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이홍의 세상현미경] 푸틴, 리더의 함정에 빠지다

  • 국제신문
  •  |   입력 : 2022-05-19 19:41:31
  •  |   본지 1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지금 세계 경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아수라장이 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물론이고 러시아 경제 역시 혼란에 빠졌다. 전쟁과 아무 상관 없는 나라도 혼돈을 경험하고 있다. 글로벌 최상위 국가도 예외가 아니다. 이들이 혼란스러우니 그렇지 않은 나라들의 형편은 물어볼 것도 없다. 한국도 몸살을 앓고 있다. 도대체 러시아는 무슨 마음으로 우크라이나를 공격했을까? 우크라이나와의 오랜 긴장 관계가 도화선이 됐지만, 실제적으로는 푸틴의 오판이 원인이다. 왜 푸틴은 오판하게 됐을까? ‘리더의 함정’에 답이 있다. 그는 적어도 세 가지 함정에 빠졌다.

첫 번째가 우두머리 수컷(Alpha male) 함정이다. 동물의 세계를 보면 무리를 이끄는 우두머리 수컷이 있다. 이들은 무리를 지배하면서 모든 무리를 자신에게 복속시키려 한다. 동물 세계의 이런 행동이 인간 세상에서도 나타나는 것을 ‘우두머리 수컷 신드롬’이라고 한다. 푸틴이 이 함정에 빠졌다. 우크라이나를 공격하기 사흘 전 그가 국가안보위원회 회의를 주재하는 사진이 공개됐다. 큰 홀의 한쪽 끝 책상에 푸틴이 앉아 있었고 30명의 다른 참석자들은 맞은편 한쪽에 멀찍이 떨어져 몰려 앉아 있었다. 얼마나 멀던지 푸틴은 마이크로 이야기해야 했다. 황제가 충성스런 신하들에게 지시하는 모습이었다. 비슷한 사진이 또 공개됐다. 침공 3일째 푸틴은 발레리 게라시모프 총참모장과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과 자리를 했다. 푸틴과 이들 사이에는 책상 5개 폭의 거리가 있었고 그 끝에 푸틴은 큰 책상에 앉아 이들을 응시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푸틴을 측면으로 보는 책상에 앉아 그의 말을 경청하고 있었다.

푸틴이 코로나를 무서워해서 그랬다지만 이들 사진은 푸틴의 우두머리 수컷 기질을 잘 보여준다. 우크라이나 침공은 이런 푸틴의 기질과 무관치 않다. 그는 전 세계를 향해서도 자신이 우두머리임을 보여주고 싶었다. 우크라이나와의 군사력 차이는 그의 이런 태도를 더 공고히 해줬다. 러시아는 2위의 군사 대국인 반면 우크라이나는 22위였으니, 푸틴은 우크라이나 정도는 쉽게 거덜 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이렇게만 되면 전 세계가 자신을 우두머리로 인정해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두 번째는 성공 함정이다. 한두 번의 성공경험으로 모든 일에 자신감을 갖는 심리현상을 말한다. 푸틴의 오판 역시 그의 성공경험 때문이었다. 대표적인 것이 크름(크림)반도 병합이다. 러시아는 2014년 우크라이나 크름반도를 공격해 병합했다. 공격에 가담한 군인들은 어떤 휘장도 없는, 심지어 이름이나 계급장도 달지 않은 군복을 입고 있었다. 이들을 그린 맨(green man)이라고 한다. 이런 전략으로 서방세계를 어리둥절하게 만든 후 푸틴은 크름반도 병합에 성공한다. 나중에야 러시아의 침공임을 안 서방세계가 제재에 돌입했지만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다른 사건도 있었다. 같은 해 말레이시아항공 17편이 네덜란드 스키폴 공항에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로 가던 중 우크라이나 상공에서 러시아제 버크 미사일의 공격을 받아 격추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러시아는 자신이 한 일이 아니라고 잡아떼었고 사건 규명은 지지부진했다. 이런 일을 경험하면서 푸틴은 자신이 불장난을 해도 국제사회가 별로 할 수 있는 수단이 없음을 경험했다. 우크라이나 사태 역시 이런 경험의 연장선에서 나온 것이다.

세 번째는 근거리 탐색 함정이다. 가까운 사람에게만 의존해 정보를 얻는 것을 말한다. 영국 BBC는 푸틴은 중대한 의사결정 시 주변 측근의 의견에만 귀를 기울인다고 보도했다. 주로 어린 시절 친구이거나 푸틴이 몸담았던 러시아 정보기관 출신들이다. 이들은 우크라이나 공격에 대한 푸틴의 생각에 힘을 실어 주었다. 그리고 전쟁 발발 후 불리한 전황이나 서방 제재로 인한 어려운 경제상황에 대한 정보는 흘리지 않았다. 그럴수록 푸틴은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을 오판하고 있었다.

