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도청도설] 보수동 아테네학당

  • 강필희 기자 flute@kookje.co.kr
  •  |   입력 : 2022-11-20 19:49:31
  •  |   본지 22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작년에 타계한 일본 저널리스트이자 베스트셀러 작가 다치바나 다카시는 자신의 장서를 보관하기 위해 지은 ‘고양이 빌딩’ 주인으로도 국내에 알려졌다. 도쿄 주택가에 있는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 서재는 좁고 길쭉한 모양인데 정면에 커다란 고양이 얼굴이 그려져 있어 이름이 그렇게 붙었다. 엄청난 다독가이자 애서가인 그가 평생 모은 수십만권 책과 독특한 외관은 여행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하지만 다치바나의 누이동생이 생전 유언에 따라 5만권을 이미 헌책방에 기부했고 나머지도 대부분 폐기할 계획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가 남긴 책과 고양이 빌딩의 운명을 염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세종대왕 동상을 처음 접하는 외국인들은 대부분 놀란다고 한다. 말을 타거나 칼을 차고있는 군주는 봤어도 책을 펼쳐 든 왕은 처음이라는 것이다. 조선시대 서양인들이 우리 서민 삶에서 감탄한 것 중 하나가 집안에 있는 책이다. 끼니를 제대로 못 잇고 잘 씻지도 못하는 열악한 형편인데도 집집마다 서책 몇권씩은 갖고 있어서다. 어두운 방에 호롱불을 켜놓고 책을 읽는 선비 모습을 프랑스 장교 한 사람이 삽화에 인상적으로 담아냈다.

부산 보수동 책방골목에 기념비적인 건물 하나가 세워졌다. 헌책방 3곳이 영업 중이던 낡은 건물을 리모델링한 ‘아테네학당’이라는 곳이다. 책장에 책 다섯권을 나란히 세워놓은 디자인인데 라파엘로가 그린 명화와 이름이 같다. 건물이 묘사하는 건 이 그림 속 철학자들이 각자 손에 들고 읽는 책이다. 하나는 이데아의 개념을 설명하려는 듯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는 플라톤이 옆구리에 낀 ‘티마이오스’, 다른 하나는 땅을 향해 손바닥을 편 아리스토텔레스가 허벅지에 받치고 있는 ‘윤리학’이다. 보수동 책방골목 문화관 바로 옆에 위치한 이 건물은 철거 후 오피스텔로 재건축될 예정이었으나 뜻 있는 시민, 상인의 설득과 건축주의 결단 덕분에 헌책방으로 살아남았다. 원래 있던 책방 3곳은 1층에 재입주하고 나머지 3개 층은 문화공간 카페 등으로 쓰인다고 한다.

보수동 책방골목은 부산 사람들에게 아픈 손가락이다. 아무리 보존운동을 벌이고 활성화를 추진해도 번번히 사라질 위기라는 소식이 날아든다. 하지만 선한 의지가 뭉치니 자본 논리를 뛰어넘는다. 골목을 상징하는 조형물은 곳곳에 있지만 정체성을 응축한 또 하나의 랜드마크가 생겼다. 마침 도로가에 있어 눈에도 잘 띈다. 모자람 없는 부산의 자랑거리가 될 것 같다.

