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지난달 24, 25일 충남 아산 외암마을에서 열린 ‘아산문화재 야행’에서 음악을 담당하며 마을 곳곳에 설치된 무대에서 연주를 했다. 이틀 동안 이 작은 마을에 약 6000명의 관광객이 방문했다. 타임머신을 타고 조선시대로 온 것 같은 마을 풍경에 놀라고 ‘선비, 외암마을의 밤을 거닐다’는 주제로 해설사와 밤 마실, 마을 명소를 걷는 달빛산책, 조선과거시험 체험, 과거급제 축하행렬, 국악풍류, 선비야사, 한옥 체험인 선비유숙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경험하기 위해 인산인해를 이룬 관광객을 보며 또 한 번 놀랐다. 사람들의 발길을 사로잡는 이 마을의 매력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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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리숲’이 지난달 25일 충남 아산 외암마을 연꽃마당에서 문화재 야행 공연을 하는 모습. |
외암마을은 2000년에 국가민속문화재 제236호로 지정된 민속마을로, 이 마을의 60여 채 고택 중 참판댁(1984년)과 건재고택(1998년)이 국가민속문화재로 지정돼 500년 전 조선후기 향촌의 모습이 잘 보존되고 있다. 놀라운 것은 실제 주민이 이곳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장님을 비롯한 마을 주민이 앞장서서 전문가와 협업해 수백 년 동안 일궈온 삶의 흔적과 숨결을 간직한 외암마을의 이 유형문화유산을 고택으로 둘러싸인 유형문화재와 선비 문화라는 무형문화를, 조선시대 기층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새로운 문화 원형으로 만들어 내고 있다. 옛 문화를 단순히 잘 지키고 보존한다는 사고를 넘어 트렌드를 선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오래된 가옥은 사람이 드나들며 살아야 수백 년도 보존할 수 있지만 사람이 살지 않으면 오래지 않아 그 수명을 다하고 폐가가 되고 만다. 수백 년 된 바이올린도 계속 연주를 해줘야 그 생명력이 지속된다. 이 마을도 개방을 통해 박물관의 유물이 아닌 사람과 함께 하며 옛것을 익혀 새로운 것을 아는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의미를 무언으로 전한다.
어느새부터인가 지자체마다 지역 문화를 바탕으로 새로운 지역 브랜드를 만드는 움직임이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다. 옛 문화를 재발견해 현대인의 취향에 맞게 재해석해 하나의 브랜드로 만들어 또 하나의 새로운 지역 문화를 형성해가고 있다.
우리나라는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는 동안 폐허로 변한 도시는 새로운 건물, 새로운 외래문화의 유입으로 빠르게, 그리고 비교적 조화롭게 변화돼 왔다. 그 결과 옛것보다는 새로운 문화가 넘쳐나는 세련된 도시로 성장했고 사람들이 느끼는 트렌드의 속도는 코로나 시대 이후 더 빠르게 변화한다. 이러한 현대 문화에 반대급부로 우리가 잊고 살았던 우리 문화 원형에 관한 호기심과 이색적인 문화를 경험해 보고 싶어 하는 인구가 증가하는 것은 외암마을의 사례를 보면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부산도 부산시 유형문화재를 비롯한 근현대사 유적이 부산지역 16개 구·군에 다수 지정돼 보존되고 있다. 이 훌륭한 유형의 문화유산을 무형의 문화와 결합해 다양한 콘텐츠로 선보인다면 충분히 관광 자원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가슴으로 느끼는 즐거움은 여운도 길다. 가장 부산다운 삶의 숨결이 이어져야 문화고 역사가 되는 것이다.
김지윤 소리연구회 소리숲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