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국제칼럼] 쓰고 버려지는 청년정치

여야 대선·지선 맹활약 이준석·박지현 내몰아…청년 홀대 상징적 사건

20·30대 정부지지 급감…민심 이반 갈수록 커져

  • 이경식 기자 yisg@kookje.co.kr
  •  |   입력 : 2022-07-18 18:40:46
  •  |   본지 23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영국 보수당의 당대표 경선이 화제다. 소속 의원들이 2차 투표까지 진행한 결과, 5명으로 압축된 후보 중 2명이 소수인종·이민자 출신이다. 선두로 나선 리시 수낙(42) 전 재무장관은 아프리카에서 영국으로 이주한 인도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4위를 한 케미 바데노크 전 평등장관(여·42)도 나이지리아인 이민 가정의 후예이다. 수낙이 최종 승자가 될 경우, 사의를 밝힌 보리스 존슨 현 총리의 뒤를 잇게 된다. 영국에 사상 첫 소수인종·이민자 출신 총리가 탄생하는 것이다.

놀랄 일은 이뿐만이 아니다. 후보 5명 모두 40대인 데다, 그 중 3명이 여성이다. 95%가 영국계 백인이고, 남성과 50세 이상이 각각 63%와 58%에 달하는 보수당의 당원 구성을 고려하면 실로 경이롭다. 진보 정당인 노동당의 경선이 아닌지 다시 살펴보게 될 정도다. 보수정치의 새로운 장을 열어가는 ‘영국 현상’이라 특기할 만하다. 여기에는 보수당의 10여 년 변화 노력이 쌓여 있다. 시동을 건 이는 데이비드 캐머론 전 총리(2010~2015년 재임)다. 그는 2005년 39세의 나이로 보수당 대표가 된 뒤 비백인 인재 영입에 적극 나섰다. 수낙과 바데노크의 정계 진출도 그 덕분이다. 캐머론 전 총리는 다문화 정치 추구 외에도 최저임금 인상을 통한 워킹푸어 문제 해결, 동성결혼 합법화 등 다양한 진보 정책을 펴 보수당의 지지도를 높였다.

보수당의 정치는 우리 정치 현실을 되돌아보게 한다. 정치인의 연령이 우선 눈에 띈다. 보수당의 주축은 30·40대다. 35세에 정치를 시작해 43세 때 총리가 된 캐머론이 그렇다. 캐머론과 비슷한 나이에 정치에 입문해 재무부 평등부 등 주요 부처의 장·차관을 지내며 역량을 갈고 닦은 뒤 42세에 나란히 당대표(총리)에 도전한 수낙과 바데노크 또한 그러하다. 젊은 정치인은 보수당의 혁신 동력이다. 우리는 이런 동력을 갖지 못했다. 정확히 말하면, 가지려고 시도는 했지만 시늉에 그쳤다. 지난해 헌정 사상 첫 30대 당대표가 된지 1년만에 직무를 정지당한 이준석(37) 국민의힘 대표가 그 표본이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에 의해 당대표 출마가 저지된 박지현(26) 전 비상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도 마찬가지다.

당에 기여한 두 사람의 공은 크다. 이 대표는 지난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 때 ‘이대남(20대 남성)’ 표심을 확보하며 선거 승리를 이끌었다. 이에 자극받은 민주당은 ‘이대녀(20대 여성)’의 지지를 얻기 위해 텔레그램 성착취 범죄 ‘n번방’ 사건을 공론화한 박 전 위원장을 영입했다. 그러나 두 사람을 십분 활용한 당은 선거가 끝난 뒤 이들을 배척하기 시작했다. 이 대표는 “승리하고 난 뒤 바로 공격당했다”고 한다. 박 전 위원장은 “청년은 쓰고 버려지는 존재”라고 한다. 두 사람의 정치가 젠더 갈등을 낳은 건 문제이지만, 그에 대한 평가는 국민의 몫이다. 그리고 젠더 갈등의 근본적 책임은 당에 있다.

이들의 좌절에는 본인 책임도 있다. 이 대표는 성 접대를 받고 관련 증거를 없애려 했다는 의혹을 야기했고, 박 전 위원장은 대선과 지선의 잇단 패배에 책임이 있다. 하지만 이 대표의 혐의는 수사를 통해 입증되지 않았다. 그런 상태에서 국민의힘이 징계 결정을 내린 건 납득하기 어렵다.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에 맞서다 제거됐다는 해석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박 전 위원장이 당대표 출마에 필요한 권리당원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는 민주당 지도부의 지적도 틀린 건 아니다. 그렇지만 민주당 일부 의원의 성비위에 대한 엄벌 주장 등 입바른 말을 하다 미운 털이 박힌 건 사실이다.

