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기고] 이태원 참사 사전위험신호, 누가 간과했나

  • 국제신문
  •  |   입력 : 2022-11-21 19:40:56
  •  |   본지 21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지난달 29일 발생한 이태원 참사는 현대 사회 재난의 특징을 간과한 데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160명에 가까운 사람이 한꺼번에 사망한 대규모 재난은 아무런 예고 없이 갑작스럽게 일어나지 않는다.

수많은 위험의 불길한 조짐(harbinger), 혹은 위험 신호(signal potential)가 그 압도적인 재난이 발생하기 전에 존재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 조짐과 신호는 112 신고였을 수도 있고, 더 앞서서는 주변 건물의 불법 증축이었을 수도 있다.

사고가 일어나기 직전에도, 그 시간 및 그 공간에 사전 위험의 신호가 무수히 존재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위험의 조짐과 신호를 누군가 간과했기 때문에, 대한민국의 수도 한복판에서 어처구니없는 대형 압사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사회학자 찰스 페로(Chales Perrow) 예일대 석좌교수는 현대 사회의 시스템은 ‘복잡성(complexity)’과 ‘꽉 짜인 체계(tight coupling)’로 구성돼 있다고 했다. 복잡하고 꽉 짜인 기술적·조직적 시스템은 필연적으로 사고를 발생시킬 수밖에 없다.

초기의 작은 실수는 현대 사회의 시스템을 바탕으로 누적성 복잡성 상호작용성의 특징을 지니게 되며, 이런 특징을 토대로 가속화 과정을 거쳐, 결국 거대한 재난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이 주장은 재난 전개의 비선형성(non-linear)과 맞닿아 있다. 유럽의 사회과학자 헬빙(Dirk Helbing)이 제시한 ‘인과성 네트워크(causality-networks)’에 따르면, 어떤 시스템 내 요인 간의 상호작용은 생산과 확산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복잡한 과정이다. 이 상호작용은 요인 간의 피드백으로 인해 비선형적으로 진행된다. 즉, 우리 사회 시스템의 작은 변화가 어떤 위험을 유발하면, 이 작은 위험은 지속적으로 누적된다.

위험이 누적되어 중요한 임계점(threshold)을 넘어서면 이 위험은 거대한, 혹은 예상할 수 없을 정도로 압도적인 영향력을 지니고 해당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런 논의는 미국 기상학자 로렌츠가 제시한 카오스 이론(chaos theory)과 그 맥락을 같이 할 수 있다.

재난 과정의 특징을 바탕으로 이태원 참사를 고찰해 보면, 대규모 압사 사고가 발생하기 전 분명 불길한 조짐과 위험 신호가 되는 작은 사건이 수없이 발생했었을 것이다. 이러한 조짐과 신호는 사람에게 생존 경고음으로 작동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작은 사건이 쌓이고 쌓여 결국 이날 밤 거대한 재난이 발생한 것이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나비효과’를 보면, 인생 초기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따라 주인공 인생은 극명하게 달라졌다. 이 영화는 초기 미세한 값 차이가 향후 엄청난 큰 결과를 초래한다는 카오스 이론을 바탕으로 한다. 작은 값 설정 차이가 다양한 요인과 상호작용해 결국 엄청나게 큰 차이를 만들어낸다.

이태원 참사에서도 초깃값의 차이, 즉 대응 여부의 차이에 따라 그 결과는 엄청나게 달랐다고 할 수 있다. 위험 신호를 감지해 민감하게 대응한 경우 희생자가 거의 없었을 가능성이 높다. 신호를 무시했기 때문에 참사가 발생했다.

언론학자로서 재난의 2차적 피해 확산에 관해 얘기하고자 한다. 디지털 공간을 중심으로 퍼지는 혐오적인 댓글, 가짜 뉴스는 경계의 대상이다.

필자가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SNS를 통해 전달되는 재난 기사와 이에 달린 댓글은 언론사 기사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도, 그 이슈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SNS에서 무례하고 혐오적인 댓글을 읽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재난 정책에 대한 신뢰를 더 낮게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를 통해 재난 관련 정책을 지지하고자 하는 의도도 낮아졌다. 이태원 참사와 관련한 무례하고 혐오적인 댓글을 막을 수 있는 언론사의 제도적인 장치 마련도 필요해 보인다.

이태원 참사 같은 믿기지 않는 재난을 방지하려면, 초깃값 재설정이 필요하다. 지금 우리가 선택하는 결정의 미세한 차이에 따라 대규모 재난이 재발하는가, 아니면 감소하는가 분명 달라질 것이다.