푸틴만 이런 함정에 빠질까? 아니다. 많은 리더가 빠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합리적 생각이 아닌 우두머리의 자존심을 세우는 방향으로 매사를 결정하게 된다. 한두 번의 성공에 취해 자신을 성공의 화신으로 착각하면서 아무 일이나 덜컥덜컥 벌린다. 자신에게 달콤한 말만 하는 사람들의 의견에만 귀 기울이다 보니 현실성 없는 결정을 하게 된다. 지혜로운 리더는 이것을 경계한다. 자신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결정이 아닌 국가와 조직을 잘 되게 하기 위한 결정을 한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경험이 중요한 결정에 장애가 되지 않을까 염려한다. 이걸 막기 위해 원거리 탐색에 시간을 쏟는다. 가까운 주변인뿐만 아니라 친소 관계가 적은 다양한 사람으로부터 정보를 얻는 것을 말한다.

역사는 우리에게 분명하게 말해주고 있다. 지혜로운 리더가 있었던 국가나 조직은 강성했지만, 그렇지 않은 리더가 있던 국가나 조직은 피폐했다는 것이다. 역사가 말해주는 또 다른 사실이 있다. 세상에는 지혜로운 리더보다 그렇지 않은 리더가 훨씬 많다는 것이다.

이홍 광운대 경영학부 교수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4년 만에 부산 곳곳서 정월대보름 행사 열린다
  2. 2“고양이도 개 못지않은 훌륭한 반려동물입니다”
  3. 3'투신 시도' 40대 여성, 경찰 보호 중 극단 선택… 경찰 대응 논란
  4. 4기장미역 구포국수로 고향사랑기부금에 답하다
  5. 5미국, 전투기로 자국 영공 진입한 中 정찰 풍선 격추
  6. 6'성 추문' 합천 해인사 주지 직무정지…조계종 "위신 실추"
  7. 7"안철수는 윤심 아니다""선거개입 중단" 대통령실-안철수 정면 충돌
  8. 84년제 대학 총장 49.12% “내년쯤 등록금 인상 계획”
  9. 9인력난 겪는 조선업 현장에 이달 중 외국인 2000명 투입
  10. 10시민참여연대 등 창녕군수 보선 국힘 무공천 촉구 집회 개최
  1. 1"안철수는 윤심 아니다""선거개입 중단" 대통령실-안철수 정면 충돌
  2. 2영국 참전용사들, 런던에서 '부산'을 외치다
  3. 3가덕~기장 잇는 부산형급행철도 시의회서 뭇매
  4. 4이태원참사 국회 추모제…여야 “진상규명 재발 방지 대책 마련”
  5. 5대통령실 신임 대변인에 이도운, 5개월만에 공석 해소
  6. 6민주당, 6년만에 대규모 '장외투쟁'…국민의힘 "방탄 올인" 비판
  7. 7김기현, 나경원 자택 찾아 "힘 합치자" SOS…羅 "역할 숙고"
  8. 8오늘 민주당원 수천 숭례문 장외투쟁...박근혜 퇴진 이후 7년만
  9. 9민주 장외투쟁에 국힘 당권주자들 "대선불복 사법불복 접어라"
  10. 10다급해진 친윤의 安 때리기…장제원은 역풍 우려 몸 낮추기
  1. 1“고양이도 개 못지않은 훌륭한 반려동물입니다”
  2. 2인력난 겪는 조선업 현장에 이달 중 외국인 2000명 투입
  3. 3부산~쿠알라룸푸르 직항 노선 3년 만에 재개
  4. 4부산 1월 '연료 물가' 31% 급등…외환위기 이후 최고
  5. 5'화물연대는 사업자단체'…공정위, 고발 결정서에 명문화
  6. 6한국도로공사·주택도시보증공사 사장에 함진규·박동영 씨 내정
  7. 7기재부 "지하철 무임수송은 지자체 사무"…지원 거부
  8. 8윤 대통령 “해수부 장관이 직접 나서서 청보호 사고 수습하라”
  9. 9보신탕의 종말?…개고기 비슷한 이것 가격 급등 무슨 일?
  10. 10테슬라, 가격 인하 약발 통했다…중국서 전기차 판매 전월보다 18%↑
  1. 14년 만에 부산 곳곳서 정월대보름 행사 열린다
  2. 2'투신 시도' 40대 여성, 경찰 보호 중 극단 선택… 경찰 대응 논란
  3. 3기장미역 구포국수로 고향사랑기부금에 답하다
  4. 4'성 추문' 합천 해인사 주지 직무정지…조계종 "위신 실추"
  5. 54년제 대학 총장 49.12% “내년쯤 등록금 인상 계획”
  6. 6시민참여연대 등 창녕군수 보선 국힘 무공천 촉구 집회 개최
  7. 7아파트 소음 문제로 이웃 보복 폭행한 50대 실형
  8. 8전남 신안 어선 전복 사고 이틀째 …추가 구조자 없어
  9. 9경남 진보단체 "'공안 탄압' 국정원·경찰청 직권 남용 혐의 고발"
