간마다 로망스다리에 인파가 몰리는 것을 보며 ‘영상의 힘’을 절실하게 느낍니다. 물론 일회적인 붐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지속성의 신화를 만드는 스토리텔링과 콘텐츠가 필요하겠지만 진해는 명작이 만들어질 조건이 충분한 도시이기에 매력적입니다.

벚나무가 38만 그루나 당당하게 서 있는 진해는 벚나무로 하여 사계절이 모두 좋은 고장입니다. 봄이면 화려한 벚꽃이, 여름이면 눈부시게 푸른 녹음이, 가을이면 아름다운 낙엽이, 겨울에는 빈손인 겨울나무의 고즈넉함이 각각 다른 ‘4계절 4색의 멋과 맛’을 만들어줍니다. 거기다 진해의 원도심에는 100년이 넘는 근대건축물이 즐비합니다. 도시 자체가 아날로그 감성을 그대로 가진 세트장인 셈입니다.

최근 진해에서 ‘올 로케이션’한 독립영화가 만들어져 영화관에서 상영되고 있습니다. 진해 출신의 젊은 감독 이상진이 곽민규, 한선화 주연의 독립영화 ‘창밖은 겨울’을 발표했습니다. 줄거리는 간단합니다. ‘고향 진해로 내려와 버스 기사가 된 석우는 터미널에서 고장이 난 MP3를 줍습니다. 유실물 보관소를 담당하는 영애는 내다 버린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석우는 누군가 잃어버린 분실물이라고 믿고 싶습니다. 지난날 버리고 온 것들에 대한 후회와 미련 사이 어느덧 가을을 지나 창밖은 겨울을 맞이한다’는 내용입니다.

기존 영화와 비교해 보면 심심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그러나 진해다운 줄거리와 진해가 배경이 되었기에 좋은 영화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올 로케이션이란, 촬영소가 아닌 실제 경치를 배경으로 촬영을 했다는 말입니다. 이 영화는 진해의 햇살과 풍경 속에서 배우들이 출연해 자연스럽게 연기를 합니다. 마치 그곳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상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독립영화란 상업영화의 반대편에 자리하고 있는 영화입니다. 무엇보다 창작자의 의도가 중시되는 영화라고 합니다. 독립영화에서 ‘독립’이란 자본과 배급망에 크게 의존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흥행보다는 작품성에 더 큰 비중을 둔 영화인 것입니다.

저도 상영관을 찾아 영화를 보며 진해의 풍광을 즐겼습니다. 이 영화는 ‘영화 속 시간이 멈춘 듯한 진해 곳곳의 풍경은 이 별것 없는 이야기를 계속 지켜보게 만든다’며 ‘모든 것이 오래된 이 한적한 소도시는 그 모습 자체로 잔잔한 매력을 빚어낸다. 두 사람이 오래된 공간에서 천천히 걷는 모습만 봐도 마음이 치유되는 느낌이다’는 리뷰를 받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진해가 ‘영화의 도시’를 꿈꾸며 ‘레디 액션, 진해!’를 외칩니다. 4선 국회의원 출신으로 소설가로 변신한 신영(신기남) 작가가 해군 장교로 근무한 경험을 펼친 소설 ‘마요르카의 연인’으로 해군과 진해를 소재로 영화를 준비한다고 합니다. 언젠가, 가까운 시기에, 진해의 사계가 수채화처럼 담긴 명화를 만나고 싶습니다.

정일근 시인·경남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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