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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말뿐인 폐의약품 처리지침…지자체 환경오염 뒷짐

국민의 절반이 종량제 봉투로 버려…수거·소각 의무화하는 법 제정 시급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2-04-25 19:18:07
  •  |   본지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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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다 남은 의약품의 무단 폐기가 성행하고 있다. 폐의약품은 화학물질이라 하수나 토양에 스며들면 환경오염과 생태계 교란의 요인이 된다. 항생물질일 경우 슈퍼박테리아를 발생시킬 수도 있다. 그래서 환경부가 유해폐기물로 지정해 보건소나 약국을 통해 폐의약품을 수거해 소각토록 하는 지침을 시행하고 있지만, 의무규정이 아니다 보니 유명무실하다. 코로나19 유행으로 의약품 사용량이 늘어나면서 폐의약품 처리 문제가 한층 심각해지는 양상이다.

보건복지부 자료를 보면 2019년 우리나라는 국민 1인당 연간 691달러어치의 의약품을 구매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533달러)의 1.3배에 달하는 수치다. 코로나19가 대유행한 2020년과 지난해에는 의약품 사용량이 더 증가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구입한 의약품의 상당량이 버려진다. 문제는 환경부 지침에 따라 안전하게 버려지지 않고 무단 폐기된다는 점이다. 2020년 권익위원회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54%가 “폐의약품을 종량제 봉투에 담아 버린다”고 했다. 부산의 경우 16개 구·군 중 폐의약품 처리 조례를 마련한 곳은 5개에 불과하다. 일부 지자체는 “폐의약품은 보건소 업무와 무관하다”고 한다. 다수 약국도 “구입한 약국에 버리라”거나 “보건소에 갖다 줘라”며 수거를 거부한다. 폐의약품을 일반쓰레기에 섞어 버리는 시민이 많은 까닭이다. 이러다간 지역 환경이 폐의약품 오염 범벅이 될 게 뻔하다. 부산환경운동연합은 “소각장에 버려지는 폐기물에서 의약품 성분의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고 한다.

실태는 전국적으로 비슷하다. 229개 시·군·구 중 폐의약품 처리 조례를 제정한 곳은 41%(94개)뿐이다. 하지만 부산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폐의약품 수거에 나서는 지역도 적지 않다. 서울시는 지난해 주민센터 구청 보건소 복지관 시립병원 등 542곳에 폐의약품 수거함을 설치한 데 이어 올해도 구당 10곳씩 25개구의 250개 아파트에 수거함을 증설했다. 스마트폰으로 수거 장소를 홍보하고, 집중수거의 날을 정해 시행한다. 다수 지자체가 폐의약품 수거·소각량조차 모르는 부산과 대조적이다. 유해폐기물 처리를 이처럼 소홀히 하는 지자체에서 친환경적 정책을 기대하긴 어렵다. ‘탄소 제로’의 국제 표준에 어찌 적응해갈지 걱정이다.

먼저 폐의약품 처리 조례부터 제정해야 한다. 부산은 전체 구·군의 69%(11개)에 아직 폐의약품 처리 대책 자체가 없다. 환경부의 잘못도 크다. 처벌규정도 없는 형식적 지침만 마련해 놓은 채 모든 것을 지자체에게 알아서 하라고 미뤘으니 폐의약품 수거·소각이 제대로 될 리 있겠는가. 안 그래도 쓰레기 처리난은 전국적 골칫거리가 된지 오래다. 국내에서 처리 장소를 찾지 못해 외국에 상품으로 위장수출했다가 국제적 망신을 사기도 했다. 처리 장소와 방법 등 근본대책을 강구해 지자체를 선도하는 게 중앙부처의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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