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이번 주 중 부산을 찾는다고 한다. 앞서 어제부터 1박 2일 일정으로 대구·경북을 방문 중인 윤 당선인은 대선 후 첫 지역 순회에 본격 돌입했다. 윤 당선인 측은 이를 두고 정치적 해석이 내려지는 것을 꺼리면서도 “대통령 당선인으로서 ‘대국민 업무보고’를 드릴 예정”이라고 했다. 윤 당선인이 가장 강조해온 균형발전 의지를 지역에서 드러낼 것으로 기대한다. 부산에서는 북항 재개발 사업 부지를 둘러볼 예정이라고 하니 남다른 의미를 둘 만하다. 윤 당선인이 2030부산월드엑스포 개최 예정지에서 후보 시절 내세웠던 엑스포 유치 공약 이행을 거듭 언급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번 윤 당선인의 순회 일정이 “대선 승리를 만들어준 국민에 감사의 뜻을 표하겠다”는 후보 시절의 약속을 지키는 자리로 마련되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될 일이다. 부산을 비롯해 주요 지역 민생 현장에서 민심을 들을 계획이라고 하는데, 취임 전 국민의 이목을 쏠리게 하는 이벤트가 되는 것을 경계한다. 집권 초기 국정을 원활하게 이끌 동력 확보의 관건이 될 6·1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지지기반을 넓히는 행보일 수도 있다는 의심의 눈초리가 적지 않다. 윤 당선인은 공약 이행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면서 그런 시각을 불식시킬 필요가 있겠다.

윤 당선인이 부산 방문 전에 꼭 짚어야 할 대목이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마무리 중인 국정과제 내용을 지켜보는 시민의 시선이다. 지역 현안의 국정과제화 작업이 중요한 까닭이다. 그런데 부산의 최대 현안으로 꼽히는 월드엑스포 유치가 100대 과제 포함이 불투명하고, 금융계의 조직적 반대가 일고 있는 산업은행 부산 이전도 들어가게 될지 미지수라는 말이 들린다. 이 중 내년에 유치 도시가 결정되는 월드엑스포는 단기 현안이라는 점을 들어 100대 과제에 포함되기가 애매해 특별과제 형태로 추진하자는 이야기도 들린다. 특히 가덕신공항 등 초대형 이슈에 밀려 부산 울산 경남(부울경)의 주요 공약들이 묻힐 수 있어 걱정이다. 부울경 교통망 확충(부울경 GTX 건설 등)과 사천~창원~부산 서부권을 잇는 항공 우주산업 클러스터 조성 등 지역을 넘어 국가 차원에서 중요한 의제들이 사장될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된다. 이에 대한 정확한 입장 제시가 있어야 할 것이다.

새 정부 출범을 코앞에 둔 윤 당선인이 지역 순회를 나서는 데 관심을 쏟는 이유는 분명하다. 시대적 과제로 떠오른 지역 균형발전에 각별한 관심과 실현 의지를 보여주길 원하는 국민 바람이 그만큼 크다는 뜻이다. 어제 경북 안동을 방문한 윤 당선인이 “제 입으로 말씀 드린 것은 반드시 지키고 몸 바쳐 노력하겠다”고 다짐한 것에 주목한다. 윤 당선인은 지난 6일 열린 전국 17개 시장·도지사 간담회에서 직접 들은 각 지역의 중점 사업과 추진 과정의 어려움 등을 제대로 진단해 균형발전 실천 방안을 내놔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