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 북항 재개발사업 구역 내 ‘노면전차(트램) 차량 비용 부담’을 둘러싼 부산시와 해양수산부의 갈등은 지방정부의 항만자치권 확보 필요성을 다시금 절감하게 한다. 항만 재개발 등에 관한 중앙정부의 권한 독점이 낳은 폐해여서다. 제주도처럼 국가 사무를 지방으로 대폭 이양하지 않는다면, 유사 갈등이 재발될 수밖에 없다. 이번 사태를 항만 분권 추진에 힘을 싣는 계기로 삼아야 하는 이유다.
누가 옳고 그른지, 이 문제에 대한 판단은 그리 어렵지 않다. 항만재개발법, 철도건설법, 도시철도법 등 관련 법에 명확히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법제처의 유권해석은 그런 자명한 이치를 확인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법제처는 유권해석에서 “철도를 기반시설로 설치하는 계획을 포함할 경우 철도차량이 제외되는 것으로 보는 의견은 타당하지 않다”고 했다. “트램 차량은 그 기반시설(트램 철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해수부의 주장을 뒤집은 것이다. 법제처는 철도건설법과 도시철도법에서도 “차량이 기반시설에 포함된다”고 했다. 조금만 생각하면 이치가 명료해진다. 트램 철도와 차량은 음식과 그릇의 관계와 같다. 음식과 그릇을 따로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듯이, 트램 철도와 차량은 한몸이다. 차량 없는 철도가 어떻게 존립할 수 있겠는가.
이런 상식적 이치를 짓누르고 트램 건설을 1년가량 지연시킨 해수부의 책임을 묻는 건 당연하다.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건 그게 문제의 본질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치가 아무리 자명해도 해수부라는 중앙정부 부처가 주장하면 재개발 등 사업을 중단하거나 변경할 수 있는 항만 관련 권한 독점이 이번 사태를 야기했다는 게 핵심이다. 그리고 중앙정부의 권한 독점에 따른 불필요한 역량 낭비를 더 이상 되풀이해선 안 된다는 게 이번 사태의 교훈이다. 근본적 대안 모색에 집중해야 하는 연유다. 마침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지역균형발전특위가 설치돼 있다. 여기서 항만 분권을 주요 과제로 다뤄야 한다.
대안은 이미 나와 있다.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하면서 제주지방해양수산청의 국가 사무 중 해사 안전을 제외한 131건이 제주도에 이양된 게 그것이다. 여기에는 이번 사태와 연관된 항만 기본계획 변경권, 항만 재개발사업 준공확인권 등이 포함돼 있다. 지난 대선 기간 인천지역 시민단체들과 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정의당 인천선대위가 인천해수청과 인천항만공사의 지방 이양 등 정책 협약을 체결한 바도 있다. 그런 만큼 이 문제는 인수위 차원에서 논의하는 게 바람직하다. 부산연구원과 경남연구원도 동남권 메가시티(초광역도시) 조성에 발맞춰 부산해수청의 국가 사무를 지방에 이양하고, 부산항만공사(BPA)의 소속을 동남권 메가시티로 전환하는 특별법을 제정하자고 제안했다. 항만 분권 사유와 목표, 실현 방법 등 모든 것이 일목요연하다. 시민의 의지를 모아 실행하는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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