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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아침숲길] 가면과 얼굴의 간극

  • 국제신문
  •  |   입력 : 2022-09-27 19:17:55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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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가 집 밖 채비 거리가 된 지 어느새 삼 년이 다 되어간다. 방역을 위해 쓰기 시작한 마스크는 처음에는 영 불편했지만 차츰 나름의 편리함이 느껴졌다. 얼굴의 반을 가린 만큼 표정 또한 일부를 감출 수 있고 때로는 어느 정도의 익명성을 보장 받는 것 같아 마스크로부터 가면의 기능을 생각하게 된다. 생각이 꼬리를 물어 만약 방역 마스크가 얼굴을 감추는 복면의 기능을 넘어 다른 얼굴로 인식하게 만드는 기능을 한다면 우리 일상에 어떠한 변화가 생기게 될지 궁금해진다.

코로나로 인해 대면, 비대면이라는 단어를 자주 접한다. 소통에 있어 ‘얼굴을 직접 맞대고 하는가’로 구분하는 것인데 감정과 생각을 표현하는 얼굴의 기능과 역할이 얼마만큼 중요한지 생각하게 만든다. 사람마다 외형적 차이가 있는 얼굴은 그 생김새만으로도 개인을 구별하고 특정할 수 있는 대상이 된다. 게다가 개인마다 다른 표정을 통해 심리와 감정을 나타내니 얼굴은 언어만큼이나 중요한 사회적 소통 수단인 것이다. 이러한 까닭에 가면은 특정된 개인을 숨기거나 다른 역할을 부여하는 가장 손쉬운 도구가 된다.

가면은 초자연적 존재로부터 인간과 동물에까지 다양한 모습으로 제작되어왔으며 의식에 주로 이용되다가 유희의 도구로 그 쓰임이 확대되었다. 근래 가장 쉽게 가면을 접할 수 있는 예술 장르는 영화인 것 같다. 수많은 영화에서 다양한 영웅과 공포의 대상들이 가면을 쓴 모습으로 나타났고, 영화 ‘마스크’에서는 내재된 다양한 자아가 초인적 능력을 만드는 가면을 통해 선과 악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가면을 활용한 가장 대표적 예술 장르는 가면극이다. 연기에 음악과 춤이 더해져 종합 예술의 형태로 발전한 가면극은 인류의 역사와 오랜 시간을 함께했는데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많은 종류의 가면극이 전해지고 있다.

부산에는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된 동래야류와 수영야류가 있다. 이 둘은 산처럼 높은 무대 구조물에서 연행했던 산대놀이의 영향을 받았다. 산대놀이는 서울을 중심으로 연행되었던 송파산대놀이와 경기도 지역의 양주별산대놀이가 전해진다. 또한 황해도 지역의 탈춤(봉산 강령 은율 등), 영남 지역의 야류와 오광대(고성 통영 가산 등) 등이 산대놀이의 영향을 받은 가면극이다. 영남에서는 가면극 명칭이 지역에 따라 달리 불리는데, 낙동강을 중심으로 동쪽에서는 야류(들놀음) 그리고 서쪽에서는 오광대(다섯 광대)라 한다. 중부 위쪽의 가면극에서는 파계승에 대한, 영남 지역에서는 양반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다루는데 대부분 가면극은 특권 계급에 대한 날 선 비판과 풍자를 서민의 언어로 담고 있다. 그렇게 서민 예술로 사랑받아온 가면극, 야류는 그 안에 담겨 있는 해학과 무심히 흥청거리듯 내딛는 덧뵈기 춤사위로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가면극에는 가면을 통해 드러낸 얼굴이 있고 가면 속에 감춘 얼굴이 있다. 이 두 얼굴 모두 사회적 요구로 빚어진 얼굴들이다. 무용극 ‘야류별곡’의 모든 무용수가 가면을 벗고 숨을 고르며 현실로 돌아오는 마지막 장면을 보며, 그들의 얼굴은 진짜 얼굴일까 하는 생각을 했다. 배우가 쓰던 가면을 의미하는 페르소나(Persona)는 외부로부터 요구된 역할이나 의무 등에 의해 자아 위에 덧씌워진 사회적 인격을 말하기도 한다. 우리는 각자의 삶 속에서 형성된 페르소나를 가지고 주변 세계와 소통한다. 이 과정에서 진짜 나와 페르소나 사이의 간극으로 늘 갈등한다. 최근 성격유형검사(MBTI)를 하며 답을 고민한 문항이 있었다. 고민이 길어진 까닭은 진짜 나와 페르소나가 각기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내 성격에 대해 묻는 질문이었는데, 나에게 덧씌워진 또 다른 나를 경험한 순간이었다.

매일 아침 집을 나서기 전 마스크 챙기듯 오늘은 어떤 얼굴을 챙겨 나갈지 고르는 상상을 해본다. 역할의 가면, 감정의 가면, 그리고 다양한 거짓의 가면을 골라 쓰다 언젠가는 깨달음의 순간이 올 것 같다. 지금 내 얼굴이 매일 아침마다 골라 썼던 가면 중 나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가면이자 진실한 자아라는 것을!

이정엽 국립부산국악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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