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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수산칼럼] 제2의 시도상선을 기다리며

  • 국제신문
  •  |   입력 : 2022-08-21 19:02:38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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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 파탄의 쓴맛을 본 우리나라는 해운 재건의 일환으로 한국형 선주사 육성에 관한 정책적 지원이 뜨겁게 논의되고 있다. 우리나라 해운기업은 외국의 경쟁기업에 비해 불리한 높은 금융비용과 재무구조의 악화를 방지하지 못한 결과, 한진해운 파탄과 같은 사례가 반복되기에 이를 예방하기 위해 선주사 육성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현재와 같이 선주사와 운항사를 겸하는 구조에서는 불경기때 재무구조도 나빠져 저가 선박을 매입할 수 없고 호경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기 때문에 우리나라 해운산업의 경쟁력을 갖추려면 반드시 선주사가 필요하다. 한국해양진흥공사가 주축이 돼 작년부터 한국형 선주사업을 시범 실시하는 등 분위기는 무르익고 있다.

선주사는 운항하지 않고 선박의 소유와 관리에 집중하는 회사로, 낮은 가격에 선박을 매입하고 높은 가격에 매각하는 전문기업이다. 선주사는 해운산업의 외연을 확대하고 조선업 선박관리업 선박검사업 등 관련 산업과 상생발전을 가능케 하며, 부산 중앙동을 중심으로 하는 전문선박관리업의 발전과 함께 해 기전문인력 고용에도 도움을 줄 것이다.

일본 그리스 노르웨이 독일 중국 등 경쟁국은 선주업이 발달해 경기역행적 투자, 해기전문인력 일자리 창출, 해운 관련 산업의 상생발전에 기여한다. 현재 국내 대형조선소에서 건조하는 선박의 상당수도 이들 외국 선주사가 발주한 것으로 급변하는 해운시장에서 선주사의 역할은 국제적으로 인정을 받는다. 세계 1위 조선, 5위 해운국가임에도 우리는 경쟁국이 적절하게 활용하는 글로벌 규모의 선주사가 없어 어려움을 겪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에게도 선주사가 전혀 없는 것이 아니었다. 시도상선이라는 선각자 기업이 있지만 2011년 탈세 혐의로 조사를 받게 되면서 국내 선주업의 발전은 오로지 세무당국 사정의 칼날이 피해가기만을 기다리는 지경이 돼 버렸다. 시도상선은 2011년 당시 170여 척을 보유, 당시의 해운업계 ‘빅3’였던 현대상선(439만여t), 한진해운(360만여t), STX팬오션(345만여t)보다 많은 1085만여t을 보유·건조하면서 대략 세계 13위 수준의 대형 선주사로 발돋움했다. 뿐만 아니라 시도상선은 자동차전용선(PCC·Pure Car Carrier)을 비롯해 벌크선 탱커 프로덕트선 케미컬선 등 거의 모든 상선의 종류를 망라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세계 해운시장에서 떠오르는 강자로 인정받았고, 금융 조건이 좋은 일본 등 외국에서 확보한 자금으로 국내 조선소에도 60척 이상 선박을 발주하는 등 조선업에도 크게 기여했다.

국세청이 시도상선과 그 소유자인 권혁 회장에게 세금을 추징하면서 적용했던 국내 비거주자 요건 등은 선주업에 대한 무지에 가까운 법 적용이다. 선주업은 금융조건과 세제혜택이 좋은 곳을 찾아서 특수목적법인을 만들거나 비공개 기업이 대부분이다. 그리스 선주들은 그리스에서 유리한 금융 조건을 얻을 수 없기에 그리스와 영국을 오가며 기업경영을 하지만 이들에게 그리스 정부가 비거주자 요건을 적용해 탈세 혐의로 고발했다는 이야기는 없다. 일본의 이마바리 선주들이 파나마의 특수목적법인을 활용해 파나마 선적의 선박을 확보하고 실제 경영은 일본에서 하지만 이들 기업이 탈세 혐의로 고발되지는 않는다.

우리나라의 선주업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은 선주업에 대한 세무당국의 몰이해라고 할 것이다. 선주업을 육성하려면 조세피난처를 적절하게 활용하는 글로벌 스탠더드를 적용해야 한다. 아니면 합법적인 절세가 가능하도록 제주등록특구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 주요 경쟁국에서도 자국 선주 보유선박의 국외 유출을 막고 해외선박을 유치하기 위한 제도를 정비 중이다. 이를 위해 선박보유세제를 경쟁국보다 유리하게 정비하고 있다.

시도상선은 탈세기업이 아니라 국내에서 한 푼도 외국으로 유출한 적이 없는 해운전문가가 해운경기에 관한 뛰어난 분석을 바탕으로 선주업에서 성공했고, 외국에서 번 돈으로 국내 해운업의 고용을 촉진하고 국내 조선소에 막대한 일감을 제공한 선각자로 봐야 할 것이다. 정부는 제2의 시도상선이 출현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을 우선으로 정비해야 한다. 아울러 매년 고액상습체납자로 발표하면서 망신주기와 같은 소모적인 행위는 멈추어야만 한다. 그래야만 부산에 본거지를 둔 제2의 시도상선이 출현할 수 있다. 국가경제를 위해 삼성 롯데 동국 등의 주요 재벌기업 총수의 사면을 단행한 윤석열 정부는 해외활동이 타산업보다도 훨씬 더 중요한 선주업의 특성을 고려해 조속한 시일 내 권혁 회장과 시도상선을 사면복권해 한국형 선주업 육성을 위한 정부의 의지를 확고히 할 것을 기대한다.

한종길 성결대 글로벌물류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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