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황정수의 그림산책] 이재관의 ‘송하처사도’

  • 황정수 미술평론가
  •  |   입력 : 2022-03-22 19:23:02
  •  |   본지 21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조선 후기 예원에 바람을 일으켰던 추사(秋史) 김정희(金正喜, 1786~1856) 주변에는 많은 추종자가 있었다. 소당(小塘) 이재관(李在寬, 1783-1849) 또한 ‘추사유파’라 불릴 만한 인물 중의 한 명이었다. 김정희의 명성이 높아지자 그에게 작품을 의뢰하는 이가 많았다. 주로 본인의 글씨나 난초 그림을 부탁하는 이가 많았지만, 간혹 집안의 초상화 같은 특별한 주문을 하는 경우가 있었다. 초상화는 전문적인 회화 수업을 받은 화사들만이 그릴 수 있는 것이라 하는 수 없이 주변 인물을 추천하는 수밖에 없었다.

이재관 ‘송하처사도’.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김정희 주변에 초상화를 그릴만한 이로는 도화서에 속한 화원들이 있었다. 유숙 조중묵 이한철 등이 화원으로 초상화를 그릴 만했고 그중에서도 이한철은 초상화를 전문으로 할 만큼 유명세가 있었다. 그러나 김정희는 이들을 택하지 않고 주로 이재관을 추천했다고 한다. 김정희가 이재관을 추천한 이유는 그림 솜씨뿐만 아니라 인간 됨됨이가 훌륭하고 학문도 깊어 초상화의 핵심인 ‘전신사조(傳神寫照)’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이재관은 중인 출신으로 어려서 아버지를 여읜 후 집이 가난해지자 그림을 팔아 어머니를 봉양했다. 그림을 따로 배우지는 않았지만 타고난 재주와 노력으로 일가를 이뤘다고 한다. 20세 전후에는 ‘흔연관(欣然館)’이란 개인 화실을 두고 생활하며 그림을 그렸다. 말년이 돼서야 화원으로 활동하는데, 임금의 어진(御眞)을 모사하거나 의궤를 제작할 때 참여했다. 도화서에 정식으로 소속된 화원은 아니었으며, 국가의 큰 행사 때 차출돼 활동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재관은 김정희나 조희룡과 친했지만 그림 부분에서는 김정희보다는 도화서 화원들 사이에서 유행한 김홍도 화법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김홍도의 세련된 화법을 본받으면서 자신의 개성을 넣어 자신만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했다. 실제 그의 그림을 보면 구성이 안정돼 있고, 필법이 매우 감성적이며 감각적이다. 화려한 선묘의 구사나 능란한 먹의 활용 솜씨는 김홍도 못지않다. 조희룡, 강진 등의 화제와 함께 구성한 ‘시의도(詩意圖)’에서는 그의 특출한 솜씨가 더욱 빛을 발하기도 한다.

