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부터 배급 교육을 해달라는 요청이 꽤 들어오고 있다. 독립영화 배급 강의라는 것은 대체 누가 들을까 싶지만, 지역에서 활동하는 창작자가 배급 시스템을 알기 위해 듣는 경우가 있다. 영화를 좋아하는 청년들이 진로를 염두에 두고 진지하게 듣는 경우도 의외로 많다. 물론 반쯤 호기심에 듣는 사람도 있다. 강의라는 것이 참 무겁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씨네소파라는 좌표를 가진 배급사가 말해줄 수 있는 ‘독립영화’와 ‘배급’의 세계로 사람들을 초대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2018년 ‘씨네보배(영화 ‘보’고 ‘배급’)’라는 자체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했었다. 그리고 얼마 전 약 4년 만에, ‘씨네보배 2기’를 다시 시작했다.
오랜만의 강의를 준비하며, 나는 결국 이 교육이라는 이름의 시간이 ‘독립영화’와 ‘배급’이라는 상호모순적인 두 가지 키워드를 허공에 던져보는 시도 같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독립영화는 다양하게 정의할 수 있지만, 결국에는 ‘무엇으로부터 독립해야 했는가?’ 라는 간결한 질문이 핵심이다. 모든 ‘독립00’은 무엇으로부터 ‘독립’해야 했던 선행되는 어떤 것이 없었다면 존립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첫 번째 영화라 일컬어지는 1895년 뤼미에르 형제의 ‘열차의 도착’ 이후 유럽의 영화는 독일 표현주의, 프로이트 정신분석학 등의 영향을 받으며 실험과 예술영화의 양상을 띠고 미학적인 독립을 이루었다. 미국의 경우 1960년 출범한 ‘뉴 아메리칸 시네마그룹’이 기존 상업영화 질서를 거부하고 독립적으로 영화를 만들고 배급할 것을 선언한 것이 모태이다.
한국 독립영화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일제강점기부터 박정희, 전두환 정부를 지나며 한국의 가장 큰 억압은 어느 때는 일본이었고, 어느 때는 정권이었다. 해방과 독립이 필요한 것은 ‘민중’이고 ‘노동’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87민주화 운동’ 이후 한국독립영화는 한동안 ‘노동영화’, ‘민중영화’로 불리었다. 이후 탈 이데올로기 시대 흐름에 영향을 받아, 특정 억압에 주목했던 영화들이 우리 사회 곳곳에 녹아있는 다양한 억압에 주목하면서 다층적인 독립 다큐멘터리가 제작된다. 이러한 한국 근현대사의 흐름 때문인지 사회적 이슈가 강한 작품들이 많은 주목을 받아왔다. 그렇기에 한편으로는 상업영화와 차별화된 주제와 미학적 시도를 다양하게 해왔는가와 더불어 한국에서의 독립영화 정체성이 관객에게 제대로 안착해왔는가 하는 지점은 여전히 나에게 물음표로 남아있다. 어쨌든 독립영화는 시대와 장소에 조응하여 동적으로 정의되어 왔다.
그렇다면 배급은 어떨까. 한국에 현재와 같은 배급체계가 정립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극장과 제작사에서 배급을 겸업하며 직거래로 영화를 배급하거나 지역극장이나 흥행사에게 판권을 파는 간접배급이 2000년대 중반쯤 거의 사라지면서, 지금과 같이 한 배급사가 전국을 관할하는 직접배급이 자리를 잡게 되었다. ‘독립영화’도 전체영화산업 속에서 기본적인 배급체계가 구축되어 왔다. 그러나 한국독립영화는 그 부유하는 정체성과 반-비즈니스적인 성향으로부터 나오는 고질적인 열악함을 뒷받침해줄 배급체계가 정립되지 않은 듯하다. 과거의 직거래처럼 감독이 직접 배급하는 사례도 다시 늘어가고 있으니 말이다.
2022년 상반기 극장가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했다는 결산자료(영화진흥위원회)가 있었다. 한국 독립영화에도 적용이 될 수 있을까. 강의를 위해 독립영화의 의미와 배급산업의 경향을 톺아보고 지난 6년을 되돌아보아도 어떤 정체성을 가지고 어떻게 배급해야 할지 쉽게 답을 내려볼 수 없다. 어쩌면 그래서 때마다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픈 것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던진 질문의 답을 꼭 ‘내’가 찾아야 할 필요는 없으니 말이다. 씨네보배 2기는 이제 막 항해를 시작하고 있다. 독립영화와 배급 이론 강의뿐만 아니라 ‘시뮬레이션’을 극대화하여, 미개봉 독립영화 작품을 팀별로 직접 도맡아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총 4개 팀이 자신들의 영화에 대해 어떠한 해답을 내놓게 될까. 우리가 던진 질문이 어떤 메아리로 돌아오게 될지, 함께 하는 이들과 또 어떻게 독립영화와 배급을 정의하게 될지 기대가 된다.
성송이 씨네소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