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이란 인간 생활의 기본이자 잘 살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이다. R.P.블레이크에 따르면 사고란 ‘모든 일의 정상적인 진행을 저지 또는 방해하는 사건’이고, 국제노동기구(ILO)는 재해란 ‘물(物)이나 환경의 불안한 상태와 사람의 불안전한 행동에 의해 사람에게 손상을 동반한 결과’라고 정의한다. 산업재해는 ‘외부 에너지가 사람의 신체에 충돌작용을 하여 사람의 생명기능 또는 노동기능을 감퇴시키는 현상’이라고 정의한다.
미국의 인본주의 심리학자 매슬로는 인간은 다섯 가지 기본 욕구를 가지고 있으며 욕구의 충족은 하위에서 상위로 단계적으로 이루어진다고 했다. 기본 욕구는 안전의 욕구로 가장 기초적인 생리적 욕구 다음에 오는 원초적인 욕구 중 하나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는 정말 안전한가’고 묻고 싶다. 독일 사회학자 벡은 현대사회를 ‘위험사회’로 규정하면서 한국을 방문했을 때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압축 경제성장 과정에서 많은 위험이 부산물로 생겼고, 안전에 대한 국민 의식은 경제성장에 맞게 바뀌지 못했다고 진단하면서 한국을 아주 특별하게 위험한 사회로 규정했다.
2019년 서울시민 3458명을 대상으로 우리 사회 안전 불감증에 대해 조사한 결과, ‘매우 심각’ 43.6%, ‘조금 심각’ 48.7%, ‘별로 심각하지 않음’ 6.8%로 조사됐다. 그리고 건설 현장 가운데 3분의 2 이상이 안전조치가 미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산업현장에서 안전의식은 아직 미흡한 수준인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최근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인 상시근로자 50인 이상(공사금액 50억 원 이상) 사업장에서 발생한 산재 사망사고는 54건으로 집계됐다. 지난 1월 27일 법 시행 후 3개월 동안 중대재해 사고가 56건, 하루 평균 0.6건이 발생해 작년 평균 0.54건보다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시민과 노동자의 안전의식 수준을 향상시키고 통합적인 위기대응체제 확보가 절실하다. 외국 선진 기업들은 손실 예방과 고객 신뢰를 위해 능동적인 태도로 재해경감 활동을 한다. 외국 컨설팅사의 보고서에 의하면 재해경감 활동을 하지 않은 기업은 재해로 업무가 중단될 경우 2.5배 이상의 평균적인 복구시간이 필요하다.
이제부터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와 민간 기업은 재해·재난 발생 시 손실을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는 대응책을 끊임없이 준비하고 업무영향 분석과 리스크 평가 그리고 훈련과 테스트를 통해 개선해 나가야 한다. 삼성이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처럼 기관과 단체, 민간기업의 최고경영자는 안전하게 일하는 환경조성을 위해 뼈와 살을 깎는 노력으로 안전 불감증을 불식시킬 수 있는 확고한 변화의 리더십을 갖추어야 한다. 이를 위해 몇 가지 제언을 한다.
첫째, 안전 및 보건, 환경 관련 서비스 리스크 관리 같은 다양한 분야에 대한 관심과 충분한 인력·예산 지원, 재해경감 활동 담당자가 헌신하는 조직문화 조성이 필요하다. 둘째, 재해 발생 시에는 핵심 업무를 지속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전사적인 재해활동 구현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셋째, 우선적으로 복구되어야 하는 조직의 핵심 업무를 규명하고, 복구 시 필요한 자원을 산정하는 체제를 구축해 여러 가지의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한다. 넷째, 재해·재난 발생 시 업무중단 상황의 복구를 어떻게 달성할 것인지를 결정하기 위한 적절한 전략을 세우고 복구목표시간 내에 재개할 수 있도록 프로세스를 갖춰야 한다. 마지막으로 지자체와 민간기업, 시민단체, 주민이 함께 참여하는 모의훈련, 모니터링, 평가 등을 통해 부적합 사항을 개선해야 한다.
부산은 대한민국의 제2도시이자 해양수도로 2013년도 WHO 협력센터 공인 국제안전도시 사업을 추진해 지역사회 안전도 진단, 안전도시협의회의 거버넌스 체계 구축, 안전도시 조례제정 등의 성과를 만들어 냈다. 앞으로 2030 월드엑스포 유치와 현안 과제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이 남았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도시가 안전해야 어려운 숙제를 해결하는 게 가능하다. 중앙정부와 지자체, 민간기업, 시민이 하나가 되어 소홀하기 쉬운 안전 분야에 심혈을 기울여 주기를 바란다.
박우근 기업재난관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