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첫 특별지방자치단체인 부산·울산·경남 특별연합이 출범했다.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부처와 부울경 3개 광역단체 간 초광역권 발전을 위한 공동협력 및 분권협약 양해각서를 체결한 게 지난 19일이다. 그 전날에는 행정안전부가 ‘부울경 특별연합’의 규약안을 승인했다. 국가 균형발전의 역사, ‘통합의 역사’가 시작된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와 부울경 3개 시·도는 초광역발전계획안의 효율적인 추진에 나선다. 1단계 선도사업 대상은 총 70개 추진사업 중 30개 사업이다. 산업 분야(15개)의 내용 가운데 친환경 선박 전주기 혁신기술 개발사업, 항공 ICT 융합 클러스터 조성 및 시험평가 기반 구축 사업, 부울경 수소 배관망 구축 사업, 재사용 배터리 적용 E-모빌리티 산업 생태계 활성화 사업 등이 눈에 띈다. 수도권 일극 체제에 대응할 부울경 특별연합의 출범은 중앙집권완화, 지방 소멸 위기 해소의 단초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심장하다. 메가시티 시대가 활짝 열렸다.
‘통합의 역사’가 이제 걸음마를 뗐지만, 그간 ‘분리의 역사’는 길고도 깊었다. 그 출발점은 경남 진주에 있던 경남도청의 ‘경남도 부산시’ 이전(1925년)이었다. 그 뒤를 ‘부산직할시 승격’(1963년)이 따랐다. ‘울산광역시 시대’(1997년)도 이어졌다. 경남도에 속했던 부산시의 분리 움직임은 이승만 정부 때부터 있었다. 더욱이 한국전쟁 기간 피란민이 몰려들면서 부산은 순식간에 인구 100만 명의 도시가 됐다. 덩치가 불어나자 ‘부산직할시 법안’이 여러 차례 국회 문턱을 드나들었으나, 번번이 무산됐다. 경남도 출신 의원이 부산 쪽보다 훨씬 많았기 때문이다. 남조선민보(현 경남신문)의 1949년 11월 30일 자 2면에 그 내용(‘부산직할시안(案 ) 부결; 제52차 국회 본회의)이 보인다. ‘부산직할시 문제’(지방자치법개정법률안)가 긴급 동의안 제출에 따라 부결됐다는 보도였다.
부산직할시 승격 운동은 끈질겼다. 1961년 10월 ‘부산직할시 승격 촉진 기성회’가 부산상공회의소 중심으로 결성되기도 했다. 마침내 ‘부산시 정부 직할에 관한 법률’이 박정희 군정기이던 1962년 11월 21일 국가재건최고회의를 통과했다. 당시 경남도 재정의 60%를 부산시가 부담했는데, 부산시 분리에 의한 경남도의 재정 결손분을 정부 교부금으로 메워주겠다고 경남도를 설득한 결과였다. 1962년 12월 1일 부산공설운동장에서 당시 박정희 최고회의 의장이 참석한 가운데 ‘부산직할시 승격 시민경축대회’가 열렸다.
이를 전한 보도 내용은 같은 ‘경남’ 지역지인데도 부산의 국제신보(현 국제신문)와 마산일보(현 경남신문)가 사뭇 달랐다. 국제신보는 1962년 12월 1일 자 1면에서 ‘발전부산 내일의 번영 기약; 박 의장 참석리 거시적(擧市的)인 자축잔치’를 머리기사로, ‘시가 누빈 각종 행진’, ‘대도시로 발전 희원(喜願)’을 딸림기사로 싣는 등 대서특필했다. 마산일보는 같은 날 1면에서 ‘모두 국민투표 참가토록; 박 의장 치사(致辭); 부산직할시 승격식전서’를 톱기사로, ‘부산직할시 승격 경축시민대회; 박 의장도 참석리 다채로운 행사’를 딸림 기사로 보도했다. 이와 함께 마산일보는 같은 날 지면 1면에 ‘도청을 마산에 유치하려면’을 주제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실어 당시 부산에 있던 경남도청 청사를 마산으로 유치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마산일보는 1963년 1월 1일 자로 ‘부산직할시’가 출범한 뒤 그 해 11월 23일 자 1면을 통해 총선 후보들의 합동연설회에서 ‘부산직할시 환원론(還元論)’이 제기됐다고 보도했다. ‘큰집’ 경남에서 부산이 분가한 데 대한 지역정서가 투영됐을 터이다.
시쳇말 중에 “(그 도시의 규모가) 진주보다 크나”라는 게 있었다. 한동안 진주는 도시 크기의 ‘잣대’였다. 진주는 1925년 경남도청이 부산으로 옮기기 전까지 1896년부터 ‘도청 소재지’였다. ‘경상남도’라는 행정구역이 정해진 때부터였다. 1896년 이후 진주는 지금 부울경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행정 등의 ‘중심’이었다. 진주에 있던 경남도청은 부산으로 갔다가 58년 만인 1983년 창원으로 옮겼다. 진주를 비롯한 서부 경남의 ‘소외’는 앞으로 부울경 특별연합, 즉 메가시티가 풀어야 할 숙제 중 하나다.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남·울산 단체장 일부 후보가 부울경 특별연합에 관해 반대 입장을 밝힌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곳간에서 인심 난다. 부울경 지자체들의 공동 이익이 피부에 와닿아야 한다는 뜻이다. 부울경 특별연합이 일본 간사이 광역연합, 프랑스 엑스-마르세유-프로방스 메트로폴, 독일 슈투트가르트 지역연합 등의 메가시티처럼 안착하려면 정부 역시 강력하게 뒷받침을 해줘야 한다. 부울경 특별연합은 우리나라의 균형발전을 이뤄내는 마중물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하는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