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2년 설립된 미국의 한 장수 기업 홈페이지에 이런 문구가 있다. ‘사람들은 전 세계적인 어려움에 직면하게 되면, 과학으로 눈을 돌린다’. 이 기업은 과학현황지수를 5년 전부터 조사·발표하고 있고 그 결과를 기업경영에 반영해왔다.
2022년 보고서 내용을 보면, 과학에 대한 신뢰는 팬데믹 이전보다 상승했다. 즉, 2020년 팬데믹 전 응답자의 85%가 ‘나는 과학을 신뢰한다’고 했는데 2022년에는 90%로 상승했다. ‘나는 과학자를 신뢰한다’는 문항에 대한 응답 또한 80%에서 86%로 상승했다. 뿐만 아니라, 과학은 나의 일상에 ‘매우’ 중요하다는 응답자는 46%에서 52%로 높아졌는데, MZ세대는 61%로 중요성을 더 높이 인지하고 있음을 보였다. 흥미롭게도 한국인 응답자들 중 97%는 과학이 나의 일상에 중요하다고 답을 했는데, 이는 17개국 응답자 중 가장 높은 결과였다 (미국 응답자는 91%, 일본은 88%, 프랑스는 77%였다). 반면, 과학자를 신뢰한다고 답한 사람은 79%에 그쳤는데 ‘과학자’보다는 ‘과학’에 대한 신뢰가 높은 것은 과학을 하는 사람들을 긴장하게 하는 결과일 것이다.
1998년 저명과학학술지인 ‘Science’에 독일 메르켈 전 총리가 실은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과학의 역할’이라는 기고문에는 “지속가능한 발전이 성공하려면 정치 사회 과학 분야가 함께 이 개념을 받아들이고 협력하면서 실행해야 한다”고 기록돼 있다. 이 글은 물리학자인 메르켈 총리가 환경부장관으로 재임 시 제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를 독일에서 개최하면서 제안했던 내용으로 “장기적으로 자연에 해가 되는 발전은 있을 수 없다”고 했다. 과학이 나갈 방향은 신재생에너지 활용 및 개발, 생태계를 파괴시키지 않는 과학, 친환경적인 과학, 바이오기술의 발전 및 활용이라 했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과학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지만, 이는 과학자 몇 명의 연구와 역할만으로는 가능하지 않다. 과학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함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자연과 사회와 경제와 관련된 분야 간 협력과 소통을 통해 실천되어야 한다. 이미 지속가능성은 21세기 들어 중요한 키워드로 부상되었고 지구가 직면한 위기의 해답으로 나온 실천적 개념이다.
UN은 과학과 공학의 모든 분야가 지속가능한 지구의 미래를 위해 가장 큰 역할을 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산업혁명 이후 급속하게 발전해 온 현대 과학은 인류에게 물질적인 풍요를 선물했지만, 자연과 생태계의 파괴 및 자원의 유한성을 간과해 왔다. 인류는 자연의 생산성과 생태계를 함께 유지하면서 발전할 수 있는 연구와 과학적 실천이 필요하게 되었다. 이미 영국이나 미국 등의 선진국에서는 ‘지속가능성 과학 (Sustainability Science)’과 같은 새로운 학문 분야가 만들어졌고, 모든 과학과 공학 분야에 지속가능성을 도입하기 위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2010년 UN의 한 연구자료에 의하면 93%의 CEO들은 지속가능성 이슈가 기업의 미래 성공에 매우 중요하다고 답을 했다고 한다. 그 결과 많은 글로벌 기업은 인간중심 생명중심 지속가능한 환경친화적 또는 ESG 경영과 같은 제목 이상의 실천적 경영을 해오고 있다. 단순히 기업의 사회적 책무나 봉사의 개념을 넘어 세계적인 당위성과 더불어 실질적인 기업의 이익과 부합되고 있다는 사실을 통해 소비자들, 즉 사람들은 이미 지속가능성이 반영된 경영을 하는 기업의 제품을 선호하고 있음이 드러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견디면서 인류는 과학의 세계적인 연대를 통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과학의 중요성은 인지가 된 반면, 우리 사회는 글로벌 환경과 아젠다에 부합되는 과학을 실천하고 수행할 준비가 되어있는지 돌아봐야 할 시점에 와 있다. ‘지속가능성’이 전 세계적인 화두로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이에 대한 공론화가 부족하다. 과학과 공학 교육의 파격적 변화가 필요하다. 과학이 지속가능한 미래를 향하고 있는 국제 사회의 흐름에 합류해야 할 시기를 더 이상 늦출 수는 없다.
김정선 동서대 총괄부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