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감성터치] 의미와 재미

  • 국제신문
  •  |   입력 : 2022-09-04 19:45:13
  •  |   본지 22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곰용 씨의 여름 옥상은 열매 수확을 거의 마무리하고 있다. 상추 케일 토마토 오이 호박 부추 오디 등을 먹었다. 올해에는 애플 수박도 키웠는데 당도가 높아 맛이 좋았다. 여름 한 철 피부를 그을려가며, 매일 땀을 한 바가지씩 흘려가며 작물을 돌본 곰용 씨를 생각하면 수박 3개라는 수확량이 아쉬운데 그러거나 말거나 그는 매일 옥상에 올라 지지대를 세우고 진딧물을 잡는다. 그게 그렇게 좋을까.

그러고 보니 그는 즐기는 일이 많다. 가끔 스케치북을 펼쳐 그림을 그리고 일요일마다 새벽에 일어나 농구 동호회 모임에 간다. 물만 보이면 민물, 바닷물 가리지 않고 낚시부터 떠올리고 여름에는 꼭 물놀이한다. 만 하루 이상 집안에 가만 앉아 있지 못하는 그를 보면 그의 넘치는 체력, 활력이 부럽기도 하다.

나는 그와 다르게, 일 년 내내 집에만 있으라고 해도 잘 있을 사람이다. 누워서 온종일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신이 있다. 굳이 활동해야 한다면 드라마를 보거나 책이나 조금 읽고 고양이와 느리게 뒹구는 정도. 그러면 지나가던 곰용 씨는 누가 고양이고 누가 이정임이냐며 혀를 끌끌 찰 것이다.

서른 중반 이후 몸 여기저기 고장이 났다는 신호가 왔다. 특히 면역력이 떨어져서 오는 질병이 많았는데 요즘도 스트레스성 습진 때문에 가려움과 싸우고 있다. 스트레스를 받지 말라는 처방을 매번 듣는데 말처럼 쉽지 않다. 일하는 시간을 제외하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데, 왜 낫지를 않나.

요즘 ‘루틴’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생산성을 높이는 습관을 만들기 위해 의지와 노력으로 생활을 정돈하는 방식을 말한다. 일부러 의식하며 운동하고 영양제를 먹으면 나중에 저절로 운동과 영양제를 챙기는 습관이 생긴다. 얼마 전, 나와 비슷한 부류라고 믿었던 고양이도 자신만의 생활 습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대부분 비슷한 시각에 일어나 밥을 먹고 화장실에 가고, 비교적 같은 시간을 들여 활동하고 그루밍한다. 그들도 철저하게 루틴을 지키며 산다니 배신감마저 들었다. 그렇다면 나도 루틴을 만들어보겠다. 호기롭게 종이를 펼치고 지켜야 할 목록을 만들었다. 하지만 강제로 뭘 지켜야 한다 생각하니 곧 괴로워졌다. 스트레스를 받지 말라는데 건강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을 것 같다. 목록을 다시 들여다봤다. 거기에는 건강을 지키라는 의미만 있지, ‘재미’가 없었다.

생각해보면 풀숲에 들어가 혼자 살지 않는 이상, 어떤 활동을 하든 스트레스는 생길 수밖에 없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방법보다 스트레스와 평생 같이 살 방법을 찾아야 한다. 스트레스가 되는 일을 겪어도 몸이 스트레스라고 알아차리지 못하게 만드는 방법. 그게 재미였다! 평소 재미있는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몸을 단련하면, 실제 큰 스트레스가 찾아와도 몸이 방어할 능력치가 높아질 것이다. 스트레스에서 재미를 느끼는 일은 곧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일이 될 것이다. 재미있는 스트레스를 생활에서 찾는다면 취미 활동이다. 공부 악기연습 스포츠활동 등 곰용 씨도, 고양이도 하는 취미 생활을 나는 거의 하지 않고 지내왔던 거다.

나는 재미로 하는 공부를 계획했다. 주민자치센터에서 한자 수업을 찾았다. 등록하고 찾아갔더니 수강생 대부분이 어머니 또래였다. 그들은 오랫동안 한자 수업을 반복해서 듣고 있었다. ‘맨날 들어도 돌아서면 까묵는다’고 하지만 그들의 노트에는 그 세대만이 가진 정갈한 글씨로 정리된 한자가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그들은 일주일에 하루, 서로가 챙겨온 떡 요구르트 커피 등의 간식을 나눠 먹고, 작은 농담에 크게 웃으며 수업을 들었다.

낯선 환경을 꺼리는 편인데 한자 교실은 수업을 즐기는 수강생 때문인지 무척 마음에 들었다. ‘마음(心)을 덮었는데도(冖) 다투듯이(爪) 서서히(夂) 일어나는 것은 사랑’이라는 사랑 애(愛)를 공책에 반복해서 쓰고 외우면서 마음이 평화로워졌다.

몸을 고치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의미만 남지만 나를 돌보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이렇게 재미도 찾을 수 있다. 물론 ‘돌아서면 곧 까묵고’ 머리를 쥐어뜯겠지만, 사각사각 반복해서 같은 글자를 쓰는 재미는 마음을 덮어도 자꾸 생각날 것이다.

