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국무총리와 다수의 장관이 공석인 가운데 출범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은 한덕수 총리 후보자에 대해 부적격 의견을 공식화했다. “공직-김앤장-총리-김앤장을 거쳐 다시 국무총리로 재취업하려는 회전문 인사의 끝판왕이라 공직사회의 기강을 확립하는데 큰 장애가 된다”는 판단에서다. 윤 당선인은 한 후보자에 대한 임명 동의안이 국회에서 부결될 경우 “총리 없이 새 정부가 출범할 것”이라 말했다고 한다. 현재 인사청문보고서가 채택된 이는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등 4명뿐이다. 사상 초유의 ‘무총리 차관내각’이 들어설 판이다.

사정이 이렇게 악화된 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부실한 인사 검증과 윤 당선인의 무리한 인사 방침 탓이 크다. 인수위는 검찰 경찰 국세청 등에서 인력을 지원받고 검사 출신 변호사로 구성된 별도 검증팀까지 가동했는데도 ‘아빠 찬스’, 위장전입, 탈세 등 각종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윤 당선인은 자녀 의대 편입 특혜, 아들 병역 판정, 논문 표절 등 여러 의혹으로 국민의힘 내부에서조차 지명철회 지적이 나오는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하려 한다. 장관 후보자는 아니지만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사건에 연루돼 징계를 받은 이시원 전 부장검사를 대통령비서실 공직기강비서관에 임명하기도 했다. 이러고서도 윤 당선인이 공정과 상식을 거론한다면 위선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장관 후보자들의 부실한 자료 제출도 문제다. 민주당 의원들은 의혹이 가장 많은 사람이 핵심 자료 제출을 거부한다며 정 후보자의 청문회장을 박차고 나갔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의 청문회장에서도 같은 이유로 집단 퇴장했다. 당초 지난 4일 열기로 했던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청문회는 증인 명단과 자료 제출을 두고 민주당과 국힘이 논란을 벌이면서 오늘로 연기됐다. 앞서 한 총리 후보자가 자료 제출을 거부하자 민주당과 정의당은 청문회에 불참하기도 했다. 이래선 국민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 자신의 신상을 떳떳이 밝히지 못하는 후보자와 그런 인물을 임명하려는 정권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에 불안감이 가득하다.

후보자들은 자료 제출 요구에 적극 협력하는 등 청문회에 성실히 임해야 한다. 윤 당선인도 능력과 함께 후보자의 도덕성을 제대로 검증하길 바란다. 그것이 권력을 맡긴 국민에 대한 의무이자 예의다. 민주당 또한 청문회를 6·1 지방선거 연계 등 정략의 수단으로 삼아선 안 된다. 한 후보자의 청문회에서 민주당과 국힘이 격돌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이 한 후보자의 거취와 한 총리 후보자의 인준을 연계한 전략을 구사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후보자의 자격 심사를 정치적 목적과 연관시키는 것 자체가 불순하다. 능력과 도덕성 등을 철저히 따져 임용 타당 여부를 가리면 될 일이다. 자격 검증과 무관한 잣대로 후보자를 판단하는 건 정치인을 위한 정치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