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포-17형’(화성-17형) 시험발사에 성공하면서 국제사회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18일 단행한 화성-17형 시험발사 성공을 자축하며 “명실상부한 핵 강국으로 행성 최강의 ICBM 보유국이 됐다”고 20일 선전했다. 앞서 북한은 지난 17일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에 이어 다음 날 ICBM을 발사했다. 한일 군당국은 이번 미사일이 최고 고도 6000㎞로 1000㎞를 날아 훗카이도 서쪽 일본 배타적경제수역(EEZ) 안에 떨어졌고, 고각이 아닌 정상 궤도였다면 1만5000㎞를 비행해 미국 본토에 닿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2단 분리 후 정상 비행에 실패한 보름 전과 달리 이번 발사는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됐다.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도 ICBM이 화성-17형이라는 것과 성능을 확인 보도했다. 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현지지도 사실을 공개하면서 ‘대륙간탄도미사일부대’를 처음으로 명시했다. 이번 도발은 한국과 미국, 일본이 북한을 겨냥해 확장억제를 펼치는 데 맞서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ICBM으로 정면 응수한 것이다. 한·미·일 정부는 즉각 북한을 규탄하는 성명을 냈고 윤석열 대통령은 당일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참석해 확장억제 강화안 이행과 강력한 대북 제재 추진을 지시했다.

북한 ICBM 기술이 상당한 진전을 이룬 것으로 드러나면서 한국 안보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화성-17형은 핵탄두를 여러 개 탑재해 여러 도시를 공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미국을 향해 미 본토도 위험에 처할 수 있으니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한반도 비핵화가 비현실적임을 받아들이란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또한 김정은 위원장이 발사 현장에서 딸을 처음으로 공개하면서 미사일 시험발사 성공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낸 것은 위협적이다. 김 위원장은 “우리 당과 공화국 정부는 단호히 핵에는 핵으로, 정면대결에는 정면대결로 대답할 것”이라고 군사적 보복 의지를 밝혔다. 따라서 북한의 도발 수위가 더 세질 것으로 우려된다. 연내 ICBM 추가 발사는 물론 제7차 핵실험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그래서 나온다.

정부는 한미 동맹을 강화하고 한미일 안보협력 수준을 높이는 한편 내부적으로 북의 위협을 억제할 능력을 갖춰야 한다. 그간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자금원으로 지목돼온 ‘암호화폐 거래·탈취’를 차단하기 위한 방안도 적극 강구해야 하겠다. 또한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으려는 북한을 국제사회가 용인하는 일은 없다는 의지를 행동으로 분명히 보여줘야 한다. 북한의 이번 ICBM 발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명백히 위반한 행위이다. 오늘 열리는 안보리 회의에서 이해당사국으로 참석하는 정부는 북한의 도발을 외면하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를 설득해 북한을 추가 제재할 수 있도록 외교력을 집중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