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님! 요새 국내여행 수요가 마이 늘었다카던데 다행입니더. 이제 쫌 괜찮아졌지예?” 우연히 거리에서 만난 동생뻘 되는 지인이 인사 후에 대뜸 말을 건넸다.
“아…아직도 한참 먼 것 같은데 여전히 겨우 풀칠만 하고 있다.” “왜요?”
‘왜라?’. 작년 하반기부터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고 코로나19가 조금 잠잠해지는 느낌이 왔다. 물론 제주도는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관광객이 넘쳐났다지만, 그것을 차치하고도 여행수요가 어느 때보다 많아지는 것이 느껴졌다. 해외여행 불가 상황 속에 국내 각 지자체는 너도나도 관광스폿을 개발했다. 아름다움으로 무장한 홍보영상들이 만들어지고 엄청난 예산을 들여 예비여행자들의 눈앞으로 배달시켰다. 재택근무도 어느 정도 정착이 되었다. 일부 회사는 유급이든 무급이든 간에 전에 없던 긴 휴가를 주었다. 갑작스레 워케이션(work+vacation)이라는 말이 등장했고 커피 한잔이 놓인 테이블 위, 노트북에 손을 올린 누군가의 등과 그의 시선 너머로 펼쳐진 푸른 바다가 언론을 통해 전해졌다. 집을 떠나는 사람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트렌드가 되었다. 대한민국의 아름다움에 커진 관심은 억눌렸던 여행세포를 자극했고 사람들은 짐을 싸기 시작했다. 그리고 더 큰 자극에 매료된 사람들은 제한적 노선과 엄격한 격리 방역조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해외로 떠나기 시작했다. 하나투어가 1년 6개월 만에 직원들을 정상 출근시킨다는 뉴스가 2021년 9월 중순께 보도되었다.
여행 트렌드가 변화했다. 대량 관광은 점점 사라졌다. 멀리 떠나기보다 가까운 곳으로 자주 짧게 떠나는 여행이 일상화되었다. 여행을 위해 기차 비행기 고속버스를 이용하는 여행객도 여전히 있지만 자차를 이용해 떠나는 여행이 늘어났다. 안전이 최우선이고 방역이 최우선이 되었다. 당일치기를 떠나거나 아예 여행지 한 곳을 정해 한 달을 살기도 한다. 극과 극이 느껴지기도 한다. 인적이 드문 한적한 곳을 선호하고 캠핑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아웃도어 액티비티가 증가했고 맛집을 찾아 맛보고 돌아오는 일도 여행이 되었다.
여행의 개념이 확장되고 학문적인 의미의 여행은 모호해졌다. 훌쩍 떠나면 ‘여행’이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여행객의 총량은 코로나19 초기보다 증가했다. 여행객이 늘어나고 여행산업 전체가 드디어 활성화되는 것처럼 보인다. “왜요?”라는 질문은 좋은 질문이다. 지역의 중소여행사에는 가혹한 질문일 수 있지만 틀린 질문은 아니다.
이유가 있다. 자가용을 이용하고 현지의 맛집을 경험하고 한적하고 예쁜 곳을 찾아 사진을 찍는다. 자신만의 여행을 만들고 추구하고 경험하길 원한다. 그래서일까? 지역의 여행업체를 통한 여행서비스 구매는 거의 없다. 1박을 하거나 그 이상의 숙박을 하는 경우에도 대형OTA(Online Travel Agency)플랫폼을 이용한다. 야놀자, 여기어때, 부킹닷컴, 아고다 같은 곳에서 호텔을 예약하고 액티비티를 구매한다. 함정이 여기에 있다.
결론적으로 지역에서 지역여행서비스를 제공 중인 중소여행사는 여전히 사경을 헤매고 있다. 국내여행을 다루는 전통적 여행업체들 중 웃고 있는 곳은 거의 없을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해외를 오갈 수 없는 상황 속에서 매출이 ‘제로’인 내국인들의 해외여행을 다루는 아웃바운드여행사나 외국인들의 국내여행을 다루는 인바운드여행사에는 정말 배부른 소리일 수 있겠지만 내국인들의 국내여행을 다루는 인트라바운드 여행사의 현실도 그리 좋지만은 않다. 수도권이나 타지역에 본사를 둔 대형OTA들의 거대자본에 밀려, 대량구매를 통한 저가정책에 밀려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부산을 바라보고 부산 속에서 무언가를 이뤄보겠다고 조금씩 전진하며 천천히 일궈온 우리의 OTA플랫폼이 어떻게 될지 두려움마저 느껴진다. 어렵사리 지역에서 지역의 여행서비스를 제공하며 버텨온 중소여행사들의 한숨이 커진다. 야놀자가 작년 대비 영업이익이 392% 증가했다는 신문기사 위로 반가움과 응원을 위해 미소로 질문을 꺼냈던 동생의 얼굴이 오버랩된다.
물론 지금의 상황은 자유시장의 논리 속에서 자본이 없는 스스로의 탓이고 앞이 뻔히 보이는 상황 속에서의 망연자실함도 스스로의 몫인 걸 안다. 다만 작은 바람이 있다면 지역의 관광산업이 공룡들의 진출로 위기를 겪고 있음을 알아주었으면 한다. 지역의 경제에 보탬이 되고 지역민의 입장에서 공정여행을 추구하고 착한여행을 유도해 온 지역의 작은 여행사들이 있음을 알아주었으면 한다.
우리가 사라져도 여행은 계속되겠지만 지역 속에서 지역민의 입장에서 지역을 알리고 지역을 위해 존재해왔던 우리의 빈자리를 대형OTA들이 결코 채워줄 수 없음을 알아주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