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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도 칼럼] 화기광 동기진

우리 경제 경쟁력 ‘K속도’, 천금같은 말과 행동 무게, 세상과 조화 이룬 리더십

‘함께 잘사는 나라’ 기치 건 윤 대통령 명심할 세 가지

  • 정상도 기자 jsdo@kookje.co.kr
  •  |   입력 : 2022-05-09 19:51:43
  •  |   본지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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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속도’는 우리나라 경제와 사회의 빠른 변화를 상징한다. 부산 원로 지식인인 임정덕 부산대 명예교수가 최근 펴낸 ‘K속도 한국 경쟁력의 뿌리’(흔들의자)에서 제시한 개념이다. 그는 한국 경쟁력의 원천이 무엇이며, 이를 어떻게 발전시킬 수 있는지 탐구한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20세기 세계 최빈국에서 30여 년 만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달성한 유일한 나라, 대한민국 경쟁력의 비결은 속도라는 주장이다. 세계 1위 경제대국인 미국 경제규모가 1960년에서 2017년까지 35.7배 증가하는 동안 한국은 386.8배 급증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그는 국민의 잠재력을 일깨워 산업화와 경제발전으로 이끈 지도자의 비전과 역량이 있었고, 이에 호응해 국민이 빠르게 적응하고 변화할 능력과 실천력을 가진 덕분이라고 배경을 진단했다. 문제는 그 속도가 질적으로 향상되지 못하고 단순히 빠르기만 하며, 일관성 없이 즉흥적이거나, 신뢰성이 부족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특히 속도의 차이로 생기는 격차와 괴리를 좁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래서 안전한 속도, 신뢰할 수 있는 속도, 정직한 속도로 업그레이드 해야 한다고 결론내렸다.

오늘은 윤석열 대통령 시대 출발점이다. 5년 동안 윤 대통령이 이끌 대한민국호의 미래는 취임사에 담긴다. 이미 ‘다시 도약하는 대한민국, 함께 잘사는 국민의 나라’라는 국정 비전과 국익·실용·공정·상식이란 4대 국정 운영 원칙이 나왔다. 이와 함께 상식이 회복된 반듯한 나라, 민간이 끌고 정부가 미는 역동적 경제, 따뜻한 동행·모두가 행복한 사회, 자율과 창의로 만드는 담대한 미래, 자유·평화·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 국가,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 등 6대 국정 목표가 취임사에 골고루 반영될 듯하다. 뭐니뭐니 해도 국민 입장에선 ‘먹고 사는 일’, 나아가 ‘함께 잘 먹고 잘 사는 일’이 가장 우선이다. ‘K속도’는 그래서 중요하다.

윤 대통령은 ‘한국 정치는 4류’라는 30년 묵은 오명을 털어내야 한다. 최소한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 고 이건희 삼성 회장이 중국 베이징 한국 특파원들과 간담회에서 “우리나라 정치는 4류, 관료조직은 3류, 기업은 2류”라는 폭탄 발언을 한 게 1995년이다. 그런데 최근 기업이 1류로 올라서는 동안 관료는 3류에서 4류, 정치는 4류에서 5류로 처졌다는 지적이 나오니 하는 말이다.

공자 제자 자장이 자신의 혁대에 적었다는 공자 가르침은 지금도 유효하다. 말은 충실하고 믿음직스러우며, 행동은 독실하고 공경스러워야 한다(言忠信行篤敬·언충신행독경)는 ‘논어’ 위령공편 내용이다. 천금같은 말과 행동의 무게는 결국 윤 대통령 스스로에게서 나온다. 말 한 마디, 행동 하나라도 이 충신과 독경의 원칙에서 벗어나지 않아야 국민이 납득할 수 있다. 충(忠)은 나라에 충성한다는 의미로 널리 쓰이지만 여기선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걸 쏟아붓는다는 뜻이다. 신(信)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보이지 않는 것들의 증거라는 신약성서의 ‘믿음’과 다름이 없다. 정치 경험이 전무한 ‘0선’, 검찰총장 출신에다 0.73%포인트 차로 당선된 대통령 아닌가.

윤 대통령이 ‘언충신행독경’을 실천하고자 한다면 마음엔 ‘화광동진’(和光同塵)을 새기길 바란다. 노자가 지은 ‘도덕경’에 나오는 글귀다. 아는 자는 말하지 않고, 말하는 자는 알지 못하니(…)그 빛을 온화하게 해서(和其光·화기광) 그 먼지와 함께 한다(同其塵)는 표현을 줄여서 사용한다. 빛은 군자가 지닌 재능이나 덕을 이르니 지도자의 비전과 역량이다. 먼지는 바로 세상, 우리 사회다. 조화의 리더십으로 세상을 아울러야 한다는 의미이므로 최고의 자리에서 최악 처지의 사람까지 보살펴야 하는 건 너무나 당연하다. 그 과정이 소통이고 협치고 발전이고 미래다. 사회 양극화와 불평등 해소는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함께 잘사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선 처지가 다른 사람도 생각이 다른 사람도 품어야 한다. 그게 정치다.

윤 대통령은 당선 인사를 한 지난 3월 10일 새벽 “오로지 국민만 바라보고 국민만 제대로 모시는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그 다짐을 5년 임기 내내 유지하려면 숱한 난관을 이겨내야 한다. 당장 의회 권력 절대다수를 차지한 더불어민주당과 초대 내각 조각을 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으며, 경제 및 안보 상황도 녹록지 않다. 그럴수록 더욱 ‘화광동진’과 ‘충신독경’에 힘써야 한다. 그 바탕이자 결과가 ‘K속도’로 나타남은 두말할 나위 없다.

‘이른 아침에/먼지를 볼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이제는 내가/먼지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그리고 먼지가 된 나를/하루 종일/찬란하게 비춰주셔서 감사합니다’ 정호승 시인의 ‘햇살에게’란 시다. 윤 대통령에게 햇살은 그가 모실 국민이다.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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