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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무기의 그늘

  • 이경식 기자 yisg@kookje.co.kr
  •  |   입력 : 2022-08-16 19:16:46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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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차 세계대전(1914~1918) 기간 미국에는 2만1000명의 백만·억만장자가 생겼다. 영국 프랑스 등 연합국에 전쟁 물자를 공급하거나 전쟁 자금을 빌려주고 수익을 챙긴 결과였다. 큰 돈을 번 대표적인 기업이 금융재벌 JP모건이다. JP모건은 미국이 참전을 결정하기 직전인 1917년 4월, 연합국에 50억 달러의 군수품을 수출했다. 연합국이 패전해 그 대금을 받지 못할 경우, JP모건의 파산은 물론 미국에 심각한 금융위기가 초래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미국은 마침내 참전했고, 이를 두고 “JP모건을 구하기 위한 참전”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1936년 발표된 미 상원 군수산업조사특별위원회 보고서에 담긴 내용이다. 위원회는 JP모건 같은 전쟁 장사꾼을 “죽음의 상인”이라고 했다. 1차 대전 때 3000만 명이 숨졌다.

이렇게 ‘전쟁산업’이 주요 부가가치 창출 수단으로 자리잡았다. 미국의 제34대 대통령 드와이트 아이젠하워가 1961년 퇴임연설에서 “미국의 민주주의는 새로운 거대하고 음험한 세력의 위협을 받고 있다. 그것은 군산공동체라고도 할 수 있는 위협”이라고 경고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군부와 방위산업체가 결탁한 ‘군산복합체’(military-industrial complex)를 지칭한 것이다. 냉전시대 미 군산복합체는 국정을 좌우하는 세력으로 번성해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는 분쟁에 개입한다는 음모론의 주인공이 됐다.

군산복합체의 전쟁 특수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확인됐다. 탄도탄 요격 미사일(독일), 리퍼 드론(폴란드), 스팅어 대공미사일과 재블린 대전차(동유럽 국가) 등 미국산 무기 구매가 줄을 잇고 있다. 러시아의 무기 수출 시도도 활발하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15일 방위산업 전시회에서 “(자국산) 무기 대부분은 실제 전투에서 한 번 이상 활용됐다”고 선전했다. 미국과 러시아는 세계 1, 2위 무기 수출국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특수는 우리나라에까지 확산됐다. 최근 폴란드에 K2 전차와 K9 자주포 등 10조 원대의 무기를 수출하기로 계약을 맺은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불황 속에 반가운 소식이긴 하나, 마냥 좋아할 일만은 아니다. 폴란드는 러시아와 대립 중인 터라, 이번 무기 수출 계약으로 우리나라와 러시아의 관계가 나빠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러시아의 신냉전에 발을 담그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70년이 지났는데도 한반도의 냉전은 여전하다. 작은 이익(무기 수출)에 현혹돼 큰 손실(신냉전 연루)을 자초해선 안 된다.

이경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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