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잡지에서 본 한 그림이 생각난다. 제목은 ‘손주나 할아버지나 마찬가지’. 둘 다 기저귀를 차고 있다. 나이가 들면 아기가 된다지만 나이가 들고 병으로 인해 소변 조절에 문제가 생겨 기저귀를 찬다는 것은 매우 슬픈 일이다. 심지어 비뇨의학과에서 치료와 증상 호전이 가능한 사례임에도 기저귀 하나로 방치되는 경우라고 하면 더더욱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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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서상균 기자 |
한 아주머니의 푸념 역시 남 일 같지 않다. 치매와 뇌경색으로 거동이 불편한 어머니를 집에서 간병하는데 기저귀에 피가 묻어 나온다며 내원했다. 기저귀 발진이 있어서 연고도 같이 처방해 달라고 했다. 진료실에서 나서면서 본인도 어머니 간병에다 매일 한가득 나오는 기저귀 쓰레기 때문에 팔목이 아프다며 정형외과 진료를 봐야겠다고 한다. 게다가 이 기저귀 비용도 만만찮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전 세계적으로 노령인구는 급격히 증가하고, 특히 우리나라는 2025년 고령인구 비율이 20% 이상이 되는 초고령사회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당연히 치매 뇌졸중 보행장애 등 노인성 만성질환이 증가했으며 이로 인해 배뇨장애 요실금 환자 역시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이들 중 많은 분이 배뇨 문제로 기저귀를 사용하거나 특히 스스로 배뇨가 안돼 장기간의 요도카테터 혹은 상치골 카테터 유치, 간헐적 자가도뇨 등을 시행한다. 그러나 이에 대한 적절한 관리가 잘 안 되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10년 전에 비해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이 2배 이상 증가하면서 입원 노인도 늘었고, 요양병원에 입원 중인 80~90대 노인 상당수가 기저귀를 차고 있다. 정신은 멀쩡한데 기저귀를 차고 있어서 고통스러운 분도 많다. 노인 환자의 배뇨는 신체적 건강의 유지에도 중요하지만 인간의 존엄성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배뇨장애의 합병증 중 요로감염도 큰 문제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요양병원 입원환자의 약 10%에서 병원감염이 발생하며 이들 중 40%는 요로감염이고, 요로 감염의 80%는 도뇨관 관리의 잘못에서 비롯된다고 한다. 실제 현장에서도 발열을 동반하는 요로감염, 다제내성균에 의한 요로감염 등이 크게 문제가 되고, 심각할 땐 그로 인한 패혈증으로 사망하는 사례도 있다.
최근 많이 개선되고는 있지만 여전히 노인요양시설에 입원한 요실금 환자 중 제대로 된 처치를 못 받거나, 기저귀나 도뇨관을 유치시키고는 방치되는 경우도 있다. 요실금이나 배뇨장애에 대한 적극적인 치료나 관리, 요로 감염 등 합병증에 대한 예방관리 부재를 목격하는 일도 간혹 있다.
이러한 환자의 치료나 관리는 더 이상 개인에게 맡겨서는 안 되고 사회 시스템 보조 및 국가 차원에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한국전립선-배뇨관리협회는 교육 프로그램의 표준화가 중요하다고 보고 도뇨관·요실금 관리 돌봄전문가 교육을 개발해서 제공하고 있다. 요양기관과 치매안심센터 및 보건소 등에 근무하는 간호사 요양보호사 작업치료사 사회복지사 등과 같은 돌봄서비스 제공자들의 도뇨관, 요실금 관리 관련 전문지식 향상을 위한 프로그램이다.
대한비뇨의학회도 ‘국가배뇨감염관리센터 구축’을 제안했다. 비뇨의학회는 요양병원이나 요양시설에 입원한 노인이 배뇨질환에 노출되는 이유를 ▷해결할 수 있는 협진 진료 체계 부재 ▷요양병원의 적정성 평가에 맞추기 위한 단순 기저귀 사용 선호 ▷요양병원 정액수가제로 인해 요로감염에 대한 적절한 검사와 처지 미비 등을 꼽았다. 초고령화사회를 곧 맞이하는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치매안심센터처럼 정부 차원의 배뇨감염관리센터를 만들어 노령인구 배뇨질환을 관리해야 한다.
이경미 부산의료원 비뇨기의학과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