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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낙동강 농산물 ‘녹조 독성 검사’ 기준 마련 시급하다

시민사회 요구에도 조사조차 꺼려, 프랑스 등과 반대…환경은 후진국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2-05-25 19:22:23
  •  |   본지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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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 물감을 풀어놓은 듯한 강물. 매년 반복되는 우리나라 강들의 녹조 현상이다. 낙동강이 대표적이다. 녹조는 생식 독성을 가진 발암물질이다. 그 물은 식수는 물론 농업용수로 쓰기도 곤란하다. 그 물로 재배한 쌀에서 유독물질이 검출됐기 때문이다. 녹조는 수온이 높을수록 기승하는 터라 때이른 더위가 예상되는 요즘 우려가 더욱 커진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녹조에 대한 유독성 관리 기준이 없다. 세계보건기구(WHO), 프랑스와 미국 등 선진국이 설정한 기준은 우리와 무관한 일이다. 우리 밥상은 유독성 녹조의 무방비 지대다.

환경운동연합 등에 따르면 지난 3월 낙동강 하류에서 재배한 쌀에서 녹조 독소인 마이크로시스틴이 ㎏당 최고 3.18㎍(1㎍은 100만 분의 1g) 검출됐다. 이는 WHO의 하루 허용치(0.04㎍)는 물론, 프랑스(0.001㎍)와 미국 캘리포니아주(0.0018㎍)의 기준치를 훨씬 웃돈다. 전문가들은 “마이크로시스틴은 수돗물에서도 미량 검출되는 상황이라, 식품과 합치면 시민이 먹어온 양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환경단체들이 낙동강 등 4대강 주변 농산물에 대한 녹조 오염 조사를 요구했지만, 정부는 응하지 않고 있다. 물을 담당하는 환경부와 농산물을 관리하는 농림축산식품부가 서로 책임을 미루며 나서기를 꺼린다니, 녹조 문제에 관한 행정은 구멍이 뚫린 셈이다.

더 큰 문제는 녹조 발생 증가의 근원으로 꼽히는 4대강 보다. 박근혜 정부 때 4대강 사업에 중립적인 전문가들이 모여 조사한 결과, ‘4대강 보와 준설이 수질을 악화시키고 생태를 파괴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문재인 정부는 이에 따라 일부 보를 해체하는 등 4대강을 재자연화하기로 했지만 약속을 이행하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재자연화 폐기를 공약하며 이를 뒤집었다. 이명박 정부 당시 환경비서관으로 일하며 ‘4대강 사업은 기후변화 대책’이라는 글을 쓴 한화진을 환경부 장관에 기용한 건 그 공약 이행을 염두에 둔 인사인 것으로 보인다. 4대강을 둘러싼 갈등이 재연될 상황이라 문제 해결이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4대강 재자연화 여부 결정에 앞서 녹조 문제부터 처리해야 한다. 먼저 4대강의 녹조 실태에 대한 전수조사가 필요하다. 보를 건설한 주요 목적 중 하나가 농업용수 확보인데, 농작물의 녹조 오염이 불가피하다면 그 가치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아울러 녹조 오염 기준치를 마련해야 한다. 부산시도 녹조 독성에 대한 기준 설정을 요구했다. 프랑스와 미국은 1994년 연구 결과를 반영한 WHO 수준을 뛰어넘어 2011년 연구를 토대로 기준치를 작성했다. 외국의 이런 선진행정을 본받지는 못할 망정 국내 시민단체의 자구 노력마저 외면한다면 어찌 한 나라의 환경행정을 담당한다고 자처할 수 있겠는가. 코로나19 사태에서 보듯, 생존환경의 지속 가능성 여부가 문명의 근본문제로 불거졌는데 우리 현실인식은 딴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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