이정임 소설가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북항복합환승센터 3.3m 단차분쟁, 법원 조정안 확정
  2. 2산청 대원사계곡길, 3.5㎞에서 5㎞로 연장 개통
  3. 3김장철 앞두고 재룟값 희비… 주요 채소는 내렸으나 양념은 올라
  4. 4부산 울산 경남 오후부터 비…내일까지 10∼60㎜
  5. 5[속보]현대제철 당진공장, 협력업체 근로자 기계 끼여 숨져
  6. 6[속보] 부캉이 ‘북항살이’ 한 달째…누적 방문객 150만명 넘었다
  7. 7IMF, 韓잠재성장률 2년 연속 상승 전망…40년 만에 처음
  8. 8김민석 “임기 동안 부산 직할 각오…뿌리 안착 숙제”
  9. 9'여론조사비 대납 혐의' 오세훈 2심 내주 선고
  10. 10북울산역세권 개발 본격화
  1. 1김민석 “임기 동안 부산 직할 각오…뿌리 안착 숙제”
  2. 2울주군의원 의정비 8.3% 인상
  3. 3추미애 “사과 바라니 사과한다” 발언에 국힘 “사퇴 바라시니 사퇴하라”
  4. 4[속보]김민석, 지역축제 중 무대인사 관련 사과…"불편 끼쳐 죄송”
  5. 5李대통령 “‘국무회의 공개라 말 못한다’는 거짓말…이해 안 돼”
  6. 6국힘, 秋 ‘재정 빨대’ 발언 사과에 “‘사과 바라시니까’…끝까지 오만”
  7. 7李대통령, 부천 화재 순직 소방관 조문…“영원히 기억할 것”
  8. 8[속보] 추미애 '소방 재정 빨대' 발언 사과…“폄훼 의도 없어”
  9. 9김민석, '재정 빨대' 발언 사과... "추미애에게도 사과 요청했다"
  10. 10[정가 인&아웃] 지역현안 해결사 이헌승 국힘 부산 국회의원, 국제신문 회생에도 팔 걷어
  1. 1김장철 앞두고 재룟값 희비… 주요 채소는 내렸으나 양념은 올라
  2. 2IMF, 韓잠재성장률 2년 연속 상승 전망…40년 만에 처음
  3. 3롯데 ‘러브 패밀리 페스티벌’ 부산서 첫 개최
  4. 4[속보] ‘부캉이’ 오른쪽 지느러미 상처 관찰…출혈은 없어
  5. 5효성중공업, 창원 초고압차단기 신공장 준공…AI 전방수요 폭증 영향
  6. 6마카오 리조트 '그랜드 리스보아 팰리스' 영남권 공략 본격화
  7. 71246회 로또 1등 16명…당첨금 각 18억 8,103만 원씩
  8. 8"국민연금 한 번도 못 낸 청년 21만명…10명 중 9명은 '실직'"
  9. 9"통합 앞둔 발전5사, '8020억 자회사 부채' 승계계획 전무"
  10. 10대미(對美) 무역수지 흑자 늘었는데, 트럼프 가만히 있을까?
  1. 1북항복합환승센터 3.3m 단차분쟁, 법원 조정안 확정
  2. 2산청 대원사계곡길, 3.5㎞에서 5㎞로 연장 개통
  3. 3부산 울산 경남 오후부터 비…내일까지 10∼60㎜
  4. 4[속보]현대제철 당진공장, 협력업체 근로자 기계 끼여 숨져
  5. 5[속보] 부캉이 ‘북항살이’ 한 달째…누적 방문객 150만명 넘었다
  6. 6'여론조사비 대납 혐의' 오세훈 2심 내주 선고
  7. 7북울산역세권 개발 본격화
  8. 8아궁이 불 지핀 후 방치…김해 목조 단독주택서 불
  9. 9경남도, 3277억 규모 올해 마지막 추경 편성…8월 호우 복구 중점
  10. 10교도소에 자리 없어서…올해 형집행률 60% 미만 가석방자 급증
  1. 1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2. 2득점은 킹, 리바운드는 롱…KCC 살릴 ‘믿을맨’ 찾았다
  3. 3자금 숨통 틔웠다…LIV골프 살아날까
  4. 4[뭐라노] 롯데, 이젠 성찰할 때
  5. 5프로야구 역대급 흥행에도 쪼그라든 ‘거인 팬심’
  6. 6인종차별 당한 엄지성…英 경찰 수사
  7. 7거인 3년 연속 7위…레이예스·한동희는 날았다
  8. 8황성빈은 첫 도루왕…끝까지 뜨거웠던 타이틀 경쟁
  9. 9한화, 새 사령탑에 류지현…3년 20억원
  10. 103년 無가을로 계약 만료…김태형 감독 운명은?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AI 시대, 부산 R&D의 대전환
원자력 청출어람, 스승을 가르치다
국제칼럼 [전체보기]
사라지는 것, 귀 기울일 것
열린 사회와 그 적들
기고 [전체보기]
배의 피부를 지키는 기술은 도장이다
거장은 떠나도, 오케스트라는 남아야 한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북극항로, 첫 배보다 중요한 것은 다음 배다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도청도설 [전체보기]
은정이라는 이름
다시 영화의 시간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요추부 척추관협착증, ‘메포츠’로 극복하기
B형 간염 ‘바이러스 수치’에 ‘급여’ 맞춰야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초대 중수청장, 내편 네편 아닌 국민편에 서라
지자체, 현수막 법 준수하고 실태부터 파악해야
세상읽기 [전체보기]
다민족 사회
부캉이가 북항에 던진 질문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금가락지가 땅에 떨어진 형국, 곡전재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거울 속의 외계인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