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게임업계의 ‘하버드 대학’으로 불리는 미국 디지펜 공과대학이 부산에 아시아캠퍼스 설립을 추진하기로 했다. 부산시와 디지펜 공대, 대원플러스그룹은 글로벌 게임 인재 양성과 게임산업 창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업무 협약을 지난 11일 체결했다. 디지펜 공대는 미 워싱턴주 시애틀에 1998년 설립됐으며 실무와 프로젝트 중심의 커리큘럼을 통해 졸업생들은 게임업체 뿐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애플 등 세계 유수 IT업체에 취업했다고 한다. 550개 이상의 글로벌 게임업체 동문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고 2019년 미 교육부가 발표한 대학 졸업생 소득 순위에서 상위 1%를 차지했다.

이런 게임 명문대가 부산에 아시아캠퍼스를 만든다 하니 기대가 크다. 디지펜 공대 관계자는 아시아캠퍼스 설립지를 물색하러 여러 차례 한국을 방문했다. 싱가포르에 분교가 있으나 현지인만 재학 중이라 다국적 학생이 다니는 아시아캠퍼스로 부르기엔 부족한 점이 많다. 대학 측은 서울, 인천, 부산 등을 방문한 끝에 게임축제인 ‘지(G)스타’를 오랫동안 개최하고 있고 게임 산업에 적극 투자하는 부산을 아시아캠퍼스 예정지로 결정했다. 시가 그동안 게임산업 육성 정책을 펼쳐왔으나 게임 기업 부족으로 젊은 인재유출을 막지 못해 산업적 효과를 거둘 수 없었던 게 사실이다.

이번 협약으로 체계적인 교육을 받은 인재가 양성되고 창업 인큐베이팅 기능, 게임 기업·연구소 유치 등이 잘 진행돼 게임 생태계가 제대로 육성돼야 할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2020년 국내 게임산업 매출은 18조8855억 원으로 전년 대비 21.3% 증가했다. 수출액은 81억9356만 달러로 23.1% 늘어났다. 게임 산업이 부산의 미래 먹거리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시는 부산 캠퍼스 건립에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하겠다. 올해부터 오는 2026년까지 2768억 원을 투자한다는 ‘게임산업 육성 비전’이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길 기대한다.

대학 유치는 산업 전반에 큰 영향을 준다. 디지펜 대학이 워싱턴주에 설립될 당시 게임회사가 9개뿐이었으나 2019년 400개가량 게임회사가 자리하고 있고 2만3000명의 고용을 창출했다고 한다. 부산도 캠퍼스 유치를 계기로 세계적인 게임산업 허브로 성장할 가능성을 찾아야 한다. 아시아캠퍼스 부산 유치에 힘을 쏟은 대원플러스그룹은 졸업생이 배출되면 우수인재들이 지역을 떠나지 않도록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런 기업 활동은 게임 산업 육성의 든든한 울타리로 여겨진다. 이에 따라 게임업체들이 부산으로 이전할 여지도 커진다. 부산이 지스타 개최지인 데다 게임물 등급을 결정짓는 게임물관리위원회가 있다는 것도 강점이다. 하지만 외국대학 설립에 관한 규제가 까다롭기 때문에 실제 캠퍼스를 설립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시와 디지펜 대학, 대원플러스그룹은 여러 난관을 잘 해결해 아시아캠퍼스 부산 설립이 현실화하도록 총력을 기울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