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프리뷰를 시작으로 15일까지 벡스코에서 열린 아트부산 2022가 또 한 번 기록을 경신하며 막을 내렸다. 행사 나흘 동안 10만2000명의 미술 애호가들이 벡스코를 찾아 부산국제영화제와 더불어 부산을 대표하는 문화예술 행사로 성장한 아트부산의 저력을 확인했다. 또 총판매액도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은 740억 원대로 국내 아트페어 최고 기록을 세웠다.
올해 11회째인 아트부산 2022에 21개국에서 133개 갤러리가 참가했는데, 곳곳에서 아트부산의 높아진 위상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었다. 미국 시카고의 그레이 갤러리는 50억 원대의 피카소 회화작업을 포함해 데이비드 호크니의 8.7m 대형작품, 하우메 플렌자 등 세계적인 거장의 작품을 대거 선보였다. 2020년부터 아트부산을 통해 한국시장에 진출한 타데우스 로팍은 게오르그 바젤리츠, 안토니 곰리의 미술관급 작품으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베를린, 밀라노에 이어 최근 서울에도 공간을 연 페레스 프로젝트는 전 세계 미술관에서 러브콜을 받는 도나 후앙카와 애드 미뇰리티의 대형 회화 신작을 소개했다. 베를린의 에프리미디스 갤러리는 뉴욕 MoMA 전시이력이 있는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대표작을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 이 외에도 포르투갈의 국민 화랑인 두아르테 세퀘이라, 아시아를 대표하는 화이트스톤 갤러리와 탕 컨템포러리 아트를 포함해 총 32개 갤러리가 올해 해외 화랑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이뿐만 아니라 국제갤러리, 갤러리현대, PKM 갤러리, 학고재 등 국내 최정상 화랑들 또한 아트부산에 참가해 저력을 과시했다.
갤러리 부스 외에도 14개의 EXPERIMENT 특별전, 세계적인 글로벌 작가들이 참여한 컨버세이션스, 부산 지역 다양한 예술문화공간을 둘러보는 아트버스, 지역 내 프라이빗 컬렉션을 관람하는 투어 프로그램 등 보다 다채로워진 프로그램이 관람객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먼저, PKM 갤러리는 2020년 ‘CONNECT, BTS’ 프로젝트에 참여한 유일한 한국 아티스트인 강이연 작가의 설치작품을 선보였고, 작가의 강연 시간에는 이대형 감독이 모더레이터로 참여해 2년 만의 재회로 화제를 모았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비엔나 벨베데레 미술관은 대표작인 구스타프 클림트의 ‘더키스’ NFT 작품 발행 소식을 아트부산을 통해 알리기도 했다. 그 외에도, 국내 최대 NFT 플랫폼인 그라운드엑스와의 협업을 통해 최근 미술시장에서 가장 주목을 받는 NFT 아트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심사를 통해 선정된 4명의 작가에겐 작품을 아트부산 기간 내 클립드롭스에 드롭시키는 생중계 이벤트를 진행해 관람객들이 쉽게 NFT 아트에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아트부산은 민간이 주최해 성공시킨 국내 최초의 페어로, 특히 서울이 아닌 부산에서 대규모의 문화행사를 개최한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2012년 첫 행사를 개최할 당시만 해도 부산은 시장이 없어 아트페어가 성공할 수 없다는 의견이 미술계에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국내 메이저 화랑뿐만 아니라 해외 화랑들까지도 한국시장에 진출할 때 필수적으로 참가하는 페어로 자리매김했다. 해외 많은 도시를 생각해보면, 그 지역을 대표하는 예술공간이나 행사가 반드시 있다. 인구 35만 명의 스페인 바스크 지방의 빌바오는 1997년 구겐하임 미술관 분관을 개관하면서, 인구 25만 명의 이탈리아의 해상도시 베니스는 행사 기간 내 무려 60만 명이 방문하는 베니스 비엔날레와 건축비엔날레로 세계 미술 애호가들의 성지로 꼽힌다.
필자도 사업으로 30여 년 전부터 독일과 스위스를 방문하고 있는데, 그때마다 유럽인들의 자국 문화에 대한 엄청난 자부심과 함께 한국에 대한 인지도가 무척 낮다는 것을 종종 느꼈다. 특히 대한민국 제2의 도시 부산이 어디인지 인구 50만 명 미만의 소도시 지역 외국인들에게 설명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순간도 많았다. 하지만 최근 아트바젤, 프리즈 런던과 같은 해외 주요 아트페어를 방문해 미술 관계자들과 대화하면 아트부산을 방문했거나, 관심을 가지거나, 알고 있는 경우가 체감할 만큼 많이 늘었다. 더 나아가, 아트부산이라는 문화행사의 성장과 강화된 브랜드를 통해 자연스럽게 부산이 어떤 도시인지 관심 가지게 만드는 파급효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것이 문화가 가진 힘이며,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무한한 잠재력을 10년 전부터 간파하고 아트부산이 묵묵히 걸어온 이유이기도 하다. 이제는 세계에 부산을 소개할 때 더 이상 도시 규모나 해운대, 자갈치시장 같은 관광명소가 아니라 아트부산과 같은 대표적인 문화행사를 알리면 어떨까. 아트부산, 부산국제영화제, 그리고 2030 세계엑스포를 통해 가까운 미래에 세계적인 문화도시로 자리매김할 부산을 꿈꿔본다.
정용환 부산시 기계공업협동조합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