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대형 커피숍 매장에서 종이 빨대를 사용해 차가운 음료를 마시게 됐다. 종이 빨대를 오래 두다 보니 흐물거리고 음료의 맛을 제대로 음미하기 힘들었다. 이 커피숍에서 플라스틱 빨대가 사라진 지 2년이 넘었지만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다. 앞으로는 중소형 매장에서도 플라스틱 빨대 사용이 금지된다고 한다.
환경부가 다음 달 24일부터 ‘일회용품 사용 제한 규제’를 시행하기로 해서다. 자영업자들은 비용 부담이 늘어 걱정이다. 비교적 값싼 종이 빨대를 사용하더라도, 통상 플라스틱 재질보다는 가격대가 높아서다. 가격도 문제지만, 플라스틱 재질을 대신할 수 있는 빨대 찾기가 어렵다는 의견도 잇따른다. 정부의 이 같은 조치는 환경오염, 특히 미세플라스틱에 대한 위험도가 커졌기 때문이다.
플라스틱은 ‘조물주가 빠뜨린 유일한 창조물’이라고 불릴 만큼 20세기 인류 최고의 발명품으로 인식됐다. 가볍고 가공이 쉽고 내구성이 강하고 가격도 저렴하다. 플라스틱은 인류의 삶을 드라마틱하게 변하게 했으나 지금은 환경 재앙의 주범으로 몰리고 있다. 좀처럼 썩지 않고 재활용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전 세계는 폐플라스틱으로 인한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하고자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 위한 ‘제로 웨이스트’와 함께 재활용을 독려하고 있다. 하지만 플라스틱 재활용은 현재 적극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재활용되는 폐플라스틱은 전체의 약 14%에 불과하다. 버려진 플라스틱은 바람과 햇빛, 파도에 의해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미세한 플라스틱으로 쪼깨져 전 세계로 퍼져나간다. 2019년 세계자연기금 연구자료에 따르면 한 사람이 일주일간 섭취하는 미세플라스틱은 약 2000개로 무게로 환산하면 5g에 달한다. 미세플라스틱은 인체에 일정 이상 흡수될 경우 물리적, 화학적, 생물학적인 위해를 가할 수 있다고 한다.
특히 미세플라스틱은 해양오염의 주범으로 꼽힌다. 해양생물들이 먹이로 착각해 섭취하면서 숨이 막히거나 영양실조에 걸려 폐사하는 등 해양생태계에 큰 교란을 일으키고 있다. 최종적으로는 먹이사슬을 통해 수생생물의 몸에 축적돼 인간에게까지 도달하게 된다. 이처럼 미세플라스틱 위험성이 강조되면서 해양쓰레기를 줄이려는 국제사회의 움직임이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지난달에는 해양수산부 주최로 ‘제7차 국제 해양폐기물 콘퍼런스’가 부산에서 열렸다. 전 세계 전문가들이 모여 해양폐기물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했다. 그동안 미국에서만 열렸는데 한국의 해양쓰레기 감축 노력이 높게 평가받아 부산에서 열린 것이다.
이 자리에선 미세플라스틱 배출을 줄일 다양한 방안이 논의됐다. 특히 산재한 해양쓰레기를 어떻게 처리할 지에 관심이 집중됐다. 해양쓰레기는 오염도가 높고 수분·염분을 포함하고 있어 처리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모되고, 재활용이 어렵다. 바다에서 해양폐기물을 수거하면 이를 육상으로 운반해 매립하거나 소각하는 형태다. 이 때문에 부산대 수소선박기술센터가 소개한 ‘해양부유쓰레기 수거·처리용 친환경 선박개발’ 사업에 세계 석학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해양쓰레기를 해상에서 원스톱(One-stop) 처리하는 선박을 만드는 것으로 해수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산업통상자원부 등 다부처 협력사업 형태로 실증에 착수했다. 액화천연가스(LNG) 폐냉열을 이용한 해양쓰레기 동결 파쇄 재활용 기술과 플라즈마 가스화를 이용한 수소 생산과 선박용 수소 연료전지 활용 기술이 핵심이다. 선상에서 해양쓰레기를 처리하는 데 많은 전력이 필요한 데 친환경적으로 에너지를 공급하고 이 과정에서 남은 수소는 별도로 저장하게 된다.
이 센터가 세계 최고 수준의 친환경 선박기술을 확보하고 있어 이 사업을 수행하게 됐다. 조선해양공학과 교수인 이제명 센터장은 국내 최초로 상용차용 액화수소연료탱크 개발을 주도한 바 있다. 앞서 센터는 부산항 인근의 해양 부유 쓰레기를 수거한 후 LNG 추진 시 발생하는 폐열 온도에 해당하는 영하 40도에서 동결 파쇄하는 공정에 적용해 열효율을 분석하고 파쇄하는 성능을 검증했다. 총 457억 원이 투입되는 이 사업을 통해 부산대는 세계 최대급 수소 관련 연구설비를 갖추게 된다.
해양쓰레기를 친환경적으로 처리하는 선박 개발에 국제사회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최근 미국과 독일은 협력해 관련 선박 설계에 착수했다. 신성장 분야인 만큼 부산대가 국내 대형조선소와 기술협력을 통해 이 분야 기술을 선점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물론 해양쓰레기를 환경적으로 처리하는 기술 개발에 앞서 일회용품과 플라스틱을 줄여 지구 환경을 보호하는 일이 우선일 것이다.
이은정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