그의 작품 중에서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된 ‘송하처사도(松下處士圖)’는 김홍도의 어떤 그림에도 못지않은 세련됨과 격조를 보여준다. 옅은 먹으로 커다란 바위를 그림자처럼 배경으로 깔고, 그 앞에 빠른 필선을 겹쳐 오래된 소나무를 길게 쳐올렸다. 거친 소나무 껍질과 날렵한 잎의 표현은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생생하다. 나무 아래 물가에 두건 차림의 도인이 정면을 응시하고 있고, 시동이 이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자연스러운 분위기, 옅은 먹과 진한 먹의 어울림이 김홍도의 그림에 비해 조금도 부족하지 않은 명품이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금샘도서관(부산 금정구립 도서관) 143억 들여 ‘엉터리 공사’
  2. 2가덕~기장 순환로 등 부산 가로·세로 7개씩 격자 도로망
  3. 3부산 조정대상지역 1곳도 안 풀렸다
  4. 4하단~녹산선 도시철도 예타 통과 유력…서부산 성장 탄력 기대
  5. 5국토부, 부산 조정지역 해제여부 심의
  6. 6어제의 동지가 오늘은 경쟁자로…김두관 의중도 변수
  7. 7아난티 객실에도 엑스포 홍보영상
  8. 8장발 클로저 김원중 컴백…롯데 원조 마무리 떴다
  9. 9[속보] 이준석 비서실장 박성민 사퇴…‘윤 대통령의 손절’ 분석도
  10. 10선비처럼 자연을 벗 삼아 유유자적 지내볼까
  1. 1어제의 동지가 오늘은 경쟁자로…김두관 의중도 변수
  2. 2[속보] 이준석 비서실장 박성민 사퇴…‘윤 대통령의 손절’ 분석도
  3. 3가덕신공항 조기개항, 엑스포 유치계획서에 빠졌다
  4. 4나토 무대 오른 윤 대통령 “자유·평화는 국제사회 연대로 지켜”
  5. 5국제무대 데뷔 김건희 여사 '내조 외교'
  6. 6부산시, 엑스포PT 자화자찬에 여야 한목소리 질타
  7. 7'친윤' 비서실장까지 떠나... 이준석, 국힘 내 고립 가속화
  8. 8윤 대통령 “기시다, 양국 관계 발전시킬 파트너”
  9. 9민주 "4일 본회의서 의장 선출"... 국힘과 물밑 협상 여지 남겨
  10. 10국힘 박성민, 당 대표 비서실장 전격 사임
  1. 1부산 조정대상지역 1곳도 안 풀렸다
  2. 2국토부, 부산 조정지역 해제여부 심의
  3. 3부산 하단~녹산선·김해공항~대동도로 등 예타통과 확정
  4. 4저온창고·맛집레시피도 대여…부산 공유경제의 진화
  5. 5지난해 부산 종부세 '3400억 폭탄'…대상자 첫 5만 명 돌파
  6. 6한국형 발사체가 쏜 성능검증위성에서 첫 큐브위성 사출
  7. 7부산 주택거래량 증가…부동산 경기 되살아나나
  8. 8최저임금 결정 경제계 반발...시간당 9620원 확정 '유력'
  9. 9내년도 최저임금 9620원, 5.0% 인상…尹 정부 첫해도 ‘1만 원’ 안돼
  10. 10장금상선 정태순, 지난해 그룹 순이익 증가율 1위…아이에스지주 권혁운 고용증가율 3위
  1. 1금샘도서관(부산 금정구립 도서관) 143억 들여 ‘엉터리 공사’
  2. 2가덕~기장 순환로 등 부산 가로·세로 7개씩 격자 도로망
  3. 3하단~녹산선 도시철도 예타 통과 유력…서부산 성장 탄력 기대
  4. 4아난티 객실에도 엑스포 홍보영상
  5. 5부산 중구청장 공약사업 새 임기 전부터 ‘삐그덕’
  6. 6김해공항 사흘간 대규모 결항은 신어산·돗대산 영향 탓
  7. 7부산 기장 공영자전거 '타반나' 오는 4일부터 시범운행
  8. 8건보 지역가입 65%, 보험료 월평균 3만6000원↓
  9. 9코로나 확진자 다시 1만명대로
  10. 10부산 남구, 청소업체 전기차에 유류비 지원?
  1. 1장발 클로저 김원중 컴백…롯데 원조 마무리 떴다
  2. 2프로야구 반환점…MVP 3파전 경쟁
  3. 3아이파크, 중앙 수비수 한희훈 영입
  4. 4매달리고 넘고…근대5종 장애물경기 첫선
  5. 5토트넘 상대할 K리그 ‘김상식호’ 출범
  6. 6PGA, LIV선수 라이더컵 배제…유망주에겐 문턱 낮춰
  7. 7'이인복 QS+정훈 투런포' 롯데, 두산 꺾고 공동 7위
  8. 8민선 2기 부산시체육회장 선거 4파전 예고
  9. 9권순우, 조코비치 상대 ‘졌잘싸’…지고도 관중에 기립박수 받았다
  10. 10아시아드CC 부산오픈, 엑스포 유치활동 전초기지 된다
21대 국회 전반기 PK결산
경남·울산 의원 성적표
21대 국회 전반기 PK결산
부산 의원 성적표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제1부두서 부산비엔날레가 열린다고?
‘15분 도시’에 대한 작은 요청
기고 [전체보기]
‘청렴 선진국’ 대한민국의 조건
김해공항 ‘맛집’ 돼야 가덕신공항 웃는다
기명칼럼 [전체보기]
영원한 이웃 불편한 이웃
한 달이 크면 한 달이 작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경찰과 검찰의 차이
조폭 행패가 돈이 되는 세상…법원만 모르나
김갑수의 생각 [전체보기]
당신들의 세상이 아니다
문재인 윤석열 이재명
김석환의 이미 도착한 미래 [전체보기]
Cui bono(누구에게 이익이 돌아가는가)
또 다른 팬데믹이 온다는데
김용석의 시사탐방 [전체보기]
영화관을 지켜낼 수 있을까
캐릭터 상수와 ‘어쩌나 정치인’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길들여 진다는 것에 대하여
태평양 건넌 조선 궁중악사들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지방 싫다는 산은, 이것이 분권 이유다
“장난이 아닙니다”
도청도설 [전체보기]
자치경찰 1년
부산의 커피향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강진 묵은지
부산 사는 냉면광의 비애
사설 [전체보기]
새 단체장들 반면교사 삼아야 할 금샘도서관 재공사
한·미·일 정상회담서 확인한 북핵 및 대중 관계 중요성
세상읽기 [전체보기]
인구가 많아야 부자국가다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향후 5년, 새 정부의 과제
이수훈 칼럼 [전체보기]
우크라이나 전쟁과 한반도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에너지 가치사슬의 완성
역사라는 오답 노트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푸틴, 리더의 함정에 빠지다
중국이 우크라이나 사태를 지켜보고 있다
장병윤의 대안 모색 [전체보기]
탈핵으로 가는 길
빈사의 농촌 지켜보기만 할 것인가
전호환의 두잉세상 [전체보기]
새 대통령에 거는 기대, 두잉(Do-ing)
승마와 자기 경영
차재원의 정치평설 [전체보기]
민주당, ‘닮은꼴’ 영국 노동당에 배울 점
육법정부, 육법당과는 분명히 달라야 한다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 마케팅의 미래
와인과 이별
특별기고 [전체보기]
‘국민 언니’의 원조 강수연 배우를 떠나보내며
오시리아 테마파크 개장을 앞두고 /김용학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보병과 더불어
엘가와 베르디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청운 강진희의 ‘화차분별도’
임득명의 ‘가교보월’
  • 2022극지체험전시회
  • 부산해양콘퍼런스
  • 낙동강 일러스트 공모전
  • 제21회 국제신문 전국사진공모전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