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한 노동인력을 확보할 수 있는 가장 전형적인 수단은 전쟁 포로였다. 힘 있는 국가는 전쟁을 일으켜 광활한 영토와 함께 포로로 노동력을 확보했다. 사회가 발전하고 산업구조가 자본주의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산업 발전에 필요한 노동인력이 부족해지자 제국주의 국가는 산업자본과 결탁해 아프리카 동남아 등과 노예무역을 했고, 세계대전 이후에는 산업구조 재편을 통해 저부가가치 산업을 담당할 인력으로 해외 노동자를 수입하기 시작했다.
일본 침탈과 한국전쟁 이후 경제발전이 절실한 우리나라는 1950년대 광부 간호사, 1960년대 베트남전 파병 군인, 1970년대 중동 건설붐에 따른 건설노동자 등을 해외로 보내 국가경제 부흥의 발판으로 삼았다. 한편으론 넘쳐나는 인구를 경제성장의 장애로 여기고 산아제한 정책을 추진했다. 1960~1980년대 정부 주도 산아제한정책 결과 1970년 4.54명의 합계출산율을 자랑하던 우리나라는 작년 0.81명으로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가장 출산율이 낮은 국가로 전락했다.
올해 11월 KDI가 예측한 2050년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최악의 경우 역성장이 될 수도 있다고 한다. 낮은 출생률과 높은 고령화가 경제성장을 가로막고 있다고 진단했다. 통계청에 의하면 2050년 생산연령인구(15~64세) 비율은 51.1%, 고령인구(65세 이상) 비율은 40.1%까지 될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이다. 2022년 11월 한국경총이 우리나라 미래 신주력 산업 4개 분야 415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조선 반도체 미래자동차 바이오·헬스 등 미래 주력 산업들이 52%에서 29%까지 인력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5년 후 생산인력부족 가능성을 산업별로 96.6%에서 55.2%까지 예상하고 있다.
2010년대 초까지만 해도 세계 10위 내 조선소를 7, 8개까지 보유했던 우리 조선산업은 어려운 침체기를 거치면서 그 수가 크게 줄었고, 생산 역량과 인력도 축소됐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자료에 의하면 2014년 20만3441명인 조선산업 인력은 올해 7월 9만2394명으로 50% 이하까지 줄어들었다. 그러나 최근 친환경·탈탄소 이슈, 스마트 기술의 발전 등 글로벌한 산업 트렌드 전환에 따라 조선산업은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맞고 있다. 작년 수주량이 전년 대비 약 100% 가까이 늘어나는 등 호황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호황기에 조선산업은 오히려 인력 부족으로 애를 태우고 있다. 조선소를 떠났던 인력은 돌아오지 않고 있으며, 대학에서는 학생들이 지원하지 않는다고 하소연하고 기업은 쓸만한 인재는 오히려 떠나고 있다고 한탄한다. 다급한 마음에 입지 좋은 곳에 유려한 시설을 지어 손짓하고 정부에 외국 근로자를 활용할 수 있게 조치해 달라고 요청하는 실정이다.
정부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다각적인 방법으로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2016년 조선업 퇴직자 재취업 지원사업을 시작으로 2020년 조선업 생산기술 인력양성사업, 작년 스마트야드 전문인력양성사업 등 인력 유지와 양성을 위해 정부 예산을 지속적으로 투입하고 있다. 작년 9월 ‘K-조선 재도약 전략’에서는 조선산업 중장기 인력양성 로드맵을 수립했고, 지난달에는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조선산업 초격차 확보 전략’을 논의하고 생산·기술 분야 인력을 종합적으로 확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력 확보를 위해서는 전쟁도 불사했고 외부 인재 영입에는 비용을 아끼지 않았다. 전국시대 연나라 소왕이 곽외를 등용한 예처럼 죽은 천리마의 뼈를 사서라도 인재를 얻고자 하는 ‘매사마골(買死馬骨)’의 노력은 천하의 인재를 모여들게 하고 나라를 일으켜 원수도 갚게 한다. 능력에 걸맞은 대우는 현대의 매사마골일 것이다. 이제는 인재, 인력의 확보 여부가 산업의 생존을 결정하는 핵심 경쟁력이 되고 있다. 우리 조선산업이 지속 가능한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비용이 아닌 투자의 관점에서 매사마골의 고사를 거울삼아 인력을 소중하게 여기고 존중하는 마음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
서용석 중소조선연구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