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171차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 우리나라는 각별히 정성을 기울였다. 2030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를 위한 3차 경쟁 프레젠테이션(PT)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부산을 비롯해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이탈리아 로마, 우크라이나 오데사가 지난 9월 유치계획서를 제출한 이후 실시한 첫 PT였다. 내년 4월 BIE 실사단 현지 실사와 그 후 두 차례 PT, 그리고 11월 개최지 결정 투표를 앞두고 유치 경쟁의 반환점을 돈다는 점에서 의미가 각별했다.
파리 총회엔 한덕수 국무총리와 박형준 부산시장,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참석했다. 한 총리는 PT 마지막 연사로 나서 ‘부산 이니셔티브’를 선언했다. 부산 이니셔티브는 독특한 한국 성장 경험을 세계와 공유하며 디지털 격차, 기후변화, 보건위기, 식량 문제 및 미래세대 인력 양성 등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제 협력 프로젝트다. 한 총리와 박 시장은 각각 아프리카 모잠비크와 가나, 불가리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산마리노 등 유럽 3국을 방문해 부산 유치 활동을 이어갔다. 최 회장은 2030부산엑스포 유치위원회 공동위원장 겸 민간위원장 자격으로 삼성 SK 현대자동차 등 경영진으로 구성된 민간 대표단과 정부 대표단을 지원하며 BIE 회원국을 접촉했다.
3차 PT는 경쟁력이나 차별성에서 경쟁국보다 우위였다고 자평하는 분위기다. 박 시장은 “외국 많은 참관자로부터 탁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했다. 한 총리는 “최 회장 아이디어가 PT에 많이 반영됐다”고 덕담했다. 세계적인 인기를 얻은 드라마 ‘오징어게임’과 월드스타 방탄소년단(BTS) 등장이 최 회장 제안이었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정부와 경제계, 그리고 개최 후보 도시 수장이 치열한 국제경쟁의 최전선에서 힘을 모은 장면이라 하겠다. 2025년 오사카엑스포를 유치한 일본 사례에서 보듯 정부 지자체 민간이 총력 대응하는 건 당연하다. 서로 소통하며 ‘코리아 원팀’의 저력을 과시한 셈이다.
마뜩잖은 건 이런 소식과 함께 전해진 정치권 설전이었다. ‘부산엑스포-사우디아라비아 수주 거래설’ 공방이다. 더불어민주당 김성환 정책위의장이 원내대책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빈 살만 왕세자의 지난달 17일 회담을 겨냥했다. ‘사우디 네옴시티 프로젝트 수주 등을 대가로 부산엑스포 유치를 포기한 것 아니냐는 의혹과 걱정을 하는 국민이 늘고 있다’는 주장이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민주당을 향해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민주당은 언론 보도 내용을 두고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인다며 되받아 쳤다.
리야드는 유치 경쟁에서 부산의 가장 강력한 경쟁 도시이다. 빈 살만 왕세자는 오일머니를 바탕으로 리야드 유치 캠페인을 주도하고 있다. 그가 윤 대통령과 회담한 날 네옴시티에 한국 기업 투자를 희망한다며 40조 원을 웃도는 투자 유치 보따리를 풀었다. 한국 기업으로선 제2 중동붐을 기대하는 희소식이다. 네옴시티는 2030엑스포 유치와 함께 빈 살만 왕세자가 사막에 마천루를 세우는 야심찬 계획이다. 문제는 부산엑스포 유치에 앞장서는 우리 기업이 이 사업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점이다. 빈 살만 왕세자 눈 밖에 나면 우리 기업이 제대로 공사를 수주할 수 없을 테고, 그러니 부산엑스포 유치 동력도 떨어지지 않겠느냐는 셈법이다.
하지만 이는 빈 살만 왕세자가 들었으면 기분 좋을 말일지 모르지만 부산 시민에겐 결코 달갑잖다. 부산엑스포 유치가 성사되면 3480만 명이 관람하며 생산유발효과 43조 원, 부가가치유발효과 18조 원 등 모두 61조 원의 경제 효과가 추산된다. 일자리 창출 효과는 50만 명이다. 부산을 비롯해 울산 경남을 포함한 동남권 성장동력을 획기적으로 키우는 전기라는 이야기다. 이를 뒷거래 대상으로 삼는다는 건 용납할 수 없다. 더는 뒷말이 없어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니 이런 말이 나오는 배경을 경계한다. 내년 11월 개최지 결정은 바로 그 다음해인 2024년 4월 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 분명하다. 미리 고춧가루를 뿌려놓자고 생각했다면 한참 모자라는 생각이며, 비슷한 결로 대통령실이 맞장구를 쳤다면 도긴개긴이다. 이른바 유치 실패를 가정한 출구전략으로 깔아놓는 밑밥이라면 더욱 가당찮다. 내년 4월 BIE 실사단 현지 실사에 앞서 정부나 정치권이 할 일이 태산 같다. 부산엑스포를 위한 북항 재개발 구역 부지 조성이나 인접한 미군 55보급창 이전이 발등의 불이다. 가덕신공항 건설은 초를 다툰다. 두바이엑스포 유치는 ‘항만-철도-공항’이 개최지까지 완벽하게 연결된 교통 체계가 주효했음을 다 안다.
부산 미래가 달린 부산엑스포는 희망 고문이 아니라 희망 선물이어야 한다. 앞으로 1년은 출구전략 따위로 허송할 시간이 아니다. 전력투구에 여야정이 따로 없다.
정상도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