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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피 묻은 빵

  • 이은정 기자 ejlee@kookje.co.kr
  •  |   입력 : 2022-10-19 19:40:56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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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 해 소비자가 즐겨 찾은 빵 중 하나는 띠부실(뗐다붙였다하는 스티커) 열풍을 일으킨 SPC삼립의 포켓몬빵이다. 드라마 흥행 성공에 힘입어 어린이뿐만 아니라 추억을 되새기려는 MZ세대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아이들 등쌀에 편의점이나 할인점 개점 시간에 맞춰 뛰어가는 ‘오픈런’을 하는 부모가 여전히 많다. 하지만 최근 사회관계망에서는 포켓몬빵을 비롯한 SPC그룹 제품을 사지 말자는 불매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15일 오전 6시쯤 경기 평택 소재 SPC그룹 계열 SPL 제빵공장에서 23세 A씨가 작업 중 목숨을 잃은 사건때문이다. 무게 300㎏의 원재료를 부어 샌드위치 소스를 만드는 교반기 작업을 하던 중 높이 1.5m의 기기 입구에 상반신이 빨려 들어갔다. 어머니와 남동생을 부양하려 대학 진학 대신 공장에서 일한 소녀가장이라 그의 죽음은 더욱 안타깝다. 당시 A씨는 동료 직원 B씨와 2인 1조로 일을 하다 동료가 자리를 비운 사이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측은 고용노동부가 안전장치가 없는 7대에만 작업 중지 명령을 내렸다는 이유로 사고 다음 날인 16일에는 사고현장을 흰 천으로 가린 채 남은 기계 2대를 가동했다. 같은 날 SPC그룹은 ‘파리바게트’의 영국 런던 매장 오픈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직원의 생명이 희생된 것에 대해 참담함을 느꼈다면 가능한 일일까 싶다. 뒤늦게 허영인 SPC 회장이 “회사 생산 현장에서 고귀한 생명이 희생된 것에 대해 안타깝다”고 사과문을 냈지만 진정성이 없다는 비난을 받았다. 해당 공장에는 2017년부터 지난 9월까지 37명이 끼임, 넘어짐 등의 사고로 다치거나 숨진 것으로 드러났다.

젊은 노동자의 안타까운 죽음과 회사 측의 납득할 수 없는 대응에 대한 분노로 소비자들은 SPC그룹 제품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다. “피 묻은 빵을 어떻게 먹을 수 있나!” 누리꾼들은 계열사 브랜드 목록을 온라인으로 공유하며 울분을 터트리고 있다. 누리꾼들의 관심도를 보여주는 트위터 실시간 트렌드에는 ‘SPC불매’ ‘불매운동’ 등이 올라오고 있다. 그룹사 주가도 영향을 받고 있다.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가볍게 여기는 기업은 소비자의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다.

지금 재계는 사업장에서 사망 사고가 나면 경영진이 책임지는 중대재해처벌법의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후진적 사고가 사라지지 않는 현장을 보고도 이런 말을 하는 걸 보면 후진적 경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요구보다는 획기적인 안전 대책 마련이 우선이다.

이은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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