강필희 논설위원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위트컴 뜻 기리자” 미국서도 모금 열기
  2. 2카드 한 장으로…외국인 관광객, 부산 핫플 30곳 투어
  3. 3은행 영업시간 복원에 노조 “수용불가”…금감원장 “강력 대응” 경고
  4. 4“엑스포 유치 써달라” 부산 원로기업인들 24억 또 통 큰 기부
  5. 5[사설] 부산 그린벨트 1000만 평 풀기 전 살펴야 할 것
  6. 6울산시 수소전기차 보조금 대당 3400만 원 쏜다...200대 한정
  7. 74월 부산항에 입국 면세점 인도장 오픈
  8. 8증권사 ‘ST플랫폼’ 선점 나섰는데…부산디지털거래소 뒷짐
  9. 9부산 온 김기현 "가덕신공항을 '김영삼 공항'으로"
  10. 10‘50인 이상 기업’ 재해사망 되레 증가…이 와중에 처벌 완화?
  1. 1부산 온 김기현 "가덕신공항을 '김영삼 공항'으로"
  2. 2텃밭서 결백 주장한 이재명…‘당헌 80조’ 다시 고개
  3. 3나경원 빠지자… 안철수 지지율 급등, 김기현과 오차범위 내 접전
  4. 4대통령실 “취약층 난방비 2배 지원” 野 “7조 원 국민지급을”
  5. 5金 “공천 공포정치? 적반하장” 安 “철새? 당 도운 게 잘못인가”
  6. 6북 무인기 도발 시카고협약 위반?...정부 조사 요청 검토
  7. 7북한, 우리 정부 노조 간섭 지적, 위안부 강제징용 해결 촉구 왜?
  8. 8‘고준위 방폐물 특별법’ 국회 공청회서 찬반 충돌
  9. 9부산시의회 새해 첫 임시회 27일 개회
  10. 10“북한 무인기 긴급상황 아닌 걸로 오판…軍 상황전파 늦었다”
  1. 1카드 한 장으로…외국인 관광객, 부산 핫플 30곳 투어
  2. 2은행 영업시간 복원에 노조 “수용불가”…금감원장 “강력 대응” 경고
  3. 3“엑스포 유치 써달라” 부산 원로기업인들 24억 또 통 큰 기부
  4. 4울산시 수소전기차 보조금 대당 3400만 원 쏜다...200대 한정
  5. 54월 부산항에 입국 면세점 인도장 오픈
  6. 6증권사 ‘ST플랫폼’ 선점 나섰는데…부산디지털거래소 뒷짐
  7. 7지역 기업인 소망은…엑스포 유치, 가덕신공항 착공
  8. 8은행 영업시간 30일 정상화…오전 9시 개점
  9. 9올해 공공기관 투자 63조 원 확정…SOC·에너지에 51조
  10. 10난방비 절약 이렇게 하면 된다…"온도 1도만 낮춰도 효과"
  1. 1“위트컴 뜻 기리자” 미국서도 모금 열기
  2. 2‘50인 이상 기업’ 재해사망 되레 증가…이 와중에 처벌 완화?
  3. 3부산교대 등록금 오르나
  4. 4동아대 13년 만에 등록금 3.95% 인상…대학 등록금 인상 신호탄 될까?
  5. 53년 만에 마스크 벗는 교실… 통학버스에선 반드시 착용
  6. 63년 만에 마스크 벗는 교실… 통학버스에선 반드시 착용
  7. 7부산 지역 강한 바람, 내일 오전까지... 간밤 눈은 날리다 그쳐
  8. 84월 BIE실사, 사우디 따돌릴 승부처는 유치 절실함 어필
  9. 9강풍주의보 내린 부산, 엘시티 고층부 유리창 '와장창'
  10. 10대형견 차별? 반려견 놀이터 입장 제한 의견 분분
  1. 1벤투 감독 ‘전화찬스’…박지수 유럽파 수비수 됐다
  2. 2이적하고 싶은 이강인, 못 보낸다는 마요르카
  3. 3쿠바 WBC 대표팀, 사상 첫 ‘미국 망명선수’ 포함
  4. 4빛바랜 이재성 리그 3호골
  5. 5러시아·벨라루스, 올림픽 출전하나
  6. 6토트넘 ‘굴러온 돌’ 단주마, ‘박힌 돌’ 손흥민 밀어내나
  7. 7보라스 손잡은 이정후 ‘류현진 계약’ 넘어설까
  8. 8돌아온 여자골프 국가대항전…태극낭자 명예회복 노린다
  9. 9‘골드글러브 8회’ 스콧 롤렌, 6수 끝 명예의 전당 입성
  10. 102승 도전 김시우, 욘 람을 넘어라
우리은행
주민이 직접 설계하는 지방자치단체 구성
불신 큰 지방의회 권한 확대? 다수당 견제책 등 선결돼야
주민이 직접 설계하는 지방자치단체 구성
단체장 권한 집중 획일적 구조…행정전문관 등 대안 고민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더불어 살며 지켜가야 할 피란수도 부산
55보급창은 반드시 공원이 되어야 한다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낙동강 녹조를 그대로 둘 것인가
표류하는 가덕신공항
기고 [전체보기]
부산 기업, CES에 가다
직업병안심센터서 직업병 전문상담 가능해
기명칼럼 [전체보기]
‘중꺾마’ 벚꽃 대학
스크루지 여사와 1.6%
기자수첩 [전체보기]
학교 신축 공기지연, 노조 탓만 할 수 있나요?
김해시장, 소통행정 이후가 중요하다
김갑수의 생각 [전체보기]
한국은 여기까지다
안전하게 내려오는 방법
김석환의 이미 도착한 미래 [전체보기]
3차 세계화, 우리는 괜찮을까
‘죽어도 자이언츠’를 보면서
김용석의 시사탐방 [전체보기]
선인장 가시와 ‘나의 불안전 불감증’
민심, 그 숨은그림찾기의 비밀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문화자산을 물려받는다는 것
토착화한 망자를 위한 노래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먼저 온 미래’ 영도에서 2030 부산 해법 찾기
‘부산’이라는 아이 어떻게 키우겠습니까
도청도설 [전체보기]
연판장
사라지는 동네 목욕탕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여러분 모두 미식가 되세요!
과메기 심화학습
사설 [전체보기]
부산 그린벨트 1000만 평 풀기 전 살펴야 할 것
현장에선 “효과 의문”이라는 중대재해법 1년
세상읽기 [전체보기]
부산진 수상비행장을 아세요?
자동차산업, 정의로운 산업전환
아침숲길 [전체보기]
내게도 다 계획이 있어요
열심히 일한 당신, 쉼이 필요하다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의사 인력 확충의 올바른 방법
이수훈 칼럼 [전체보기]
험난한 선진외교의 길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새로운 해양시대
노아 방주의 실천적 교훈
이해인 수녀 '기도의 창가에서' [전체보기]
수평선을 바라보며 동백꽃을 사랑하며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한반도에 새로운 국제질서가 등장하고 있다
위태로운 중국의 미래
인문학 칼럼 [전체보기]
지방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신정과 설날 사이의 단상
장병윤의 대안 모색 [전체보기]
다시 블랙리스트
정치인의 언어
전호환의 두잉세상 [전체보기]
근고지영
단석산 신선사의 목탁소리
차재원의 정치평설 [전체보기]
새해엔 선거개혁 위한 결단 기대한다
정치가 살아야 나라가 산다!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이태원 연가
특별기고 [전체보기]
내 고향은 부산입니더!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노엘합창단
절대음감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풍곡 성재휴의 ‘배암 나와라’
석촌 윤용구의 ‘노근란’
CEO 칼럼 [전체보기]
초고령 선진국에 걸맞은 변화
자율주행의 위기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