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의 첫 국무회의가 지난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렸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무회의 일성은 ‘지방시대’였다. 그런데 지방시대를 이끌 조직 개편 문제가 간단치 않아 보인다.
20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공정·자율·희망의 지방시대’를 내걸고 발표한 지역균형발전 비전(15대 과제 76개 실천과제)을 제시했다. 이런 일은 한두 개 부처의 과제가 아니다. 그래서 대통령 소속의 위원회가 관련 부처장관을 위원으로 포함시켜 정책과제를 조율하고 추진한다. 대통령 소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와 자치분권위원회의 기능이다.
그런데 이해하기 힘든 일이 벌어졌다. 윤 대통령이 국가균형발전 정책을 추진할 새 조직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20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회 김병준 위원장은 지난 23일 가진 대통령실 기자회견에서 윤 대통령의 이런 뜻을 전했다. 김 위원장 측은 “기존 국가균형발전위원회와 자치분권위원회를 통합해 지역균형발전정책의 효율성을 기하겠다”고 설명했다.
국가균형발전과 자치분권 확대를 진두지휘해온 두 위원회는 각각 노무현 정부와 김대중 정부 이후 대통령 소속기관으로 지역시대를 이끌어 온 쌍두마차이다. 두 위원회의 통합은 역대 정부에서도 논란거리였는데, 정책조정 집행 기능의 균형발전위와 법과 제도 정비 중심의 자치분권위의 성격이 다르다는 이유로 분리 존치됐다.
새 정부의 판단은 다르다. 두 위원회의 업무가 ‘지역’이라는 공통분모가 있어 통합운영하면 시너지 효과가 날 것으로 기대한다. 두 위원회를 따로 운영한 지 20년이 지났으니 새로운 시도로 볼 수 있다. 이 변화의 끝을 예단하기 어렵지만 성공한다면 지역시대는 더 앞당겨질 것이다.
두 위원회를 합친 통합 위원회가 생기면 두 위원회는 없어지는 게 당연하다. 그런데 이 문제에 대해 대통령실은 “예민한 문제”라고 얼버무린다. 두 위원회를 그대로 두고 통합 위원회를 만들겠다는 취지다. 동일 기능의 위원회가 이중으로 생길 판이다.
이런 황당한 일이 벌어진 배경이 씁쓸하다. 기존 위원장들의 ‘임기 고수’에 맞서 ‘밀어내기’로 던진 카드라는 색채가 강하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 판결의 파장이 겹쳐 보인다. 전 정부 때 김은경 환경부 장관이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산하 공공기관 임원들에게 사표를 내도록 한 것이 법원에서 ‘유죄’로 확정됐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임명한 두 위원장과 위원들의 사퇴를 강제할 수단은 없다. 김사열 국가균형발전위원장과 김순은 자치분권위원장은 물론 위촉직 민간위원들도 임기를 다하겠다는 입장으로 파악된다. 김사열 위원장은 “임기를 중간에 그만 두기 어렵다”고 했다. 임기가 1년 이상 남았다.
두 위원장이 전 정부 때 이룬 업적은 적지 않다. 지역 인프라가 확충되고, 재정분권은 확대됐고, 자치경찰제가 첫 발을 뗐다. 하지만 대통령 소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이끈 서형수 부위원장이 문 전 대통령 퇴임에 맞춰 사임하면서 한 말을 곱씹었으면 한다. 그는 “모든 정책을 정리해서 새 정부에 넘겼다. 시행여부는 다음 정부의 몫이다”고 했다.
정부가 새 위원회를 만들더라도 두 위원장이 버티면 정상적인 정책추진은 기대하기 어렵다. 그 피해는 국민이 입게 된다. 조직·인사 문제를 놓고 전·현 정부간 ‘기 싸움’으로 비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여소야대’국회도 ‘이중 위원회’가 나온 이유로 보인다. 두 위원회 모두 법률에 근거한 조직이다. 조직개편을 하려면 관련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거대 야당이 동의할 가능성을 낮게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법 개정 대신 대통령령 등으로 통합 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다는 대통령실 관계자의 언급은 이를 반증한다. 전 정부에서 임명된 위원장이 있는 두 위원회는 두고 현 정부의 국정철학을 공유하는 인사가 주도하는 통합 위원회를 법률이 아닌 영(令)으로 구성하는 ‘우회로’를 택한 것이다. 정부조직법 개정 때 야당과 협상하는 게 당당한 처사다. 모든 위원회를 이중으로 두는 게 가능하지도 않다.
지난 3월 말 기준 대통령 소속 위원회는 22개다. 전 정부에서 임명된 장관급(위원장·부위원장) 인사 상당수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 대통령 소속 위원회는 국가의 미래 핵심과제나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담은 정부정책의 추진과정을 점검하고 평가하는 핵심기능을 수행한다.
차제에 정부 교체시 대통령 소속 위원회가 원활하게 운영되도록 법과 제도를 재정비하는 문제를 고민했으면 한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같은 문제를 되풀이할 수 없지 않은가.
서울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