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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에세이] 젠더격차 132년

  • 국제신문
  •  |   입력 : 2022-11-28 19:58:22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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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포럼(WEF)은 현재 추세대로 간다면 전 세계적으로 남녀 간 격차를 줄이는 데 걸릴 시간은 132년이라고 올해 발표했다. 그나마 2021년 발표했던 135.6년보다는 4년여 줄어든 것이 고무적이다. 우리나라는 올해도 146국 중 99위의 하위권 성적을 보였다.

세계경제포럼은 매년 젠더격차지수(GGI)를 국가별 순위와 함께 발표하고 있다. 젠더격차에 대한 경제계의 관심은 이것이 경제와 상관성이 있다고 이미 오래전부터 판단했기 때문이다. 더불어 유엔은 지속가능한 지구를 위해서는 2030년까지 17개의 목표를 반드시 달성해야 한다고 한다. 이러한 17가지의 지속가능개발목표(SDGs) 중 젠더 평등의 목표가 포함되어 있으며, 17개 중 11개의 목표가 과학기술과 여성 관련 내용이다. 지구상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과학기술과 다양하고 균형된 인력의 참여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제순수·응용화학연합(IUPAC)이 발간하는 학술지 ‘Pure and Applied Chemistry’는 2021년 과학의 젠더격차(The Gender Gap in Science)를 주제로 한 특별판을 발간했다. IUPAC는 2017년부터 과학기술 분야의 대표적인 국제단체 10여 곳과 공동으로 과학기술계에서의 젠더격차 해소 방안을 찾는 공동프로젝트를 수행했다. 그 결과, 여성은 과학분야 전반에서 지역, 경제수준과 무관하게 교육이나 취업면에서 남성에 비해 긍정적이지 못한 경험을 현저하게 하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과학 전 분야에 걸쳐 젠더의식이 필요함이 드러난 것이다. 또한, 2020년 미국 화학회에서 발간하는 ‘Journal of Medicinal Chemistry’는 여성 화학자들이 겪고 있는 젠더 장벽, 남녀 화학자 간의 젠더격차를 조명하는 논문들을 모은 특별판을 발간했으며 유엔의 우주사무국에서 2017년부터 Space4Women (여성을 위한 우주)이라는 조직을 결성하는 등 과학계에서의 여성의 참여를 늘리기 위한 노력은 다양성(diversity)이라는 이름으로 보편화되고 있다.

과학에서의 젠더문제란 연구자로서 여성들의 참여가 남성에 비해 저조할 뿐만 아니라, 과학계에서 결정권자나 리더로서의 역할을 하는 여성이 매우 부족하다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STEM (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Mathematics, 즉 과학 기술 공학 수학)으로 표현되는 과학은 생명과학을 제외하고는 남성들이 다수를 이루어 왔다. 그런데 과학에서의 젠더균형은 사회적 책무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과학의 특성상 집단지성이 필요하고, 문제 해결과 현실적인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여러 생각들을 모을 수 있는 다양성으로 표현되는 젠더균형이 필요하다는 것이 많은 연구를 통해 증명되고 있다. 다양한 환경과 문화적 배경의 사람들이 모였을 때 혁신적인 성과들을 낼 수 있다는 거시적인 진리를 깨닫게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올여름 아랍에미레이트(UAE)의 Sharjah대학에서 개최되었던 여성과학포럼에서 보인 아랍여성들의 연구에 대한 열정이나 10월 말레이시아에서 개최된 아시아태평양여성네트워크 연차대회(APNN)에서 지속가능개발을 위한 여성과학인 역량강화 방안, 그리고 11월 이집트에서 개최된 COP27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미국 국무성이 발표한 기후행동을 위한 미국 정부의 여성과 여학생 지원 계획 등은 과학에서의 여성을 더 이상 사회적 약자이기 때문에 배려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지구촌의 핵심인력으로 인정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앞으로의 사회는 누가 먼저 지속가능성과 기후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경쟁력이 좌우될 것이다. 영국 정부는 과학기술 분야에서 “다양성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경제 불가피성”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다양성 정책은 도덕적 윤리적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미래사회를 위해 경제적으로도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최근 여성과학기술인에 대한 관심이 세계적으로 늘고 있다. 아쉽게도, 아직 우리나라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그래도, 부산에는 2011년 제정했던 여성과학기술인지원과 육성에 관한 조례가 있어 다행이다.

김정선 동서대 총괄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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