임인재 성균관대 글로벌융복합콘텐츠연구소 선임연구원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날씨칼럼] 날씨와 기후 사이, 평년값으로 읽는 10월
  2. 2부캉이가 남기고 갈 ‘북항 활성화·기후 대응’ 숙제
  3. 3아파서도, 부적응도 아니다…고교 자퇴 71% ‘내신 세탁용’
  4. 4부산 이전 1차 공공기관 4곳, 수도권에 여전히 495명 잔류
  5. 5세입자 보증금 안 준 前 금정구의원…추가 피해 확산
  6. 6민주항쟁사 한 폭에 담은 작가 “부마정신 헌법에”
  7. 7구·군 부단체장 출퇴근 의전 논란, 부산 5곳 폐지 결정…4곳은 “고수”
  8. 8부산행 KTX 하부 패널 파손…승객 300명 열차 갈아타
  9. 9부산국제영화제 11년 만에 ‘관객 20만’ 재돌파
  10. 10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1. 1[정가 인&아웃] 지역현안 해결사 이헌승 국힘 부산 국회의원, 국제신문 회생에도 팔 걷어
  2. 2[속보] 김민석 "'조희대 탄핵 추진' 논의 공식화"
  3. 3이 대통령 "부마항쟁과 5·18, 헌법 담아내야" 국회에 개헌 논의 촉구 (종합)
  4. 4北, 잠수함발사 전략순항미사일 2종 시험발사(종합)
  5. 5이헌승 "국제신문 실질적 대주주 조사 미흡" 질타에 부산노동청장 "다음주 면담"
  6. 6李대통령 지지율 39%, 하락세 멈췄다…민주 36% 국힘 27%
  7. 7李대통령 “국무회의 비공개 동의못해…할말 못하는 국무위원 없다 확신”
  8. 8이혼소송 중 주소 노출…서울고법원장, 아내 살해 공무원 사건에 “제도개선”
  9. 9이 대통령, 김지용 첫 출근에 "피아구별 없이 엄중 수사하길"
  10. 10李대통령 “부마항쟁과 5·18 헌법 수록 개헌, 국회가 나서달라”
  1. 1부산 이전 1차 공공기관 4곳, 수도권에 여전히 495명 잔류
  2. 2부산TP 수장 중기부 승인…신임 기관장들 내주 취임
  3. 37.5% 폭락 ‘녹아내린 코스피’…7000서 7일 만에 5500으로(종합)
  4. 4누리호 탄 군집위성, 발사 14시간 만에 첫 지구 촬영 성공
  5. 5‘신뢰 시그널’ 없는 증시…외인 이달만 18조 투매
  6. 640돌 수산무역협회도 부산시대 연다
  7. 7부산 9월 취업자 9000명 늘었지만…'경제허리' 40·50대 3만명↓
  8. 8모건스탠리 “고물가 고착화 위험에 한은 내달 금리 올릴 듯”
  9. 9부산항에 석유 보세구역…북극항로 선박연료 생산·공급
  10. 10AI 투자 회의론 고개…글로벌 반도체주 ‘먹구름’
  1. 1[날씨칼럼] 날씨와 기후 사이, 평년값으로 읽는 10월
  2. 2부캉이가 남기고 갈 ‘북항 활성화·기후 대응’ 숙제
  3. 3아파서도, 부적응도 아니다…고교 자퇴 71% ‘내신 세탁용’
  4. 4세입자 보증금 안 준 前 금정구의원…추가 피해 확산
  5. 5민주항쟁사 한 폭에 담은 작가 “부마정신 헌법에”
  6. 6구·군 부단체장 출퇴근 의전 논란, 부산 5곳 폐지 결정…4곳은 “고수”
  7. 7부산행 KTX 하부 패널 파손…승객 300명 열차 갈아타
  8. 8고성서 세계적 산악인 엄홍길 대장과 함께하는 등산축제
  9. 9“장림항 레저보트 철수명령 정당” 대법 확정
  10. 10부산 금정구, ‘야생화 및 국화 분재 전시회’ 개최
  1. 1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2. 2득점은 킹, 리바운드는 롱…KCC 살릴 ‘믿을맨’ 찾았다
  3. 3자금 숨통 틔웠다…LIV골프 살아날까
  4. 4[뭐라노] 롯데, 이젠 성찰할 때
  5. 5프로야구 역대급 흥행에도 쪼그라든 ‘거인 팬심’
  6. 6인종차별 당한 엄지성…英 경찰 수사
  7. 7거인 3년 연속 7위…레이예스·한동희는 날았다
  8. 8황성빈은 첫 도루왕…끝까지 뜨거웠던 타이틀 경쟁
  9. 9한화, 새 사령탑에 류지현…3년 20억원
  10. 103년 無가을로 계약 만료…김태형 감독 운명은?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AI 시대, 부산 R&D의 대전환
원자력 청출어람, 스승을 가르치다
국제칼럼 [전체보기]
사라지는 것, 귀 기울일 것
열린 사회와 그 적들
기고 [전체보기]
배의 피부를 지키는 기술은 도장이다
거장은 떠나도, 오케스트라는 남아야 한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북극항로, 첫 배보다 중요한 것은 다음 배다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도청도설 [전체보기]
은정이라는 이름
다시 영화의 시간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요추부 척추관협착증, ‘메포츠’로 극복하기
B형 간염 ‘바이러스 수치’에 ‘급여’ 맞춰야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초대 중수청장, 내편 네편 아닌 국민편에 서라
지자체, 현수막 법 준수하고 실태부터 파악해야
세상읽기 [전체보기]
다민족 사회
부캉이가 북항에 던진 질문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금가락지가 땅에 떨어진 형국, 곡전재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거울 속의 외계인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