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치권이 부산 블록체인 특구에 좋은 소식을 전해주고 있다. 여야 대통령 후보는 ICO(가상자산을 통한 자금조달) 허용을 공약했고, 이주환 의원은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 개정안’을, 최인호 의원은 ‘블록체인 진흥원 설치법(안)’을 발의했다. 더불어 문현금융단지내 블록체인 비즈니스센터(BBIC) 설립과 기업유치 협약이 이뤄졌고, BNK는 지역화폐 동백전 사업자로서 블록체인 기반 금융업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새 정부에서 ICO가 허용될 경우, 우리나라보다 국가 경제 순위가 낮은 스위스 싱가포르가 ICO를 시작한 2015년 이후 성과를 기초로 국내의 조달금액을 보수적으로 산출한 결과 연평균 3800억 원가량의 자금이 조성되고, 기업 프로젝트당 64억 원 정도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향후 4115개의 스타트업이 나올 수 있고 3만6212명의 종사자가 나올 것으로 예상됐다.
블록체인의 설계 원칙인 탈중앙 원리에서 볼 때 이러한 소식의 수혜를 온전히 부산만이 누린다고 볼 수 없으나, 블록체인 클러스터를 형성하려는 휴양 도시인 부산은 우리나라 어느 지역보다 ‘블록체인-크립토 비치(Beach)’(스위스 주크시의 클러스터는 호수와 산악 지역에 둘러싸여 입지하고 있어 크립토 밸리라고 부름)가 형성될 수 있는 시대적 제도적 경제 여건 속에 있다.
그러면 향후 스타트업 기업인들은 어떤 분야에서 지구촌을 향해 자본조달에 나서야 할까. 전 세계 ICO를 통한 사업화 건수를 산업별로 보면 블록체인 금융분야, 플랫폼 콘텐츠, 소프트웨어, 유통 비지니스, 엔터테인먼트 분야가 많다. 반면 전통산업인 제조업 분야는 조달 금액이 상대적으로 거액이어서 성공률이 낮아 ICO보다는 여전히 자본시장과 신용시장(은행)을 이용한다. 부산지역 총부가가치 중 85%가 서비스 도소매업에서 나오는 만큼 부산의 경영인들이 시장성이 있는 블록체인 사업 분야를 발굴한다면 낙후된 부산의 산업구조를 고도화할 수 있을 것이다.
블록체인 비지니스 업체가 결집된 ‘블록체인-크립토 비치’ 부산을 만들기 위한 설계원칙은 무엇인가? 블록체인 기술과 경제는 우수한 품질에 대한 신뢰에서 시작돼 그 평판이 커뮤니티를 통해 더 확산된다.
그러면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신뢰를 높이기 위해 정부, 자치단체, 그리고 협회들은 무엇을 할것인가? 우선, 규제지원(regulatory support)은 신뢰를 형성시키는 좋은 정책이다. 출시된 블록체인 기술과 서비스가 기존 규제와 충돌하거나 장애가 있다면 사양화하지 않도록 지원해야 할 뿐만 아니라, 애매한 조항으로 인해 사업 진입에 주저함이 없도록 그레이존을 제거하는 규제지원이 필요하다.
둘째, 우수한 품질이 신뢰를 높여 관련 산업이 확산되기 때문에 우수한 품질을 위해서는 국내외 전문인력의 적극적인 유치와 양성이 필요하다. 특히 지역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부산의 대학들은 블록체인 교육과정을 적극 개설해야 할 것이다. 셋째, 블록체인 신뢰를 높이는 수단으로 소비자 체험이 제시된다. 체험을 통한 신뢰 형성은 블록체인 기술에 친숙해지고, 관련 분야의 창업과 사업화는 더 증폭될 것이다. 소비자가 마음껏 블록체인을 체험할 수 있도록 부산에 공간과 기회가 마련돼야 할 것이다.
최근 블록체인 정책에 우려스러운 점이 있다면 가상자산 거래소 설립에 대한 과도한 열망이다. 핀테크 자산운용업 등 비즈니스 생태계가 조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가상자산 거래소 설립은 한국거래소(KRX)가 15년 동안 부산에서 형체만 있는 것과 다르지 않다. 가상자산을 이용한 자금조달 방법은 중앙화거래소(IEO) 외에도 탈중앙거래소 플랫폼(IDO), 게임플랫폼(IGO), 대체거래소(ATS)등을 통해서도 가능하다. 무엇보다 크립토 비치 도시 부산에서 고품질 블록체인 프로젝트에 전문인력이 원활히 공급되고, 커뮤니티 형성, 규제지원 등을 통해 신뢰할 스타트업이 성장하면 그들은 스스로 자금조달에 가장 효율적인 거래소를 선택하게 될 것이다.
우리 모두가 주지하다시피 블록체인은 정부의 일방성, 거대 플랫폼의 독점성, 속도 저하와 과다한 수수료를 징수하는 중개자들을 거부하고, 네트워크 참여자들이 신뢰를 기반으로 참여와 합의에 의한 자율적인 네트워크 경제를 추구한다. ‘부산 블록체인-크립토 비치’의 정책 설계자는 블록체인 철학과 정신에 부합하는 요소들을 찾아내어 그것을 정책으로 발전시켜 나가길 기대한다.