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통령 선거 윤석열 당선인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처음 만나 점심을 하기로 했던 약속이 깨졌다. 새로 취임할 대통령과 임기를 마무리할 대통령이 덕담을 나누며 원활한 정부 인수인계를 위한 속깊은 대화를 나눌 것이라는 국민적 기대는 물거품이 됐다. 16일 두 사람의 오찬 회동을 4시간 앞두고 벌어진 일이다. 청와대와 윤 당선인 측은 ‘일정을 다시 잡기로 했다’고 했으나 왜 일정이 어그러졌는지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헌법이 보장한 5년의 권력이 투표를 통해 교체되는 민감한 시기, 국민에게 약속한 신·구 권력의 만남이었다. 윤 당선인과 문 대통령 모두 신·구 권력이 정면 충돌하는 양상 아니냐는 국민적 의구심에 대해 해명해야 할 책임이 있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과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의 발언은 종잡을 수 없다. ‘실무 합의가 마무리되지 않아 회동을 다시 잡기로 했다’거나 ‘양측 합의에 따라 일정을 미루기로 한 이유를 밝히지 못하겠다’고 하면 그만이 아니다. 두 사람의 회동에서 만들어지는 통합과 협치란 성과에 대한 국민적 기대가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이철희 정무수석이 윤 당선인에게 문 대통령과의 만남을 건의한 것이 지난 10일이고, 이 정무수석과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 간 핫라인이 연결됐음은 세상이 안다. 그러니 양측이 귀를 열고 듣기 보단 자기 입장을 주장하기에 급급하지 않았나 하는 의구심이 든다. 그러고서야 정치라고 할 수 없다.
이날 회동에서 비중 있게 다뤄질 것이라고 예상됐던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이나 한국은행 총재를 비롯해 문 대통령 임기 중에 진행되는 인사 문제에서 서로 입장이 다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앞서 윤 당선인 측과 청와대는 인사권을 두고 대립각을 세웠다. 여기에 더해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은 김오수 검찰총장을 두고 “자신의 거취를 스스로 결정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청와대로선 불만을 제기할 여지가 충분하다. 윤 당선인 측근이라면 이런 말을 조심해야 한다는 지적에 귀 기울여야 마땅하다. 양측의 입장에 이견이 있다면 우선 만나 덕담을 나누고, 다음 만남에서 진전된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다. 정치를 통해, 서로 타협하기 보단 상대에게 전부를 양보하게 하려는 태도가 아닌지 묻고 싶다.
이건 양측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0.73%포인트로 판가름난 대선 이후 정국의 혼란을 가중시키며 국민을 불안하게 만든다. 물 흐르듯이 자연스러운 인수인계는 앞으로 5년 동안 여야 협치의 근간이다. 윤 당선인 입장에서는 ‘172석 거야’ 더불어민주당의 협조 없이는 원활한 국정 수행을 장담할 수 없다. 문 대통령으로서도 민의에 의한 정권 교체에 협조해야 하는 건 너무나 당연한다. 이는 국민통합의 지름길이요 대한민국호의 미래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양측은 국민을 중심에 두고 하루빨리 회동 일자를 잡아야 하고, 현안을 풀어갈 방안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해야 하겠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