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전기차 메이커인 테슬라의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가 한국의 인구 감소를 두고 쓴소리를 했다. 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15~49세 가임기 여성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수)이 0.81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저출산·고령화 대응을 위해 기본 계획을 수립한 뒤 2006년부터 15년간 투입한 예산은 380조2000억 원에 달한다. 2006년 당시 합계출산율은 1.13명이었다. 10년이 넘는 기간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했으나 효과는 없는 셈이다. 인구 학자들은 지금 출생률 추이라면 한국은 2750년께 사라질 수 있다고 한다.
부산의 저출산·고령화 현상을 고려해도 이는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 부산의 합계출산율은 0.73명으로 전국 17개 시·도 중 서울(0.63명) 다음으로 낮았다. 부산은 또 지난해 9월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20.1%를 기록하며 서울을 비롯한 전국 7개 대도시 가운데 처음으로 초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 비율 20.0% 이상)에 진입했다. 아기 울음소리가 끊기고, 청년은 떠나고, 노인만 남은 부산의 별명은 ‘노인과 바다의 도시’다.
현실은 수도권으로의 인구 유입이 늘고 지방소멸 위험은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해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포스트 코로나19와 지역의 기회’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 4월 수도권 순유입 인구는 2만7500명으로, 전년 동기(1만2800명)보다 배 이상 늘었다. 전국 228개 시·군·구 기준 지방소멸위험 지역은 2019년 5월 93개(40.8%)에서 지난해 4월 105개(46.1%)로 12곳 증가했다. 이처럼 인구감소에 따른 지방소멸 위험은 심각한 상태지만 정부는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서 내세웠던 6개 국정 목표 중 하나는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였다. 하지만 정부의 잇단 수도권 중심 정책을 보면 지방소멸 현상은 더욱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최근 수도권에 공장을 새로 짓거나 공장 규모를 늘릴 수 있게 ‘산업집적 활성화 및 공장 설립에 관한 법률’ 시행령 및 시행 규칙 개정을 추진하는 게 대표적이다. 수도권 공장 신·증설 제한은 기업들의 비수도권 이전을 유인하기 위한 유일한 정책인데 이를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교육부가 내놓은 반도체 인력 양성 방안도 마찬가지다. 한국 산업의 핵심인 반도체 산업을 위해 그에 맞는 인재를 육성하는 것은 필요하다. 하지만 수도권 대학 반도체학과를 증원하겠다는 정책은 부작용이 크다. 수도권 대학 정원이 늘면 지방대는 학생 모집이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반도체 같은 최첨단 미래 먹거리 분야에서 지방대에 더 많은 기회를 주는 것이 지역 균형발전에 도움이 된다. 교육부 정책은 일단 수도권만 살고 보자는 근시안적인 전략이다.
이런 지방 위기를 타파하는 최선의 방법은 지방의 연대다. 부산·울산·경남 3개 지자체가 동남권 메가시티를 만들려는 이유는 ‘생존을 위한 연대’다. 부울경특별연합, 이른바 메가시티는 지난 2018년 6월 3개 시도가 공공협력기구 설치에 합의함으로써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메가시티는 ‘동북아 8대 도시’를 비전으로 경제·생활·문화·행정 공동체를 만든다는 구상이다. 구체적으로는 부울경 관내 1시간 안에 이동할 수 있는 1시간 생활권, 외국인 관광객 1000만 명 유치, 청년인구 순유입 등의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지난 4월 법적으로 인정받았고 내년 1월 가동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민선 8기 들어 새로 취임한 김두겸 울산시장과 박완수 경남도지사가 부울경특별연합에 호의적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메가시티의 필요성은 인정하나 그 수혜가 부산에 집중되는 부분을 지나치게 걱정하는 모양이다. 김 시장은 부울경특별연합이 부산과 경남에는 실익이 있으나 울산에는 별 이득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오히려 2016년부터 추진되어 온 울산·경주·포항 ‘해오름동맹’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박 지사도 경남에 실익이 있는지 따져보자는 입장이다. 경남은 부울경특별연합을 민선 8기 도정 과제에서 제외하고 방향 재설정을 위한 별도 용역에 들어갔다고 한다.
6·1 지방선거 이후 부울경특별연합은 특별의회 구성과 조례 제정, 특별자치단체장 선출, 통합청사 위치 선정에 필요한 선발TF 구성도 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라면 출범이 미뤄질 판이다. 시일 연기 등으로 정부가 제공하려던 특전이 감소하거나 사라질 수 있어 걱정이다. 수도권 집중화를 막는 최선의 대안은 메가시티다. 대한민국의 존립 기반을 위협하는 지방소멸을 막는 방책이기도 하다. 때맞춰 국민의힘이 내일 부산시청에서 부울경 예산정책협의회를 연다고 한다. 이날 부울경 광역단체장이 솔직한 대화와 협의를 통해 큰 뜻을 모으길 바란다.
이은정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