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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참을 수 없는 ‘자유 양극화’

“승자독식은 결코 안돼”…공정·연대·박애 강조한 취임사와 배치된 국정

“비 좀 왔으면” 망언도 특정계층 편향서 기인

  • 이경식 기자 yisg@kookje.co.kr
  •  |   입력 : 2022-08-15 19:09:22
  •  |   본지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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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많고 탈도 많다는 시쳇말로는 부족하다. 왁자지껄한 시장통을 지나온 느낌이다. 너무 혼란스러워 물건도 못 산 채 빈손으로 떠밀려온 듯하다. 윤석열 정부 출범 100일을 맞는 다수 국민의 심정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21%) 다음으로 낮은 윤 대통령(25%)의 취임 100일 지지율(한국갤럽 조사 기준)에서 국민의 짙은 피로감이 묻어난다.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에서 연승하고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락한 국민의힘의 모습은 수권능력을 의심케 한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됐을까. ‘자유 양극화’에서 그 원인을 본다. 윤 정부의 국정이 특정 계층 위주로 추진되면서 국민의 자유도 양극화가 심해진다는 얘기다. 윤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우리나라는 지나친 양극화와 사회 갈등이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협할 뿐만 아니라 사회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리고 “자유는 결코 승자독식이 아니다”면서 “자유 시민이 되기 위해서는 공정한 규칙을 지켜야 하고, 연대와 박애 정신을 가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윤 대통령의 이 주장은 영국의 철학자 존 스튜어트 밀의 사상에 닿아 있다. 그는 대선 후보 시절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으로 미국의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의 ‘선택할 자유’와 함께 자유주의의 고전으로 불리는 밀의 ‘자유론’을 꼽았다. ‘선택할 자유’ 서론에는 ‘자유론’의 자유 개념 정의가 인용돼 있다.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것을 막기 위한 목적이라면 당사자의 의지에 반해 권력이 사용되는 것도 정당하다고 할 수 있다. 이 유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문명사회에서 구성원의 자유를 침해하는 그 어떤 권력의 행사도 정당화할 수 없다”는 대목이다.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되, 타인을 해치는 자유는 허용할 수 없다는 뜻이다. 승자독식은 패자를 희생양으로 삼아 승자만 자유를 누리는 것이니 용납하기 어렵다. 승자독식을 부정하고, 공정·연대·박애를 강조한 윤 대통령의 주장은 옳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정치는 자신의 주장과 사뭇 다르다. 특정 계층의 자유에 치우쳐 다수 국민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크다. 법인세 인하, 가업승계 상속세 완화, 대주주 주식 양도세 완화, 다주택자 종합부동산세 중과 폐지 등 ‘부자 감세’ 정책이 대표적이다. 정부 발표대로 법인세 최고세율이 25%에서 22%로 낮아지면 기업은 6조5000억 원을 절감하게 된다. 그러나 이는 삼성 등 소수 거대기업의 몫일 뿐이다. 가업승계 상속세의 과세 대상은 매출액 4000억 원에서 1조 원으로 크게 완화된다.

정부는 또 상장주식 양도세 과세기준을 종목당 10억 원 이상에서 100억 원 이상으로 대폭 높인다. 반면 모든 투자자가 내는 증권거래세는 0.03% 포인트만 소폭 내린다. 다주택자는 종부세 중과 폐지로 세금이 수백만, 수천만 원 줄어든다. 아직 전체 가구의 44%가 자기 집을 못 가진 상태다. 최근 서울 반지하주택 침수 참사에서 보듯, 폭우가 쏟아지면 사고 걱정 때문에 잠을 설치는 불량주택 가구가 수백만에 달한다. 이런 현실에서 부자 감세는 특혜가 아닐 수 없다. ‘지나친 양극화’를 자유와 민주, 사회 발전의 장애요인이라 하고선 양극화를 부추기니 모순도 이런 모순이 없다. 자유의 가장 큰 동력은 경제력이다. 부자 감세는 결국 경제적 양극화를 넘어 자유 양극화를 키울 수밖에 없다.

정부의 부자 감세 추진 명분은 ‘낙수효과’다. 물이 아래로 흐르듯, 부유층의 소득 증대가 소비·투자 확대 등 성장으로 이어져 저소득층의 소득도 늘어나게 된다는 논리다. 아직 낙수효과는 입증된 바 없고, 오히려 양극화를 심화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15년 보고서에서 “상위 20%의 소득 비중이 증가할수록 국내총생산(GDP)은 감소했다”고 밝혔다. 앞서 법인세율을 25%에서 22%로 낮추고, 종합부동산세 과세기준을 완화했던 이명박 정부에서도 연평균 경제성장률(3.2%)이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밑돌았다.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노동자 파업에 대한 정부 대처를 보면, 원청 대기업 편향성은 물론 하청 노동자에게 폭압적인 면모까지 드러낸다. 문제의 본질은 ‘하청업체 단가 후려치기’다. 대우조선해양은 2015~2019년 하청업체에 제조원가보다 낮은 거래대금을 지급해오다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153억 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단가 후려치기로 인해 하청 노동자는 2014년 이후 임금이 31%나 삭감됐다. 삭감된 임금 회복 요구는 정당하다. 그런데도 정부는 “형사처벌과 손해배상 책임을 피할 수 없다”며 모든 책임을 하청 노동자에게 떠넘기려 한다.

“비 좀 왔으면 좋겠다. 사진 잘 나오게”라는 여당 의원의 수해 망언은 괜히 나온 게 아니다. 반지하주택을 방문한 윤 대통령에게 “누추한 곳에 잘 찾아갔다”는 지지 인사의 발언 역시 마찬가지다. 자유에 대한 불평등한 인식에서 기인한다. 윤 정부의 자유 양극화가 위험수위에 이르렀다.

이경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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