두 사람의 일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우리 정치권의 청년 홀대는 심각하다. 국회의원(4.3%)과 광역의원(9.5%), 기초의원(11.1%)의 20·30대 비중은 낮다. 국회의원의 경우 국제의원연맹 통계에 나오는 121개국 중 118위다. 광역단체장(17명)과 기초단체장(226명)에는 20·30대가 전무하다. 반면 20·30대 인구(1320만1180명) 비중은 25.6%에 달한다. 인구는 많은데 여론을 대변할 정치인은 적으니, 20·30대의 정치적 소외감이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정치권은 별 관심이 없다. ‘청년정치’는 청년 표가 필요한 선거 때만 강조하는 한시적 구호일 따름이다. 청년정치가 시들면 기득권 세력의 입김이 커진다. 그렇게 ‘고인 물’은 부패하기 마련이다.

기득권 강화 정치에 대한 세평은 엄혹하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32%(갤럽 조사 결과)로 추락했다. 임기 초 각각 45%, 54%에 달했던 20, 30대의 지지율도 32%, 27%로 떨어졌다. 윤 대통령의 우군으로 여겨졌던 60대와 70대 이상 연령층의 지지율마저 각각 66%에서 39%, 73%에서 51%로 감소하는 등 민심 이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청년이 떠나니 노인도 떠난다.

