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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국제칼럼] 참 허망한 부울경 경제동맹

국가 아닌 지자체간 비상식적…법까지 만든 연합체는 걷어차

작은 권력 집착해 큰그림 놓쳐…멀어진 분권 수도권서 웃는다

  • 강필희 기자 flute@kookje.co.kr
  •  |   입력 : 2022-11-21 19:00:06
  •  |   본지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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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대통령선거를 두 달가량 앞두고 본지는 이회창 노무현 정몽준 권영길 등 주요 후보의 ‘지방분권’공약을 분석해 기사를 실었다. 정부가 전폭적인 지원을 통해 지방재정을 확충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그러나 중앙 권한의 지방 분산 필요성엔 노무현 후보를 뺀 나머지 후보 전원이 소극적이거나 대놓고 반대했다. 당시 권한 이양 방안으로 거론됐던 게 부산을 비롯한 비수도권 광역단체장들의 ‘시도지사협의회 법적 기구화’ 요구였다. 시장·도지사 친목모임 수준이던 이 기구를 중앙기관과 대등한 위상으로 격상해 지방 목소리를 국가 정책에 적극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선 사람들조차 “실효성이 없다” ”위원회 정도로 족하다” 등 이유로 손을 내저었다. 한마디로 지방이 중앙에 맞짱 뜨게 둘 수 없다는 것이다. 이 기사에 달렸던 제목이 ‘돈은 나눠도 힘은 못 준다’였다. 중앙정부와 정치인들이 지방분권을 바라보는 본질을 잘 짚었다는 점을 인정받아 한국편집기자협회 편집상을 받았다.

지난 일을 새삼 떠올린 건 요즘 부산 울산 경남의 지방분권 논의를 보면서다. 박형준 부산시장, 박완수 경남지사, 김두겸 울산시장은 부울경 특별연합(메가시티) 절차를 중단하기로 하면서 그 대신에 ‘부울경 초광역 경제동맹’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이 ‘경제동맹’이라는 말이 참 묘하다. 이 용어를 들고나와 메가시티 무산에 첫 운을 뗀 박완수 지사는 “먼저 경제동맹을 이룬 다음 부산과 경남은 행정통합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0년 마산 창원 진해가 합쳐 탄생한 통합 창원시의 초대 시장을 지내기도 했던 박 지사는 행정통합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인물이다. 인구 수십만 규모 소도시간 통합을 이루는데도 엄청난 난관이 있었고, 12년이 지난 지금까지 다시 분리하자는 말이 나오는 지경이다. 그런 판에 행정통합 앞에 경제동맹이라는 걸림돌을 또 하나 놓았다.

더 심각한 건 경제동맹이 무엇을 하자는 것인지, 또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취지와 목표가 모호하다는 점이다. 유럽연합(EU) 모체인 관세동맹이나 유럽경제공동체(EEC)에서 보듯 관세자주권의 포기, 자본과 인력의 자유로운 이동을 허용하는 국가 간 경제동맹이나 공동체는 분명 의미가 있다. 그런데 부울경 어디에서 행정구역이 다르다는 이유로 경제활동이 제약받는가. 기업 입지나 공급망의 공조를 말한다면 기업 자율 훼손이기도 하지만 가능하지도 않다. 세 지역의 교통 문화 관광을 묶어 하나의 경제생활권으로 영위하자는 뜻이라면 부산과 울산을 잇는 고속도로와 동해선, 부전과 마산을 잇는 복선전철 등이 놓이면서 이 희망은 상당 부분 현실이 됐다. 이미 부산 사람이 동해선을 타고 울산시립미술관 전시를 관람하고 거가대교를 넘어온 경남 사람이 광복동에서 쇼핑을 즐긴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지난달 경제동맹 추진 합의 후 다른 두 단체장과 손잡고 웃었지만 그걸 지켜보는 시민이 얼마나 공감할지 모르겠다. 이명박 정부 청와대에서 국가 차원의 행정구역 통합 유도조차 결국엔 무위에 그치는 모습을 직접 목격한 그다. 그런 박 시장이 메가시티도 괜찮고 행정통합도 괜찮다고 하니 진의를 의심받는다.

부산에서 대낮에 동해선을 타면 열차 칸마다 거의 대부분 노인이다. 지역민을 먹여 살릴 기업은 지금 이 순간에도 수도권으로 진입할 길만 찾는다. 시 예산담당 간부는 한푼이라도 국비를 더 따기 위해 기획재정부 공무원에게 읍소하는 형편이다. 돈도 없고 사람도 없고 기업도 없다. 이런 상황이 경남인들 다를까. 각자의 파이가 쪼그라드는 속도가 너무 빨라 특별연합이라는 다소 느슨한 형태로라도 지키고 불리자는 게 메가시티였다. 과거 언급되던 ‘동남권 상생행정’이나 ‘광역공동체’가 법적 근거 없이 뜬구름 잡는 소리였기에 메가시티는 뒷받침할 법까지 수년에 걸쳐 만들었다. 시시포스가 아무리 힘써봤자 결국엔 떨어지고마는 바위처럼 메가시티는 고지를 눈앞에 두고 다시 바닥으로 구른다.

4년 전 지방정권 교체로 민주당 광역단체장이 집권했을 때는 자신들의 지역 기반을 다지기 위해서라도 단체장 간 단합이 잘됐다. 그러나 보수 세력은 자기만 잘났다. 이해 못할 경쟁의식도 강하다. 소도시의 머리가 될 지언정 거점의 수장을 다른 사람에게 양보하는 상황은 용납할 수 없는 것이다. 통합하더라도 자기 임기 이후여야 한다는 속내일 것이다. 작은 권력에 집착해 더 큰 세상을 놓치는 소지역 맹주들의 행태는 많이 봐왔다. ‘지방분권’이 정권 초기 지역민의 환심을 사기 위해 활발히 논의되다 용두사미가 되길 30년이다. 지겹게 반복되어온 역사를 이번엔 정부가 아닌 우리가 만들었다. 우물 속에서 자기들끼리 다투는 모습을 보며 수도권 사람들이 속으로 웃는 것만 같다.

강필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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