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4년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만국박람회에 자신이 발명한 제트팩을 출품하려는 한 소년이 있었다. 제트팩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출품에는 실패했지만, 소년의 호기심은 지구 종말에 대비해 만들어진 최첨단 과학기술의 세계, 선택받은 자만이 들어갈 수 있는 평행 세계로의 초대장을 받기에 충분했다. 그 공간에서는 수영장이 공중에 떠 있고 자동차가 하늘을 날며 로봇이 아무렇지 않게 거리를 돌아다닌다. 초대장을 잃어버려도 괜찮다. 에펠탑에서 발사되는 차원 이동 우주선을 이용하면 그 공간으로 이동할 수 있다.
공중에 떠 있는 수영장이나 하늘을 나는 자동차, 거리를 돌아다니는 로봇은 과학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실현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그런데 에펠탑에서 우주선이 발사된다니. 어릴 적 국회의사당 돔이 열리면 로봇 태권브이가 출동한다는 전설과 닮았다. 사실 이 이야기는 2015년 개봉한 영화 ‘투모로우 랜드’의 줄거리 일부다. 영화는 인구 문제나 환경 오염으로 병들고 있는 지구의 미래를 바꾸어나가는 주인공 모습을 디즈니의 동화적 감성과 공상과학적 요소를 바탕으로 그려낸다. 과학기술의 무분별한 발전이 가져온 현대 사회의 수많은 불확실한 문제를 과학기술의 발전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적인 메시지다.
우리에게 ‘엑스포(Expo)’라는 용어로 더 친숙한 만국박람회는 1851년 영국 런던에서 화려한 막을 열었다. 18세기 중반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혁명은 인간의 삶을 획기적으로 변화시켰는데, 이러한 변화를 가져온 신기술과 문물을 과시하기 위해 전 세계를 대상으로 전시회를 개최한 것이다. 당시 박람회장으로 사용된 수정궁은 축구장 18개를 합친 규모로 그 자체만으로도 대단했다. 런던 박람회의 성공적인 개최는 경쟁국에 자극이 됐다. 프랑스는 곧바로 다음 박람회를 개최해 영국에 대항했고, 1889년 파리 박람회에서는 에펠탑을 세워 과학기술력을 과시했다. 증기기관 엘리베이터 전화기 플라스틱과 같은 발명품들의 데뷔 무대도 엑스포였다. 현실이 된 상상 전시회인 셈이다.
엑스포 개최는 기반 시설의 확충뿐만 아니라 막대한 경제적 효과를 가져와 국가 차원에서는 성장을 위한 도약 기회가 된다. 그러다 보니 엑스포가 우후죽순처럼 개최돼 현재는 1928년 설립된 국제박람회기구의 주도로 엑스포의 규모나 양식 개최지 등이 결정되고 있다. 그런데 엑스포가 0과 5로 끝나는 해에 열리는 세계 엑스포(종전 등록박람회)와 세계 엑스포 사이의 전문 엑스포(종전 인정박람회)로 구분해 개최되다 보니, 국내에서 펼쳐진 두 차례의 엑스포는 모두 규모나 위상 면에서 세계 엑스포보다 못했다. 2030년 부산 세계 엑스포 유치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는 이유도 우리나라의 저력을 전 세계에 알리고 다시 한번 도약하기 위함이다.
과거 엑스포가 당대 혁신적인 제품과 발명품을 소개하며 인류 문명의 발전을 알리는 행사였다면, 최근에는 인류가 직면한 문제의 해결책을 찾는 역할이 더 강조되고 있다. 실제 2021년 두바이에서 개최된 세계 엑스포는 ‘마음의 연결, 미래의 창조’를 주제로 이동성, 기회, 지속 가능성을 다루었으며, 2025년 오사카에서 개최되는 세계 엑스포는 ‘생명이 빛나는 미래 사회의 디자인’을 주제로 의료와 건강을 주요하게 다룰 예정이다. 이에 걸맞게 2030년 부산 세계 엑스포 유치 위원회는 ‘세계의 대전환, 더 나은 미래를 위한 항해’를 주제로 코로나 이후 인류가 직면한 불확실한 문제를 점진적인 변화가 아닌 대전환을 통해 풀어낼 것을 제안했다.
시대를 앞서간 상상은 간혹 현실이 되기도 한다. 2011년 국회의사당에 로봇 태권브이가 진짜로 나타난 적이 있다. 국회의사당 건물에 3D 입체 영상을 투영한 것으로 상상이 현실에 가까워지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세계 엑스포를 통해 현재의 불확실한 문제의 해법을 찾아보자는 부산의 제안은 현실이 되어야만 하는 상상이다. 지식보다 중요한 것이 상상력이라고 했던가. 부산의 상상도, 에펠탑에서 우주선이 발사되는 상상도 현실이 되는 순간이 오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