  10. 10어린이보호구역 ‘노란색 횡단보도’ 도입
  1. 1국내엔 자리 없다…강리호 모든 구단과 계약 불발
  2. 2맨유 트로피 가뭄 탈출 기회…상대는 ‘사우디 파워’ 뉴캐슬
  3. 3WBC에 진심인 일본…빅리거 조기 합류 위해 보험금 불사
  4. 4‘셀틱에 녹아드는 중’ 오현규 홈 데뷔전
  5. 5한국 테니스팀, 2년 연속 국가대항전 16강 도전
  6. 6새 안방마님 유강남의 자신감 “몸 상태 너무 좋아요”
  7. 7꼭두새벽 배웅 나온 팬들 “올해는 꼭 가을야구 가자”
  8. 8새로 온 선수만 8명…서튼의 목표는 ‘원팀’
  9. 9유럽축구 이적시장 쩐의 전쟁…첼시 4400억 썼다
  10. 10오일머니 등에 업은 아시안투어, LIV 스타 총출동
우리은행
주민이 직접 설계하는 지방자치단체 구성
불신 큰 지방의회 권한 확대? 다수당 견제책 등 선결돼야
주민이 직접 설계하는 지방자치단체 구성
단체장 권한 집중 획일적 구조…행정전문관 등 대안 고민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더불어 살며 지켜가야 할 피란수도 부산
55보급창은 반드시 공원이 되어야 한다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낙동강 녹조를 그대로 둘 것인가
표류하는 가덕신공항
기고 [전체보기]
수산자원, 잘 이용하고 관리해야
새 단계로 진입한 중국 방역
기자수첩 [전체보기]
학교 신축 공기지연, 노조 탓만 할 수 있나요?
김해시장, 소통행정 이후가 중요하다
김갑수의 생각 [전체보기]
한국은 여기까지다
안전하게 내려오는 방법
김석환의 이미 도착한 미래 [전체보기]
3차 세계화, 우리는 괜찮을까
‘죽어도 자이언츠’를 보면서
김용석의 시사탐방 [전체보기]
선인장 가시와 ‘나의 불안전 불감증’
민심, 그 숨은그림찾기의 비밀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문화자산을 물려받는다는 것
토착화한 망자를 위한 노래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먼저 온 미래’ 영도에서 2030 부산 해법 찾기
‘부산’이라는 아이 어떻게 키우겠습니까
도청도설 [전체보기]
남천삼익비치
반도체 한파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너무나 완벽한 음식 식해
여러분 모두 미식가 되세요!
사설 [전체보기]
부산서 내딛는 탄소중립 소중한 발걸음
부산형 명문고, 공공기관 유치 해법 맞나
세상읽기 [전체보기]
부산진 수상비행장을 아세요?
자동차산업, 정의로운 산업전환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 지출의 원칙과 난방비 지원
의사 인력 확충의 올바른 방법
이수훈 칼럼 [전체보기]
험난한 선진외교의 길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새로운 해양시대
노아 방주의 실천적 교훈
이해인 수녀 '기도의 창가에서' [전체보기]
수평선을 바라보며 동백꽃을 사랑하며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한반도에 새로운 국제질서가 등장하고 있다
위태로운 중국의 미래
인문학 칼럼 [전체보기]
지방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신정과 설날 사이의 단상
장병윤의 대안 모색 [전체보기]
다시 블랙리스트
정치인의 언어
전호환의 두잉세상 [전체보기]
근고지영
단석산 신선사의 목탁소리
차재원의 정치평설 [전체보기]
새해엔 선거개혁 위한 결단 기대한다
정치가 살아야 나라가 산다!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이태원 연가
특별기고 [전체보기]
내 고향은 부산입니더!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노엘합창단
절대음감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풍곡 성재휴의 ‘배암 나와라’
석촌 윤용구의 ‘노근란’
CEO 칼럼 [전체보기]
초고령 선진국에 걸맞은 변화
자율주행의 위기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