이경식 논설위원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남천삼익 등 부산 혁신 건축 예정지 7곳 선정…용적률 완화
  2. 2요코하마의 조언 “북항재개발, 인근 지역 연결부터”
  3. 3해운대온천에 몸 담근 진성여왕, 천연두 싹 나았다는데…
  4. 480대 운전자 몰던 차, 해운대 산책로 돌진(종합)
  5. 5패패패승패패패…롯데 어그러진 ‘7치올’
  6. 61000원이면 청춘으로 돌아가는 무대…“친구도 사귀니 여기가 최고”
  7. 7[부산 법조 경찰 24시] 치안감 직에 3연속 경무관…‘임시’ 남해해경청장 언제까지
  8. 8트럼프 유세 도중 총격 피습
  9. 9내년 최저임금 1만30원…노사 모두 “불만”
  10. 10사라진 김해공항 리무진 대체할 급행버스 투입(종합)
  1. 1韓-元 난타전 과열 결국 제재…與 전대가 ‘분당대회’ 될라
  2. 2민주, 당무개입·댓글팀 등 ‘한동훈 3대 의혹’ 수사 요구
  3. 3이종환 2부의장 “원내대표 경험 바탕…동료 시의원 돕겠다”
  4. 4野 “증인불응 고발” 與 “일정 원천무효”…尹탄핵청문 앞 전운
  5. 5이대석 1부의장 “市 견제와 뒷받침 통해 성과 만들어 낼 것”
  6. 6민주 최고위원 후보 ‘친명’ 마케팅에…李 “친국민 표현” 金 “당원표심 호소”
  7. 7韓·美 ‘핵작전지침’ 성명 北 “핵억제 강화” 트집에 국방부 “정권 종말” 경고
  8. 8與 김미애, 양육비 불이행자에 강제조치 강화 법률개정안 발의
  9. 9제9대 부산시의회 후반기 與 원내대표에 이복조 의원
  10. 10곽규택 의원-보좌관 협업으로 에어부산 분리매각 연일 목청
  1. 1남천삼익 등 부산 혁신 건축 예정지 7곳 선정…용적률 완화
  2. 2요코하마의 조언 “북항재개발, 인근 지역 연결부터”
  3. 3내년 최저임금 1만30원…노사 모두 “불만”
  4. 4사하구 첫 지식산업센터 입주…스마트밸리와 시너지 기대
  5. 5“도시건축계획, 민관 머리 맞대 ‘부산만의 것’ 찾아내야”
  6. 6취약층에 불똥 튄 ‘가계대출 조이기’
  7. 7“2028년까지 10개국 진출…나라별 서비스 목표”
  8. 8BPA 나눔문화 확산…사랑의열매 표창 받아
  9. 9“글로벌 파생상품시장 성장, 국내시장 접근성 개선해야”
  10. 10[정옥재의 스마트 라이프] '일개미' 위한 노트북 '스위프트 고 14' 리뷰
  1. 1해운대온천에 몸 담근 진성여왕, 천연두 싹 나았다는데…
  2. 280대 운전자 몰던 차, 해운대 산책로 돌진(종합)
  3. 31000원이면 청춘으로 돌아가는 무대…“친구도 사귀니 여기가 최고”
  4. 4[부산 법조 경찰 24시] 치안감 직에 3연속 경무관…‘임시’ 남해해경청장 언제까지
  5. 5사라진 김해공항 리무진 대체할 급행버스 투입(종합)
  6. 6“양산 아파트 인허가 청탁 해주겠다” 일동에게 거액 받은 前공무원 실형
  7. 7시작은 청소년 여가시설, 코로나때 시설 32% 급감
  8. 8오늘의 날씨- 2024년 7월 15일
  9. 9사천 주민들 진주시 불법 쓰레기 반입금지 결사 반대
  10. 10부산·울산·경남 흐리고 비…예상 강수량 10∼40㎜
  1. 1패패패승패패패…롯데 어그러진 ‘7치올’
  2. 2부산시체육회, 임원 11명 선임
  3. 3반등 노리는 부산 아이파크…신임 사령탑에 조성환 선임
  4. 4야구 명문 마산용마고, 청룡기 첫 패권 노린다
  5. 5복식 강자 크레이치코바, 윔블던 여자 단식 첫 제패
  6. 6대한축구협회, 이사회 승인으로 홍명보 국가대표팀 감독 공식 선임
  7. 7해동고 40년 만에 ‘금빛 메치기’
  8. 8음주운전 빙속 김민석, 헝가리 귀화
  9. 9반즈 화려한 귀환…박세웅 제 몫 땐 ‘7치올(7월에 치고 올라간다)’
  10. 10고별전도 못한 홍명보 감독
與당권주자 릴레이 인터뷰
“당정 소통이 당쇄신의 시작…반윤 앞세우면 공멸”
與당권주자 릴레이 인터뷰
“원내만으로 현안 못 풀어…대표되면 당 시스템 쇄신”
강동묵의 디톡스 [전체보기]
산재보험 60년, 이순(耳順)이기를 바란다
노동자 건강을 위한 국제사회의 경향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더 많이 두들겨 보아야 할 산복도로라는 돌다리
옛 부산세관 복원, 진정한 새로운 전통이 되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정부 R&D에서 지역이 소멸되었다
과학인증의 시대
국제칼럼 [전체보기]
윤리가 없는 AI가 만들 ‘위험천만한 세상’
길 들이기와 길 들지 않기
기고 [전체보기]
AI의 일상화와 창작
아빠 육아 참여, 선택이 아닌 필수
기자수첩 [전체보기]
영화에 대한 열렬한 환호와 예우…‘축제의 궁전’ 품격이 달랐다
영화의전당 대표 연임…소통 외치는 현장에 귀 기울여야
김석환의 이미 도착한 미래 [전체보기]
‘위선’ 일망정 ‘공감’과 ‘배려’를 보고 싶다
아직 명당 덕을 덜 본 것일까?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공존과 양립으로서의 국악 컬래버
디아스포라의 노래 영천아리랑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좋은 사람 되기
실력·인성 갖춘 축구 ‘레전드’ 정용환이 그립다
데스크시각 [전체보기]
가덕신공항과 박형준의 정치적 미래
도청도설 [전체보기]
‘VIP 2’와 분당대회
맨발 걷기
메디칼럼 [전체보기]
진료실에서 만나는 이주노동자들
미래 한국 의료는 어디로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가마보코에 매료된 조선인
대만과 밀크피시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뇌력(腦力)을 키우는 다섯 가지 비결
뇌, 팩트 체크!
사설 [전체보기]
트럼프 피격, 정치 양극화가 빚은 민주주의 위기다
최저임금 1만원 시대…노사 모두 불만 제도 바꾸자
세상읽기 [전체보기]
미세·나노 플라스틱의 끝없는 ‘스텔스 공격’
‘빚 수렁’ 자영업자 위기 극복은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건강주치의 제도가 의료 개혁의 핵심인 이유
의대 입학정원 갈등의 올바른 해법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심해 유전 140억 배럴, 영일만과 산유국의 꿈
기회의 바다, 우리네 함장은 어디로 키를 잡을까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푸틴의 행보와 러시아 경제
경제문제가 풀려야 인구문제가 풀린다
인문학 칼럼 [전체보기]
수영에서 ‘역사도시’ 부산을 보다
인문 정신은 언제나 곡선으로 간다
전호환의 두잉세상 [전체보기]
‘나만의 생각’을 길러주려면
한국교육의 새 지평을 여는 IB교육학회 창립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건강과 재물을 얻는 명당아파트
차재원의 정치평설 [전체보기]
‘당원 중심주의’의 함정
비례대표 제도는 죄가 없다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호주 와인과 보랏빛 수영장
오페라 와인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바로크 음악
낭만오페라의 종언! 푸치니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꽃피는 부산항’에서
처음 보는 ‘무릉도원’
CEO 칼럼 [전체보기]
변화하는 모터쇼와 부산모빌리티쇼의 도전
위기가 기회로!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