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시청자의 사랑을 받았던 TV드라마 가운데 ‘전원일기’나 ‘대추나무 사랑걸렸네’를 기억하는 이들이 많을 듯하다. 둘 다 우리 사회가 현재와 같은 도시화가 되기 전의 농촌생활을 그리고 있다. 수 년 전에 막을 내렸지만 케이블TV의 재방송을 보게 되면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장면들을 많이 접하게 된다. 신랑 신부를 포함한 하객들을 경운기에 태운 채 결혼식장으로 향하는 모습도 그 가운데 하나다.
두 드라마가 방영되던 1980년과 1990년대와는 달리 등록 자동차가 2500만 대를 넘어선 요즘에야 이 같은 진풍경을 보기는 어렵다. 그래도 경운기를 이동수단으로 사용하는 사례는 아직 농촌사회에 남아 있다. 가까운 거리에 있는 논이나 밭까지 가는 데는 이 만큼 간편하고 좋은 게 없기 때문일 터다. 게다가 경운기를 모는 데는 엄격한 시험을 거쳐야 하는 면허증이 필요없으니 누구라도 운전이 가능하다는 이점도 있다.
우려되는 것은 이러다 보니 경운기를 포함한 농기계 교통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윤재갑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간 농기계 교통사고는 2023건(사망 293명·부상자 2244명)으로 집계됐다. 사망자는 2019년 57명에서 2020년 49명으로 약간 줄었다가 지난해에는 62명으로 다시 늘어났다. 이 중 71세 이상 고령자 사고는 57.2%인 1158건에 이르렀다.
농기계 교통사고는 농번기인 봄철과 가을철에 집중적으로 일어나는 것으로 분석된다. 시간대별로는 오후 2시~6시의 발생률이 가장 높다. 하지만 일출 전이나 일몰 후 사고는 발생건수에 비해 사망자 수가 낮시간보다 더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농기계에는 일반 차량과 달리 전조등이나 미등 같은 장치가 부착되어 있지 않다. 에어백, 안전벨트 등도 없어 외부 충격에 그대로 노출된다. 따라서 자동차 운전자가 식별하기 어려워 충돌 때는 대형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런 까닭에 농촌 지자체들은 농기계 운전자에게 늘 각별한 주의를 당부한다. 특히 봄·가을에는 경고의 강도를 더 높이고 있다. 농기계에 경광등과 야간반사 표지 부착 활동 등도 병행한다. 하지만 강제 사항이 아닌 까닭에 실효성은 크게 떨어지는 실정이다. 그렇다고 이를 방치할 수는 없는 일. 정부와 지자체가 좀 더 고민을 해야 할 때다. 사고의 책임을 농기계 운전자의 미숙함이나 주의 태만 등으로 돌리기에는 현실이 너무 안타깝다.
염창현 세종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