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 곳곳에서 전방위적 경고음이 울렸고, ‘퍼펙트 스톰’(초대형 복합위기)의 경고등은 이미 켜졌다. 무역수지가 4, 5월 연속 적자를 기록해 환율 방어에도 비상이 걸려 회복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22년 8월 무역수지 적자는 94억7000만 달러로, 무역수지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56년 이후 66년 만에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올해 1~8월 누적 적자도 247억2000만 달러로 역시 66년 만에 역대 최대다. 추석 연휴로 조업일수가 줄어 수출과 수입이 모두 감소해 이달 들어서도 무역수지가 적자 행진을 이어갔다.
이 추세라면 외환위기 직전이었던 1997년 이후 약 25년 만에 6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한국은 자원이 빈약해 수출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대외경제 민감도가 어느 나라보다 높다. 수출 수입을 합한 금액을 국내총생산으로 나눈 무역의존도가 얼마 전 한국은 68.8%로 미국(20.4%)의 3.4배, 일본(28.1%)의 2.4배다. 그만큼 다른 선진국에 비해 무역 축소가 전체 경제에 미치는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이번에 한국 수출의 민낯이 드러난 건 두 축이라 할 수 있는 중국과 반도체 수출에 균열이 생긴 영향이다. 수입액은 수출 증가율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에너지 가격 고공 행진의 직격탄을 받아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무역수지가 적자 전환이 되기 전에 이미 무역 흑자 규모가 지속해서 감소하고 있었다. 정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일찌감치 나섰어야 했다. 기업들이 수출에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에 관한 정확한 진단과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했다. 정부가 무역금융 351조 원 공급과 중국과의 산업·경제협력 강화 등을 뼈대로 하는 ‘수출경쟁력 강화 전략’을 내놓긴 했지만 글로벌 경기 부진이 심화하고 에너지 가격 상승 불씨가 꺼지지 않는 가운데 단기에 효과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7월 무역기업 318곳을 조사한 결과 이들 기업의 43%는 향후 수출 환경이 악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달 업종별 협회 조사에 따르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는 전년 수준을 유지하는 데 그치고 조선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정부는 최근 무역적자 상황을 엄중히 인식하고 있다”며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 확대를 통해 무역수지가 개선될 수 있도록 총력지원 하겠다”고 말은 했었다. 우리가 직면한 21세기 초입의 냉엄한 국제질서와 흐름은 한치의 방심을 허용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주력산업의 경쟁력 퇴보와 쇠락을 보완하고 신산업을 진흥할 우리 움직임은 별반 찾기 힘들다.
필자 또래가 대학을 다닌 1960년대 후반 무렵 서울역에 내리면 남대문이 보이는 곳에 커다란 전광판이 설치돼 있었다. 전광판은 매년 그날까지 수출총액을 표시, 수출 상황을 알려주었다. 박정희 대통령은 1962년부터 수출진흥확대회의를 이끌었고, 재임 기간에 열린 152차례 중 147번을 직접 주재했다. 경제 10위 국가의 신화가 이 회의를 통해 구체화했다. 연중 거의 매달 말에 대통령 주재로 열린 이 회의는 보통 2시간가량 진행됐다. 회의 시간 중 80%는 당시 상공부와 외무부 담당자가 수출 관련 실적을 보고하고 향후 수출증진을 위해 마련된 정책과 진행 상황을 보고하는 데 쓰였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우리 경제가 1997년 외환위기 당시와 상당히 유사하게 흘러가고 있다. 현재 외환시장은 상당히 위험한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그러한 상황에서 수출마저 부진하고 원자재 수입액이 늘어나면서 무역수지가 6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엄혹한 현실이다.
물론 대통령이 모든 일을 챙길 수는 없다. 대통령이 꼭 챙겨야 할 일은 따로 있다. 무역수지 흑자 확보는 대통령이 국정의 우선순위에 두어 챙겨야 할 핵심과제라고 할 것이다.
무역수지적자를 비롯, 퍼펙트 스톰이 몰아치는 현실에 직면해 사분오열돼 사사건건 싸울 때가 아니다. 우리는 경제 10위 국가의 신화를 이룬 경험을 되살려 대통령을 중심으로 여야 노사 기업 정부 모두 협력해 엄혹한 경제현실을 지혜롭게 극복해야 할 것이다.
홍광식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