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우주사무국(UNOOSA) 하버드 대학교(Harvard University) 나스닥(NASDAQ) 삼성전자 케냐의 케냐타 대학교(Kenyatta University). 전혀 성격이 달라 보이는 기관들이지만 매년 ‘임팩트 보고서’를 발간하고 공개하는 기관들이다. 알게 모르게 많은 기관들이 이미 20여 년 전부터 이를 발간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그 수는 최근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임팩트 보고서는 그 기관이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드는데 어떻게 기여하고 있는지를 방대한 양의 정량적인 데이터로 공시하는 형식을 취한다. 기업 대학 비정부단체 등의 성격에 따라 다양한 형식을 취하지만, 모두가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에 어떠한 임팩트를 주었는지를 알리는 데 방점을 두고 있다.
얼마 전 영국 Leeds 대학의 역사학자들이 세계여성과학기술인네트워크에 공동프로젝트를 제안했는데, 왜 이런 프로젝트를 하려느냐는 질문에 돌아온 답은 간단명료했다. “임팩트를 위해서입니다 (for impact).” 이들이 말한 임팩트는 강한 영향력이라는 사전적 의미보다는 소셜 임팩트(social impact), 즉 사회적 영향력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들처럼 많은 나라에서는 지속가능성 실현을 위한 과정으로 임팩트의 의미가 받아들여지고 있다.
유럽연합(EU)의 Horizon Europe 프로젝트 선정 과정의 경우 제안서 심사에 가장 중요한 기준 중 하나가 임팩트다. 당연히 모든 연구는 사회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어야 하지만, 단순한 결과 이상의 가치 창출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는 과학적 임팩트, 사회적 임팩트, 그리고 경제적 임팩트를 포괄하는 것이다. 최근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발간한 제6차 평가보고서에 의하면 기후변화는 위기라고 불릴 정도의 위협으로 다가와 있다. 즉, 지구 표면 온도 상승을 1.5도 이하로 제한하려는 전 지구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2030년까지 2019년 대비 43%의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을 경우 2100년에는 3.2도까지 상승한다는 경고가 있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임팩트 보고서를 통해 드러나게 될 지속가능성의 실천이 매우 중요하다.
임팩트의 시대를 살아가는 오늘, 과학에 기반한 결과들은 어느 때 보다 중요하다. 20세기부터 알게 모르게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는 그들이 속한 사회의 정책에 반영되어왔다. 그러나, 과학자들 스스로는 객관성과 보편성이라는 과학적 특성에 매몰되어 사회적인 소통과 책무에 소극적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과학자의 역할은 변화의 시대와 함께 바뀌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과학과 공학 교육체계의 혁신이다. 미국 올린공대(Olin College of Engineering)의 길다 바라비노 총장은 ‘임팩트 중심 고등교육(impact centered higher education)’을 통한 공학교육 체계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미래 사회가 필요로 하는 과학기술과 사회적 영역을 포괄할 수 있는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과정의 개편이다. 과학자들 스스로의 입장만 강변하는 의사소통 방법에서 벗어나 거시적인 사회의 관점에서 정책 결정이 진행될 수 있는 체계로의 전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과학자들은 기후변화를 가장 정확하게 알려야 할 책무가 있으며, 기후변화의 원인으로 알려진 이산화탄소를 포함한 온실가스 배출과 탄소 절감 대책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과학과 경제와 사회의 선순환 고리를 재정비하는 과정은 과학자 또는 교육기관이 개별적으로 진행할 수 없다. 지속가능한 지구를 만들어가는 과정에는 산업계, 교육계와 정책 입안자들의 집단지성 (collective wisdom)을 통해 만들어진, 그리고 만들어질 임팩트 보고서의 역할이 점점 더 중요해질 것이다. “우리는 세계의 자본시장이 회복력(resilience)과 지속가능한 글로벌 경제를 만들어가고 있는 새로운 임팩트의 시대를 목격하고 있다.” 미국 장외주식시장인 나스닥의 아데나 프리드먼 대표의 말이다.
김정선 동서대 총괄부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